민주노총과 전국농민총연맹 소속 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전국농민대회 및 윤석열 정권 퇴진 2차 총궐기를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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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파괴 농민 말살 윤석열은 퇴진하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속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는 2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세종대로 일대에선 ‘윤석열 정권 퇴진 2차 총궐기’를 열었다. 도로 5개 차로에는 전국에서 모인 농민과 노동자 등 1만여명(주최 쪽 추산)이 모여 지난 9일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이날 총궐기는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8개 농민 단체가 모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 중심으로 윤석열 퇴진 전국농민대회와 함께 열려 농민들이 주로 참여했다. 전남 무안군에서 농사를 짓는 정상철(72)씨는 “쌀 가격이 25년 전 가격으로 하락해버렸는데, 비료나 농자재 가격은 25년 전보다 5배 이상 올랐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쌀값 20만원을 보장하겠다고 해놓고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15일 산지 쌀값은 한 가마(80㎏) 18만2872원으로, 정부 목표인 20만원에 못 미친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경남 하동군에서 온 박하실(79)씨도 “쌀농사를 짓는데 쌀값이 떨어지니까 속이 상하긴 상한다”며 “지금까지 경험이 없어서 잘 못 했지만, 앞으로 잘하라는 뜻으로 왔다”고 말했다.
하원오 농민의길 상임대표는 이날 대회사에서 “박근혜 정권보다 더한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 정권을 잡아 농업, 농촌, 농민을 완전히 지워버리려 한다”며 “쌀 수입 제지하고 밥 한 공기 쌀값 300원(한 가마 24만원) 반드시 쟁취하자”고 말했다.
기후변화 정책 마련도 촉구했다. 한경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부회장은 이날 규탄 발언에서 “11월 중순에도 푸른 콩잎에 낙엽이 지지 않아 언제 수확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폭우로 물에 잠긴 농작물과 폭염에 폐사한 가축들, 흉작이 돼 버린 쌀농사까지 모든 품목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재난 피해를 농민들이 받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경남 의령에서 하우스와 논농사를 짓는 김주일(60)씨는 “농사란 농민들이 아무리 잘하고 싶어도 정부나 기후가 도와줘야 한다”며 “기후 위기도 심한데, 30년 동안 농사를 짓는 동안 농업 관련해선 제일 못하는 정부”라고 말했다.
지난 9일 1차 총궐기 당시 경찰 진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1차 총궐기에 이어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이정훈(43)씨는 “최근 3년간 집회를 거의 안 빠지고 다녔지만, 경찰이 장벽을 설치하고, 전부 무장을 한 건 처음 봤다”고 말했다. 당시 총궐기 집회에선 비좁은 집회 공간 문제로 경찰과 시민 사이 충돌이 빚어지며, 시민 십 수명이 부상하고 11명이 연행됐다.
퇴진운동본부는 다음 달 7일 3차 총궐기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할 예정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연대사에서 “농민들은 싹수가 노란 종자를 뽑고 병충해가 들어 쓸데없어진 논밭을 갈아 엎어 버린다”며 “12월7일 다시 한 번 민중의 항쟁을 만들어 윤석열 정권을 뽑아내고 갈아엎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총궐기 뒤 용산 대통령실로 향하는 행진 과정에서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일부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이 “집회 신고 시간이 지났다”며 해산을 요구하자, 이에 반발한 농민들과 경찰이 맞부딪힌 것이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 과정에서 행진에 들고 나선 ‘윤석열 퇴진’이 적힌 상여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다만 1차 총궐기와 달리 참가자 가운데 연행자나 부상자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연행된 사례는 없었다”며 “(상여에 불을 붙인 일은) 나중에 (수사 여부를) 판단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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