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준 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TSG) 위원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한국-팔레스타인 전 분석
19일 오후(현지시간) 요르단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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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장원재 스포츠전문 기자 = 답답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에서 대한민국이 팔레스타인과 1-1로 비겼다. 며칠 전 쿠웨이트전 3-1 쾌승 때와는 다른 팀처럼 보였다. 부진의 원인을 이규준 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TSG) 위원(장안대 감독)과 함께 짚어봤다.
- 팔레스타인전, 뭐가 문제였나.
"지난 경기가 워낙 좋았기에 홍 감독은 똑같은 멤버, 똑같은 형태로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컨디션이 지난 경기 같지 않았고 잔디 상태도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오늘은 우리 선수들의 볼 터치가 너무 안 좋았다."
- 볼터치가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었나.
"그렇다. 쿠웨이트전에서는 볼 터치가 워낙 좋으니까 상대의 압박이 다 풀어지면서 쿠웨이트 선수들이 무기력해졌다. 오늘은 볼 터치가 안 좋으니 패스의 정확도도 떨어졌다."
- 볼 터치가 불안했던 이유는.
"아마 잔디 상태가 쿠웨이트 전과 다르지 않았을까. 또 하나는 상대가 워낙 거칠게 나오니까 그 부분을 의식하다 볼 터치가 자꾸 흐트러진 면이 있다. 팔레스타인의 전술도 좋았다."
- 어떤 점인가.
"내려서서 수비하면서도 압박이 강했다. 그냥 뛰는 압박이 아니라 볼 경합 상황에서 굉장히 거칠게 나왔다. 우리 선수들이 짜증 날 정도로 파울도 많이 냈다. 한국의 몇몇 선수가 부상을 염려해 다소 몸을 사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의식적으로 그랬다는 것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반응이 그랬다는 이야기다."
- 말씀처럼 팔레스타인이 매우 거칠게 나왔다.
"지금까지 우리가 상대했던 어떤 팀보다도 굉장히 거칠게 나왔다. 그것이 먹히니까 90분 내내 그 상태로 플레이했다. 정상적인 플레이로는 한국을 이길 수 없으니까 규칙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대응책을 쓴 것이다."
-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플레이했어야 하나.
"우리도 때로는 같이 거칠게 했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잘하려고만 했다. 공을 예쁘게 차려 했다고 할까? 그래서 어려운 경기를 하지 않았나 본다."
- 마무리도 좋지 않았다.
"찬스는 많이 만들어냈는데 왜 오늘따라 마무리가 이렇게 유난히 안 좋았는지 그 점이 안타깝다."
- 3차 예선 팔레스타인과 두 경기를 다 비겼다. 우리가 팔레스타인과 상생이 안 맞는 건가.
"축구를 하다 보면 모든 경기를 다 좋은 컨디션으로 잘할 수는 없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볼 터치가 안 좋으면 거칠게 나오는 팀한테는 무조건 고전을 하게 돼 있다. 오늘은 전체적으로 그런 문제가 한꺼번에 다 나온 경기다."
- 팔레스타인의 수비진을 뚫는 파훼법이 있었다면.
"좀 아쉬운 건, 뒷공간 활용을 못 했다는 점이다. 뒷공간에 볼을 보내 경합을 붙여서 전방으로 전진하는 상대 수비진을 힘들게 했어야 했다. 이전 쿠웨이트전처럼 패스로 모든 걸 다 풀어나가려고 하다 길이 다 막혀버린 것이다."
- 플랜 B가 없었다는 말인가.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잔디가 안 좋아서 볼이 계속 튀더라. 그런데도 90분 내내 좁은 공간에서 짧은 패스를 이어가며 탈압박을 하려고 했다. 경기가 안 풀릴 때는 좀 길게 때려서 롱볼 축구도 해야 한다. 경합 상황을 만들고 몸으로 부딪히기도 해야 한다. 그런데 터치도 안 좋고 잔디도 안 좋은 상황에서 계속 좁게 돌리다가 뺏긴 경우가 많았다."
- 모든 경기장의 잔디가 다 일류는 아니다. 특히 어웨이 경기에선 변수가 많다.
"어떻게 보면 쿠웨이트에 남아서 계속 훈련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더 안 좋은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물론 2~3일 안 좋은 잔디에서 훈련한다고 갑자기 대응책이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너무 패스 위주로만 모든 걸 다 풀어나가려고 하다가 전체적으로 경기가 다 꼬였다."
- 뒷공간을 노린 롱볼 패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맞다. 몇 차례 뒷공간을 노리는 좋은 패스가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마무리가 안 되니까 축구가 어려워진 거다. 넣을 걸 못 넣으면 축구는 어려워진다."
- 오늘 경기에서 보인 우리 수비의 문제점은.
"걷어낼 때는 걷어내야 하는데 빌드업에 집착한 감이 있다. 그러다 보니까 실수가 나왔다. 가운데로 공을 자꾸 집어넣다가 뺏겨서 실점 위기도 나왔다."
- 위험한 상황도 몇 차례 있었다.
"그러니까 가운데를 고집하고, 정교한 패스만 하려고 하다가 어려운 상황을 자초한 거다."
- 김민재의 실수로부터 실점까지 이어진 상황에 대한 평가는.
"결정적 실수도 시발점을 찾자면 잔디 때문이다. 지면이 고르지 않아 볼이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얘기하지만 상대에 따라서 그리고 잔디 상태에 따라서 전법을 바꿔야 했는데 그런 고려가 없었다. 지난 경기와 너무 똑같이 했다. 그런 점이 안타까운 것이다."
- 신속하게 보완해야 하는 점은.
"수비 불안을 개선해야 한다. 팔레스타인보다 강한 팀을 만났을 때 오늘 같은 실수가 나오면 여러 골을 실점할 것이다."
- 수비 조직력, 집중력은 어떻게 보완하면 좋은가.
"전술, 조직 훈련을 더 해야 한다. 그리고 경기에 임하는 세부전략을 다양화하면 좋겠다."
- 무슨 이야기인가.
"수비는 너무 잘하려고 하면 안된다. 오늘 경기는 답답할 정도였다. 상대는 거칠고 우리는 그냥 너무 신사적으로 대하니까 특히 종료 5분을 남기고 문제적 상황이 여러 번 생겼다."
- 상대의 거친 공격에 우리 수비진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수비도 공격도 전체적으로 다 그랬다. 팔레스타인은 시작하자마자 이강인, 이재성, 황인범을 적극적으로 봉쇄했다.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한 거다. 수비적으로 팔레스타인은 성공을 거둔 경기였고 한국은 굉장히 거칠게 나오는 팔레스타인 수비를 제대로 뚫지 못했다."
- 빌드업 자체에 문제는 없었나.
"있다. 수비 뿐 아니라 중원에서도 가운데로 주는 패스가 많았다. 그런 패스가 잘려서 불안했던 상황이 몇 차례 나왔다. 공격 루트를 좀 다변화해야 한다."
- 어떻게 다변화해야 하나.
"가운데로 주는 패스가 안 될 때는 측면으로 좀 빼는 플레이를 한다든가 롱볼도 때리면서 상대를 교란해야 한다. 사실 몇 차례 시도는 있었다. 오세훈이 떨어뜨려 놓은 좋은 찬스들을 살리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전반적으로 오늘은 선수들의 집중력에 문제가 있었다."
- 오늘 3-0 정도로 앞섰다면 경기 후반에 어린 선수들한테 기회를 좀 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배준호, 오현규를 투입했지만, 다른 어린 선수들도 기회를 받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 우리 팀의 약점이라면.
"미드필더가 경기를 못 풀 때 선수 교체를 통해서 흐름을 바꿔야 하는데, 박용우와 황인범을 대체할 자원이 확 눈에 띄진 않는다. 이 두 선수에게 과부하가 걸려있다. 중앙미드필더 라인을 책임질 대체 후보를 빨리 발굴해야 한다."
- 경기 운영상의 아쉬운 점은.
"세컨볼 상황에 경합하지 못한 것이다. 공격이나 수비 때 경합 상황 이후의 세컨볼 처리 과정에서 집중하지 못했다. 그것이 좀 더 좋은 경기를 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다."
- 리바운드라든가 세컨볼 상황에서 집중력이 떨어진 이유는.
"기본적 전술이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세컨볼 처리는 롱볼을 자주 이용하는 팀이 강하다. 롱볼은 경합 이후에 일어나는 상황들에 맞춘 전술이다. 소유권을 유지하는 확률이 적은 대신, 경합 상황에 집중해 찬스를 만든다. 세컨볼은 팔레스타인이 훨씬 많이 가져갔다. 그런데 우리는 플랜B가 없었다."
- 어떤 점이 그랬나.
"선수에 대한 플랜 B가 아니라, 오늘처럼 운동장이 안 좋을 수도 있고 상대가 극단적인 수비로 나오면서도 거칠게 나올 수도 있다. 그런 팀에 대한 대비가 좀 부족했다."
- 한국은 거친 팀에게 다소 약한 면이 있다.
"전통적으로, 같은 중동이라도 기술 위주로 나오는 사우디와는 좋은 축구를 했지만, 체력전으로 거칠게 나오는 이라크 같은 팀에게는 약했다. 팔레스타인도 오늘 다시 해보니까 힘도 좋고 체격 조건도 뛰어났다. 운동장도 안 좋았다. 이 세 가지가 오늘 어려운 경기를 하게 된 원인이다."
- 오늘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그래도 손흥민 이다. 계속 돌파해서 기회를 만들었고 골도 넣었기 때문이다."
- 천하의 손흥민도 매번 개인 돌파를 할 수는 없다. 쿠웨이트전에서 그렇게 잘 작동하던 원터치 패스를 오늘은 왜 못했나.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선수들 컨디션 문제, 또 하나는 앞에서 얘기한 잔디 문제다. 전체적으로 오늘은 굉장히 안 풀리는 날이었다."
이규준 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TSG) 위원·장안대 감독/ 사진제공=전형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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