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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취재파일] 중국인 유학생 드론 촬영에 "추가 정황 없다"던 경찰…무더기 530장 어떻게 설명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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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유학생 3명이 지난 6월 25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작전기지에 정박해 있는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호를 드론으로 불법 촬영하다 적발됐습니다. 루즈벨트호는 한미일 3국 최초로 수상·공중·수중·사이버 등 분야에서 치러지는 다영역 군사훈련 '프리덤 에지'에 참가하기 위해 사흘 전에 입항한 것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루즈벨트호에 승선해 "우리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며 한미 동맹을 강조했습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장호진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미8군 사령관 등 한미 안보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행사였습니다.

중국인 유학생 3명이 드론을 상공에 띄워 루즈벨트호를 약 5분 간 촬영한 건 윤 대통령이 승선하기 직전이었던 걸로 알려집니다. 이 사실은 한 달쯤 뒤인 지난 7월 23일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당시 보도를 보면,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군 시설에 관심이 많아 단순한 호기심에 촬영했다"고 진술했고 경찰도 "당장 대공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나옵니다.

이들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출국 정지 조치됐고 불구속 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5개월이 지나도 "추가로 더 나온 건 없다"던 경찰



문제는 그 이후부터입니다. 지난 9일 중국인이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국가정보원 청사를 드론으로 불법 촬영하다 적발됐단 소식 들으셨을 겁니다. 최근 들어 드론 촬영이 관련 법·제도의 미비와 맞물려 불법으로 규정되는 경우는 흔해졌지만, 잇따라 중국인이 국가 중요 시설을 비슷한 방식으로 불법 촬영한 게 드러난 건 이례적입니다.

국정원 불법 촬영 건을 비롯해, 적발해 조사한 지 다섯 달 가까이 된 중국인 유학생 불법 촬영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복수의 취재원들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이들이 수년 전부터 촬영을 준비하고 기획한 정황이 있다"는 내용을 파악했습니다.

그런데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 간부는 전혀 다른 얘길 했습니다. "추가로 나온 건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기존 보도에 나왔듯 6월 25일 촬영, 그리고 이틀 전에도 촬영한 사실 외에는 추가로 촬영한 정황이나 촬영물이 발견되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읽히기에 충분했습니다.

비슷한 취지로 거듭 되물었습니다. 경찰 간부가 내놓은 설명은 "그들의 전자기기를 압수해 정말 열심히 포렌식을 하고 있다"면서도 "포렌식 분석 작업이 막바지 단계지만, 현재까지는 뭐가 더 없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뭐가 더 나올진 모르겠지만 지금까진 그렇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경찰은 저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건 국가 안보 관련 사안이라 일반 사건과는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이 다루는 일반 사건보다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기 때문에 설명하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확인해 줄 수 없다"가 아니고 "확인된 바 없다"고 했습니다. 이건 정보·외교 당국이 언론의 취재 질의에 쉽게 꺼내 쓰는 대응 방식인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와도 다른 톤입니다.

2년 넘게 미국 핵 잠수함 등 사진 530여 장…촬영 장소 물색 정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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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거짓 설명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건 금방이었습니다. 저희는 관련 내용을 추가 취재했고 연일 기사로 내보냈습니다.

▶ [단독] "'드론 촬영' 중국인들, 2년간 다른 군시설도 촬영" (11월 12일 8뉴스)
▶ [단독] "핵잠수함 등 530여 건 촬영…중 공안 연락처 저장" (11월 13일 8뉴스)
▶ 휴대폰에 칭다오 공안 번호…중국인들 찍은 530장 넘겼나 (11월 14일 8뉴스)

지난 8월부터는 경찰 뿐 아니라 정보 당국까지 합세해 합동 수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수사를 주관하는 건 경찰이지만 관계 기관이 지원에 나선 겁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인 유학생 3명의 핸드폰과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포렌식 해 분석해보니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들은 2022년 9월부터 부산 해작사 기지 인근을 답사하며 촬영에 용이한 장소를 물색했고 주요 촬영 장소를 지도에 별도로 표시해 놓기까지 한 걸로 알려집니다. 촬영을 기획하고 준비한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그리고 지난해 3월부터 약 4개월 간 부산에 입항한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스프링필드와 핵 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 해작사 기지 등 군사시설을 드론으로 200여 건 불법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같은 해 11월엔 중국 위챗 메신저로 미 항공모함 칼빈슨과 함재기 F-35B 관련 정보를 공유했던 대화 내역도 복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나아가 지난 6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승선한 부산 해작사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 행사 관련해선 입항 후 사흘 간 330건 넘는 드론 불법 촬영을 한 것으로 수사 당국은 파악했습니다. 아울러 이들의 전자기기에선 칭다오시 공안 당국 과장급 연락처가 나왔고, 시진핑 주석의 이념과 철학을 설파하는 중국 공산당 소식지도 발견됐습니다. 중국 당국과 교류가 있었는지, 당국 차원의 지원을 받은 건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촬영했다"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진술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사실 범죄 피의자들이 혐의를 숨기거나 처벌을 덜 받기 위해 이런 진술을 하는 건 허다합니다.

"결과가 바뀔 가능성 0%에 가깝다"…수사 '신뢰 훼손' 자처한 경찰



의아함이 남는 건 경찰의 설명입니다. 경찰은 왜 SBS에 "추가로 더 나온 건 없다"고 설명한 걸까요. 경찰이 취재진에게 사실을 숨겼거나, 최소한 왜곡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들은 "수사 초기 때와 분위기가 바뀐 걸로 안다"고 했습니다. 수사 초반엔 중국 유학생들의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일회성·우발적 범행이라는 분석이 경찰 내부에서 나왔지만, 막상 포렌식 분석을 하면 할수록 상황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경찰도 SBS에 수차례 "포렌식을 꼼꼼히 하고 있다"며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관련 보도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수사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경찰 입장에서 수사에 걸림돌이 적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포렌식을 해야 할 자료가 방대한 데다, 무엇보다 자료의 대부분이 중국어로 적혀 있어 단순 번역하는 것에서부터 쉽지 않습니다. 번역이 돼야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고 그래야 범죄 혐의와 연결 지을 수 있습니다.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들도 이 부분에서 애로를 겪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국민들은 수사 결과 믿을 수 있을까



그렇기에 의문이 더 커집니다. 지난한 포렌식 분석을 통해 2년 전부터 불법 촬영을 모의한 정황을 파악했고, 최소 530여 장의 촬영물과 공안 당국 관계자들 연락처까지 확보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게 수사 결과의 대세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봤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거짓 해명 의혹에 대해 경찰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무엇보다 국민들은 이제 경찰이 내놓을 수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믿기 어려워졌습니다.


신용일 기자 yongi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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