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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배소현 “‘디테일’이 만든 올해 3승…내년 KG 타이틀 방어 꼭 이룰 것”[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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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투어 데뷔 8년 차에 첫 우승 이어 3승까지

“KG 레이디스 오픈은 약점 딛고 우승한 대회”

“퍼트 코치 이승현과 같은 대회 우승해 의미 커”

고진영·박현경 등과 전지훈련 함께 하며 관찰

스스로 관리하고 세밀한 부분 신경쓰는 것 깨달아

“프로 무대는 작은 디테일이 큰 변화 가져와”

이데일리

2024시즌 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에 오른 배소현(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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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우승 없는 선수’라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오기도 생겼죠.”

배소현(31)은 올해 골프 인생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남들은 은퇴를 고려하는 나이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첫 우승을 거둔 데 이어 3승을 휩쓸고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KLPGA 투어에서 만 30세 이후에 한 시즌 3승을 올린 선수는 1988년 정길자(당시 만 30세)와 배소현뿐이다. 2017년 만 24세의 늦은 나이에 1부투어에 입성한 배소현은 데뷔 8년 차인 올해 5월 E1 채리티 오픈을 시작으로 8월 더헤븐 마스터즈, 9월 KG 레이디스 오픈을 차례로 제패했다.

누구보다 화려하게 2024시즌을 마친 배소현을 최근 서울시 중구 순화동의 KG타워에서 만났다. 배소현은 올해 3승을 거둔 것에 대해 “매해 똑같이 열심히 했는데 올해 결과가 다르게 나온 게 재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아쉽게 우승하지 못한 경우들이 있었다. ‘다음엔 이런 플레이를 하지 말아야지’ 생각한 것 하나하나가 모여 경험치로 쌓였다”면서 “당장 목표한 것을 이루지 못해도 그건 실패가 아닌 것 같다. 당시엔 실패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패가 쌓여 성공으로 돌아오니 말이다”라고 3승 비결을 밝혔다.

‘퍼트의 신’ 접신한 KG 우승…“결코 잊을 수 없어”

KLPGA 투어 데뷔 8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배소현은 3개월, 2주 간격으로 우승 주기를 좁혀 순식간에 3승을 차지했다. 화룡점정은 시즌 3승째를 따낸 KG 레이디스 오픈이었다. 다승왕 경쟁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배소현은 2라운드에서 18m 이글 퍼트를 집어넣어 선두권으로 올라서는 기반을 닦았다. 최종 3라운드에서도 전반 7·8번홀(파4)에서 7~8m 버디 퍼트를 연거푸 떨어뜨리며 우승 경쟁에 나섰고 9번홀(파5) 위기 상황에서 다시 7m 파 퍼트가 홀 안에 떨어지면서 이 퍼트마저 성공했다. 압권은 박보겸과 치른 연장 1차전이었다. 1차 연장전에서 배소현은 9m 버디 퍼트를 남겼고 박보겸은 3번째 샷을 핀 40cm에 붙인 상황. 박보겸의 우승 확정이 예상됐지만 배소현이 9m 버디 퍼트를 집어넣었고, 그는 결국 3번의 연장 혈투 끝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배소현은 “퍼트가 너무 잘 들어가서 잊을 수 없는 대회였다”고 돌아봤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길고 더웠던 탓에 골프장 잔디가 이를 버티지 못해 그린 스피드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여름, 초가을에 대회를 연 대회장 그린이 주로 그랬는데, 배소현은 무른 그린에서 퍼트가 아주 약한 편이었다. 그런 자신의 약점을 딛고 우승한 대회가 바로 KG 레이디스 오픈이었다.

그는 “퍼트 코치인 이승현 언니와 무른 그린에서 어떻게 퍼트를 잘할지 많은 시도를 했고 그게 통해서 뿌듯했던 경기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또 자동차를 타고 페어웨이를 내려와 시상식에 서는 경험도 처음 해봤다”며 활짝 웃었다. 배소현은 우승 당시 KGM(KG모빌리티)의 액티언 차량을 타고 시상식에 등장했다. 액티언 차량을 우승 부상으로 받았고, 이 차량을 친오빠에게 선물할 계획이다.

KG 레이디스 오픈 우승이 또 특별한 이유가 있다. 퍼트 코치인 이승현이 우승한 대회이기 때문이다. KLPGA 투어 통산 7승을 거두고 은퇴한 이승현은 2014년 제4회 KG 레이디스 오픈 챔피언이다. 배소현은 “‘퍼신(퍼트의 신)’으로 불리는 승현 언니에게 접신해서 우승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퍼트가 절 살렸다. 언니와 같은 대회에서 우승할 운명이었던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나는 프로골퍼…골프만큼은 지고 싶지 않아

배소현은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 출신으로 실내 연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故 배원용 씨)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골프를 접했다.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골프 선수로 진로를 정했다. 2017년 KLPGA 투어 데뷔에 성공했지만 코치이자 캐디로 항상 배소현을 지켜온 아버지가 이듬해 갑자기 투병을 시작했고 2019년 세상을 떠났다. 배소현은 “아버지가 3승하는 제 모습을 보셨다면 엄마랑 똑같이 ‘고생했다’고 하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배소현은 올해 3승을 만든 건 ‘디테일’이라고 했다. 배소현은 이시우 코치의 캠프에서 고진영, 박현경 등 한국 여자골프 간판스타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그들의 연습 방법과 생활 습관을 유심히 지켜봤다고 한다. 배소현은 ‘최고의 선수들은 스스로 관리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쓴다’는 걸 느꼈다. 배소현도 스스로 바뀌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배소현은 경기 1시간 전 혹은 1시간 30분 전부터 무조건 루틴을 지켜 샷 연습을 다하고 라운드에 나선다. 공식 연습일 날도 마찬가지다. 연습 라운드 전은 물론 라운드 때도 그린 주변 어프로치 거리마다 공을 한 번씩 다 쳐본다. 대회장마다 잔디, 그린 스피드가 다 다르기 때문에 확실하게 감을 잡기 위해서다. 배소현은 “프로 무대에서는 작은 디테일이 큰 변화를 불러온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까지 생각해 봤다’고 할 정도로 파고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평소 착한 성품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배소현은 골프를 대할 때만큼은 혹독하게 자신을 밀어붙인다. 배소현은 “저에게 골프는 직업이다. 골프를 좋아하지만 지고 싶지 않은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올해 만족할 만한 시즌을 보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특히 마지막 날까지 선두권을 달리다가 우승을 내준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이 못내 아쉬웠다. 배소현은 “내년에는 꼭 메이저 우승을 해보고 싶다. 또 KG 레이디스 오픈 타이틀 방어도 꼭 하고 싶은 목표”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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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시즌 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에 오른 배소현(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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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KG 레이디스 오픈에서 시즌 3승째를 차지한 뒤 우승 트로피에 키스하는 배소현(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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