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CEO·CMO·CTO"
미국 대선 당시 한 누리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이 누리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미국 47대 대선 개표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장면을 캡처한 뒤, 이 문구를 게재했다.
이에 머스크는 자신의 SNS에 이 글을 첨부하며 "미래에는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확신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향후 미국의 최고경영자로 등극하고, 화이트 회장이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자신은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머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후 자신이 운영하는 SNS에 "미국이든 어디든 이번 대선 결과에 충격받은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에서 정보를 얻고 있는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한) 흐름은 몇 달 동안 엑스(X)에서 분명히 드러났다"는 글로 이미 대선 결과가 예견됐었다고 알리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 일등 공신은 머스크…화이트도 내각 합류?
머스크의 예상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압도적인 표 차이를 제치고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당선자로 만들어 준 일등 공신은 머스크였다. 결국 머스크는 지난 13일 정부효율부(가칭) 공동 수장에 임명됐다. 정부효율부란 연방정부 재정 개혁 업무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평소 '구조조정의 신'으로 불리는 머스크가 연방정부 구조조정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머스크 못지않게 이번 대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 바로 화이트 회장이다. 화이트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평소 UFC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진 트럼프 당선인과 화이트 회장은 20년지기로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온 사이다. 아직 화이트 회장이 공식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임명되진 않았지만, 다수 외신은 그가 트럼프 내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의 차기 정부 인선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머스크에 이어 폭스뉴스 진행자인 피트 헤그네스 진행자를 국방장관에 낙점했다. 또한 트럼프 대선 캠페인 대변인으로 일한 스티븐 청이 백악관 공보국장을 맡는다. 청은 지난 2013년 UFC 홍보 담당으로 일한 바 있다.
막말·스위프트 리스크로 '젊은 여성' 표 잃은 트럼프…화이트 주도한 '젊은 남성' 표로 '맞불'
화이트 회장은 이번 대선에서 젊은 남성 유권자의 표를 모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 전당대회에 오르거나, UFC 경기장에서 트럼프의 존재감이 돋보이도록 마케팅을 벌였다. 이번 대선 최대의 화두였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해리스 부통령 지지로 젊은 여성층 이탈에 트럼프가 대항할 수 있었던 건 UFC와 WWE 등을 통해 젊은 남성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모았기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위프트의 해리스 부통령 지지에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당일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향해 "미친 X"이라고 말하는 등 연이은 여성 비하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켜 많은 여성 유권자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젊은 여성 유권자들 중 단 40%만 트럼프 당선인을 선택했다.
그렇기에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젊은 남성 표심 잡기에 주력했다. 그는 지난 10월 27일 뉴욕 매디슨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유세에 화이트 대표, 전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 등과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화이트 회장의 열성적인 마케팅과 트럼프 당선인의 '강한 남성'을 부각하는 전략이 먹혀들며 18~29세 미국 남성의 56%는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젋은 남성들로부터 단 42%의 선택을 받았다. 만약 트럼프 당선인이 젊은 남성 유권자를 모으는 데 소홀했다면 18~29세 미국 여성의 58%의 표를 얻은 해리스 부통령 패했을지도 모른다. 젊은 여성 유권자로부터 벌어진 표 차이를 젊은 남성 유권자로 상쇄한 셈이 됐다.
"가장 위대한 컴백" UFC가 치켜세우자, 트럼프 주먹 '불끈'
정확한 의도를 알 수 없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7일 자신의 유세가 펼쳐졌던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UFC 309-존 존스 vs 스티페 미오치치' 경기에 모습을 보였다. 마치 화이트 회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보였다는 추측이 많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경기장 방문은 비밀리에 이뤄져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전날 열렸던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참석 여부를 묻는 말에 화이트 회장은 확인을 거부했다. 이에 더 미궁 속으로 빠졌던 트럼프 당선인의 참석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그가 당일 경기장에 나타나자 더욱 화제가 됐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이날 행보는 그가 단순히 UFC의 팬이기에 방문한 것이 아니었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젊은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참석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돈다.
실제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머스크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로버트 F.케네디 주니어,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 그리고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동행한 그는 옥타곤 맨 앞에 앉아 미국 선수들을 응원했다.
UFC 측도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을 탈환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방영하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컴백"이라고 칭송했다. UFC 현지 팬들은 박수를 보냈고, 트럼프 당선인도 주먹을 불끈 쥐며 화답했다.
UFC 309의 경기가 끝난 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SNS에 "고마워요 화이트 회장, 그리고 UFC 309"라는 게시글과 함께 UFC가 만든 자신의 영상을 게시해 감사를 표했다. 그야말로 트럼프 당선인과 머스크의 UFC 경기장 방문은 대선 기간 외친 '하나의 미국', '강한 미국'을 더욱 연상하게 만들었다. 경기장을 찾은 UFC 현지 팬들의 마음까지 들썩이게 하는 효과도 나왔다.
'골프광' 트럼프에 '골프 세리머니' 선보인 니컬…트레이드 춤으로 미소 유발한 존스
선수들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존재를 의식했다. 미들급에서 영국 선수인 폴 크레이그를 꺾은 미국 선수 보 니컬은 트럼프 당선인 앞에서 골프 세리머니를 펼쳤다. 트럼프 당선인은 평소 '골프광'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니컬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포착됐다.
메인 이벤트에 나섰던 UFC 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는 스티페 미오치치에게 3라운드 TKO 승리를 거둔 뒤 트럼프 당선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손을 앞뒤로 뻗는 춤을 춰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당선인도 존스의 행동에 미소를 지었다. 승리 후 이뤄진 인터뷰에서 존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이 자리에 와줘서 고맙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시그니처 춤을 다시 보여줘 웃음을 자아냈다.
미소 떠나지 않은 화이트…화제성과 수익 다 잡았을 거라 예측
평소 UFC는 주로 마니아들만의 스포츠로 여겨진다. 피가 터지는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의 의견은 "잔인하다"와 "생동감 넘친다"는 등으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트럼프 당선인과 머스크 등 차기 미국 행정부 주요 인사들의 참석으로 전 세계인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날 경기에 관한 미국 현지의 정확한 시청률과 PPV(페이퍼뷰)는 공개되지 않았다. 역대급 매치로 불린 존스와 미오치치의 경기였기에 꽤 높은 기록을 세웠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머스크의 등장이 해당 경기에 대한 관심을 더 높였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예측 가능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두 사람이 모습을 비치자 많은 외신이 UFC 기사를 연신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처럼 트럼프 당선인의 등장은 현지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를 토대로 살펴볼 때 UFC가 막대한 PPV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측됐다. 그래서였을까. 이날 화이트 회장의 입가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이를 통해 보면 근래 UFC 매치 중 최고의 화젯거리였던 존스와 미오치치의 헤비급 맞대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 인물은 트럼프 당선인이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아주경제=이건희 기자 topkeontop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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