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커피’는 <뉴스타파 v. 윤석열> 사건, 이른바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의 키워드로 작동해 왔다. 보도 정확하게 말하면 이 사건의 본질을 가리고, 국민을 속이는 키워드 역할을 했다.
지난해 9월 검찰이 뉴스타파 등 비판언론을 상대로 수사에 나선 직후 검찰, 대통령실과 정부, 국민의힘 은 이른바 ‘윤석열 커피’ 프레임을 일제히 퍼뜨리기 시작했다. “뉴스타파가 대선 3일 전, ‘2011년 대검중수부 부산저축은행 수사팀장이던 윤석열 검사가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에게 커피를 한 잔 타준 뒤 수사를 무마했다’고 보도했다”는 내용이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도 이런 주장에 가세했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다.
○ 기자: 뉴스타파 입장은 사적 대화가 이어져서 매끄럽게 편집한 정도였다. 그리고 중수부의 윤석열 라인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취지에는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는데.‘윤석열 커피’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 한동훈 법무부장관: 거기(뉴스타파 보도) 보면 분명히 ‘윤석열 후보가 커피 타줬다’란 말이 돼 있잖아요. 기자님, 그걸 취지라고 퉁쳐서 얘기할 수 있는 겁니까? 그렇죠?
- 한동훈 법무부장관 발언 (2023.9.8.)
대선을 6개월쯤 앞둔 2021년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중수부 검사 시절 대장동 대출 브로커를 봐주기 수사했다’는 의혹이 경향신문, 뉴스버스 등을 통해 처음 제기됐다. 이어 2022년 2월, JTBC는 대장동 업자 남욱의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 공개했다. 이후 이른바 ‘윤석열 커피’ 논란이 시작됐다. 문제의 남욱 진술은 아래와 같은 한 줄로 요약된다.
‘2011년 대검중수부 부산저축은행 수사팀 주임검사였던 윤석열이 당시 수사 대상자였던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에게 커피 한 잔 타 주고 조우형 관련 범죄를 덮었다.’
남욱은 2021년 11월 검찰 조사에서 조우형과 김만배에게 위와 같은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남욱의 검찰 진술은 2022년 2월 JTBC가 보도하면서 알려졌고, 이후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다.
그리고 대선 3일 전인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가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공개했다. 김만배가 신학림에게 한 말의 요지는 ‘김만배 자신이 윤석열 대검중수부 부산저축은행 수사팀 주임검사와 통하는 박영수 변호사를 조우형에게 소개했다’, ‘2011년 조우형이 대검중수부에 들어가 커피 한 잔 얻어 마시고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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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4일, 검찰이 뉴스타파의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가 허위라며 뉴스타파 뉴스룸과 한상진, 봉지욱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에 나섰다. 곧바로 대통령실과 여당인 국민의힘,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가세했다. ‘사형에 처해야 할 국기문란’, ‘대선 개입 여론조작’ 같은 말이 난무했다. 모두 대선 3일 전 뉴스타파 보도(‘김만배 녹취록’ 보도)와 앞선 JTBC 보도를 문제삼는 말이었다.
검찰 수사와 동시에 ‘뉴스타파가 윤석열 커피 보도’ 주장이 다시 시작됐다.
뉴스타파하고 JTBC는 조사해 볼 필요가 있는 게, 뉴스타파가 최근에 문제가 되니까 70 몇 분짜리를 무삭제로 공개했잖아요. 무삭제 공개한 거 보니까 관심가는 대목을 보니까 이미 그 녹취에 김만배가 2021년 9월달에도 조우형에게 커피 타 준 게 검사들도 아니고 윤석열도 아니라고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뉴스타파는 대선 3일 전에 그걸 빼고 그것만 삭제해서 조우형에게 윤석열이 커피 타 준 걸로 조작해서 낸 겁니다. 이건 무언가 의도가 있고...하지만 뉴스타파는 ‘윤석열이 커피를 조우형에게 타 줬다’라고 보도한 사실 자체가 없다. 뉴스타파는 대선 3일 전 보도에서 대검중수부 조사를 받는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준 사람은 윤석열 주임검사의 부하였던 박OO 검사라고 보도했다. ‘김만배 녹취록’에서 김만배가 한 말 그대로 인용해 보도했다. 다음은 뉴스타파 보도 중 해당 부분이다.
-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 (SBS 김태현의 정치쇼, 2023.9.15.)
○ 김만배: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이러면서...현재 검찰은 뉴스타파가 ‘김만배 녹취록’을 악의적으로 발췌 편집해 김만배의 말을 왜곡하고 대통령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 뉴스타파가 보도를 위해 불가피하게 편집한 내용에도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준 사람은 박 모 검사 혹은 검찰청 직원으로 돼 있다. 뉴스타파가 편집한 부분은 이렇다.● 신학림: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
○ 김만배:응. OOO 검사가 커피, 뭐 하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 ‘김만배 녹취록’ 중 일부 (2021.9.15.)
○ 신학림: 박영수 변호사가, 그 조우형한테 박영수를 소개해 주니까, 박영수가 윤석열하고 통화를 해서 그러면 조우형은 가가지고 박OO하고 커피 한잔 마시고 온 거야? 아니면 윤석열하고 마시고 온 거야?● 김만배: 아니, 아니, 혼자. 거기서 타주니까 직원들이. 차 한 잔 어떻게 마시겠어. 갖다 놨는데 못 마시고 나온 거지.
○ 신학림: 아니, 검사와 못 만나고 온 거야?
● 김만배: 아니, 검사를 만났는데...
○ 신학림: 검사, 누구 검사 만났는데?
● 김만배: 박OO를 만났는데. 박OO가 얽어 넣지 않고...
- ‘김만배 녹취록’ 중 일부 (202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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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선 3일 전 뉴스타파가 ‘윤석열 커피’를 보도하지 않았다는 건 이미 익히 확인된 사실이고, 이 사안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지난해 9월 7일 뉴스타파가 문제의 ‘김만배 녹취록’ 원본 음성파일을 전체 분량을 공개한 뒤 명확히 드러났다. 몇몇 언론사가 기존의 잘못된 주장을 바로 잡아 기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윤석열 커피를 보도했다는 허위 주장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됐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기자들을 모아 놓고 “거기(뉴스타파 보도) 보면 분명히 ‘윤석열 후보가 커피 타줬다’란 말이 돼 있잖아요”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린 바로 그 날, 윤재옥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내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만배 신학림의 허위인터뷰가 드러나면서 대선 공작의 실체가 계속해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뉴스타파의 의도적인 허위 보도 사실 또한 드러났습니다. 어제 뉴스타파는 결백하다는 듯이 72분 분량의 인터뷰 녹음파일을 공개했지만 내용을 들어보면 오히려 당시 윤석열 검사가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를 무마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타파는 거꾸로 윤석열 검사가 커피를 타주며 수사를 무마한 것처럼 가짜뉴스를 보도한 것입니다.‘뉴스타파가 윤석열 커피 보도’가 잘못된 주장이라는 지적도 드물지만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이 ‘윤석열 커피’를 거론하자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팩트체크에 나섰다. 노 의원은 “내가 전에도 말한 적이 있는데 잘 못 들었냐”며 박 의원의 말을 바로잡았다.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2023.9.8.)
○ 박정훈: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가 윤석열 당시 검사가 커피 타줬다는 허위보도를 한 거 알고 계시죠?
● 이진숙: 알고 있습니다.
○ 박정훈: 그 다음에 MBC가 어떻게 보도를 했죠?
● 이진숙: 제가 가장 근래에 있었던 허위 조작 보도 가운데 대표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신학림 김만배 가까 허위 인터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략)
○ 노종면: 이전 전체회의에서 제가 발언했던 내용을 잘 못 들으셨던 건지, 팩트와 관련된 건데요. 배치되는 말씀을 박 의원님께서 하셔서. 게다가 (이진숙) 후보자께서 위증에 해당할 수 있는 답변을 하셔서, 왜 위증에 해당할 수 있는지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뉴스타파 대선 직전 보도에는 윤석열 검사가 커피 타줬다는 얘기가 없어요. 뉴스타파 기사를 보시기는 봤습니까, 이 자리에 나오면서? 거기(뉴스타파 보도)에는 박OO 검사로 되어 있다고 제가 지난번 회의에서도 힘주어 말씀드렸어요. 적어도 팩트에 대해서는 확인하고 넘어가자는 취지죠.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202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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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윤석열 커피’ 문제는 <뉴스타파 v. 윤석열> 사건, 즉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검찰은 자신들이 법정에 부른 증인들을 상대로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묻고 있다. 그런데 검찰 측 증인들의 말이 서로 달라 또 다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22일과 29일 대장동 업자 남욱 변호사에 대한 검찰과 피고인 측의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앞서 밝힌대로 남욱은 2021년 11월 검찰에서 조우형과 김만배에게 들었다며 “대검중수부 윤석열 주임검사가 커피 한 잔 타주고 조우형 관련 범죄를 덮어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법정에서 남욱은 과거 자신의 진술을 모두 뒤집었다. “과거 진술은 모두 김만배의 지시에 따른 허위 진술이었다”는 것이다. 남욱은 “‘윤석열 커피’는 김만배가 지어낸 거짓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의 말은 달랐다. 조우형은 “대검중수부에 들어가 커피를 한 잔 얻어 마시고 온 건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자신에게 커피를 타 준 건 윤석열 주임검사의 부하직원인 박OO 검사였다고 했다. 커피를 얻어 먹었다는 시점만 다를 뿐, 사실상 ‘김만배 녹취록’과 같은 취지다. 조우형은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면 된다’는 말은 김만배가 아닌 박영수 변호사 측이 해 준 말”이라고도 했다.
김만배에게 얘기를 들었다는 남욱과 ‘커피’ 논란의 당사자인 조우형의 말이 완전히 달랐다.
커피를 누가 타줬건 핵심은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
조우형에게 누가 커피를 타 줬는가는 중요한 문제도 아니며,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의 쟁점도 아니다. 중요한 건 2011년 대검중수부 ‘윤석열 수사팀’이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을 봐준 사실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미 여러 번의 공판과 검찰이 법원에 낸 증거기록에서 새로운 사실이 여럿 확인되고 있다. 대검중수부 조사를 받은 조우형이 불입건된 뒤 자신의 변호를 맡은 대검중수부장 출신 박영수 변호사 측에 성공보수 1억 원을 지불한 사실,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대출에 여러 범죄 혐의가 있었으나 ‘윤석열 수사팀’이 이를 인지하고도 덮었던 사실, 부산저축은행과 아무 관련이 없는 대출 브로커 조우형이 대장동 불법대출을 진두지휘했음을 보여주는 증언과 기록 등이다. 모두 검찰과 대통령실 등의 그간 주장과 배치되는 증거다.
이런 증거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지만, 여전히 검찰과 윤석열 정권은 “대장동 대출은 수사대상이 아니었다”, “조우형은 수사대상자가 아닌 단순 참고인이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왜 수사 대상이 아니었고 왜 단순 참고인에 불과했는지에 대해선 말이 없다.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뉴스타파 v. 윤석열> 사건의 핵심 쟁점과 관련된 보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윤석열 커피’ 같은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를 퍼뜨려 여론을 왜곡하고 뉴스타파의 명예를 훼손한 정치인, 언론인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뉴스타파 최윤원 soulab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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