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참사 외면" 비판 시선도
미국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 계속"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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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분명히 시온주의자(유대 민족주의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한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이번 만남이 헤르초그 대통령과는 사실상 '고별 회담'이었다. 50여 년간 워싱턴에서 이스라엘 권익을 지지해 준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찬사'였다.
그러나 찝찝한 구석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10월 7일 발발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 인도주의적 비극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피 묻은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헤르초그 "요셉이 이스라엘 강하게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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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헤르초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지 행보를 한껏 치켜세웠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당신은 이스라엘에 매우 좋은 친구"라며 "성서는 '요셉이 이스라엘을 강하게 할 것'이라고 했는데, 대통령님(바이든)은 그것을 해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 이름인 '조지프(조)'의 표기가 구약성서 인물 '요셉'과 동일하다는 점을 고려해 언급한 칭찬이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스라엘에 대한 나의 (방어) 약속은 철통같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보는 아랍권 시선은 곱지 않다.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 비극이 계속되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압박하긴커녕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한껏 연출했다는 질타가 뒤따랐다. 튀르키예 아나돌루통신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극적으로 확대하고, 깨끗한 물과 식량 공급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두 정상은 (가자지구 인도주의 위기 관련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가자지구 위기 개선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12일 이스라엘군 공습을 피해 남부 지역으로 피란가고 있다. 가자=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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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날은 미국 국무부가 지난 30일간 가자지구 인도주의 상황을 평가한 끝에 "대(對)이스라엘 무기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한 당일이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미국 정부는 '가자지구 인도주의 위기를 개선하지 않으면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이스라엘 정부에 경고했는데, 그 이후 상황이 나아졌다는 게 미 국무부 판단이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가자지구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진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親)팔레스타인 진영은 격하게 반발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구호 단체들은 일제히 '지난 30일간 가자지구 인도주의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며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시늉만 하면서 워싱턴이 '가자지구 학살의 공모자'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눈속임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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