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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통째로 베이거나 말라죽는다…심각한 기후 불평등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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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상 기후가 우리 밥상까지 위협하는 문제 짚어보는 순서입니다. 지구 기온이 1도 오르면 세계 총생산이 12% 떨어진다, 줄어든 먹거리 생산량이, 소득과 성장률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인데요. 특히나 이런 피해는 저위도 즉, 적도에 가깝고 소득이 낮은 국가들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오늘(12일)은 그 가운데서도, 코코아와 커피 재배지가 몰려있는 가나와 베트남 현지에 가서, 그 심각성을 살펴봤습니다.

김형래, 김수영 기자가 차례로 전하겠습니다.

<김형래 기자>

아프리카 대륙 서부에 위치한 가나 공화국, 수도 아크라에서 100km 떨어진 최대 규모의 코코아 농장으로 향했습니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코코아 열매, 본격적인 수확을 앞둔 시기인데 열매 곳곳에서 시커먼 반점이 보입니다.

열매에 치명적인 곰팡이가 피는 '검은 꼬투리병'입니다.

현재 치료법이 없어 나무째 베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병이 급격하게 번진 건 열매가 성숙하는 올해 초 고온에다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압둘 마지드/코코아 농장 관리자 : 폭우가 쏟아지면 코코아 농장에 습하고 축축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여기서 곰팡이가 번식해 (코코아 열매의) 숨구멍을 감염시킵니다.]

이상기온으로 인한 폭우에 전염병까지 겹치면서 이 농장의 코코아 생산량은 45%나 줄어들었습니다.

수확한 코코아 열매를 받아 수출 전까지 보관하는 창고는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가나는 바로 옆 코트디부아르와 함께 전 세계 코코아 열매의 60% 이상을 생산합니다.

두 국가에서 연간 코코아 생산량이 급감하자, 공급 충격은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지난해 1월 톤당 2천600달러 수준이던 코코아 가격은 올해 4월엔 1만 1천 달러를 돌파했고, 현재도 고공행진 중입니다.

가나 수출의 12%를 차지하는 코코아 수출액이 1년 사이 3억 달러 넘게 급감하자 재정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조셉 아이두/가나 코코아위원회 위원장 : 우리는 코코아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연간 약 5억 달러를 빌리고 있습니다. (코코아를 다시 심는 데) 3년이 걸리고, 완전히 성숙하려면 7년이 더 걸립니다.]

최빈국인 서아프리카 지역의 낙후된 농업도 수급 안정을 더디게 하는 요인입니다.

[조셉 아이두/가나 코코아위원회 위원장 : 많은 농부들이 문맹입니다. 그들에게 적절한 생활 소득을 보장하지 못하다 보니 대부분의 농부들이 코코아 농장을 버리고 떠납니다.]

전 세계 초콜릿 업체들은 코코아 확보에 비상인 상황, 우리나라 업체도 코코아 씨앗을 수입해 공장에서 볶은 뒤 높은 압력으로 갈아내고, 설탕과 우유 등을 섞어 제품을 만드는데, 결국 올해 가격을 줄줄이 올렸고 초콜릿 과자와 케이크 가격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기후 흉작이 이어진다면 기호식품이 사치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과장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장예은·박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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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기자>

베트남 호치민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닥락성의 커피 산지, 올해 내내 극심한 가뭄에 이 농장에서는 일부 커피나무 관리를 포기했습니다.

푸르른 이 커피나무 잎과는 달리 조금만 이동을 해도 물이 부족해 잎이 이렇게 노랗게 변해버린 나무도 있습니다.

[응우옌 로안/커피 농장주 : 생산량이 60%에서 70%까지 감소할 수 있습니다. 물 부족으로 인해 나무의 뿌리가 약해지고, 잎은 마르고, 가지는 말라죽는 상태입니다.]

근처 다른 농장은 갑자기 불어닥친 이례적 돌풍에 커피나무 50그루가 부러지는 등 피해를 입었습니다.

[꾸안/커피 농장주 : 새로운 나무를 심고 수확하려면 5년이나 걸릴 수 있습니다.]

농장 깊숙한 곳까지 호스로 계속 물을 대 주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

[응우옌 루옌/커피 농장주 : 나무 그늘을 만들기 위해 '그늘목'을 심어 커피나무를 보호하고, 건조한 시기에 물이 부족하지 않도록 저수지를 만들어 물을 미리 저장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그나마 대규모 농장은 가능하지만 영세한 곳들은 경작을 포기해 버리면서 전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가운데 하나인 베트남의 지난해 생산량은 2022년 대비 10% 넘게 뚝 떨어졌습니다.

원두 생산 자체가 줄다 보니, 커피를 유통하고 수출하는 업체들도 비상입니다.

평소 같으면 창고에는 커피 원두가 저장돼 있어야 하지만, 빈 포대만 잔뜩 쌓여 있는 상태입니다.

베트남에서 40% 이상 생산되고 저가 커피에 주로 쓰이는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1t에 5천500달러까지 1년 새 무려 2배 넘게 뛰었습니다.

[츠엉 안/커피 수출업체 관계자 : 이전에는 커피 가격이 1kg당 3만동에서 4만동 사이였지만 올해는 심지어 13만 4천동까지 올랐습니다. 이는 지난 25~30년간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커피 재배면적 대비 생산성이 브라질, 콜롬비아 등보다 높았던 베트남이, 기후 흉작에는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겁니다.

베트남 정부가 관개시설 설치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고, 브라질 등 주요 커피 생산국들도 뾰족한 수가 없다 보니 2050년까지 전 세계 커피 생산 면적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전 세계 기후와 소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구온난화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되면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등 저위도 국가에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헤르만 캄펜/ 독일 포츠담기후연구소 박사 : 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주로 저위도에 위치한) 저소득 국가들이 사회경제적 발전을 달성하는 데 방해를 받는다는 점입니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즉 기후 재난의 책임이 가장 적은 저소득 국가의 경제적 손실이 고소득 국가보다 61%나 크다는 것, 더 심각해지는 기후 불평등의 민낯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신세은, 디자인 : 이준호·장예은)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폭우 쏟아지자 코코아에 곰팡이병…초콜릿 업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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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래 기자 mrae@sbs.co.kr
김수영 기자 sw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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