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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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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될까말까 순간에…정작 당사자 이시바는 꾸벅꾸벅 졸았다[줌인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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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하고 2기 정권을 지난 11일 출범시켰습니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결선투표까지 가면서 이시바 총리가 연임을 확정 지은 것인데요. 그런데 '한 장면'이 일본인들 사이에 화제가 되면서 이시바 총리가 구설에 올랐습니다. 총리 지명 선거 중 '고개 숙인' 이시바 총리의 모습 때문인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꾸뻑 졸았나, 감기약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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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소집된 특별국회에서 총리 지명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옆에 앉은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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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으로 중계된 결선투표 모습은 일본인 사이에서도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총리 지명 선거가 1차로 끝나지 않고 결선까지 간 것이 30년 만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의원 이름을 부르면 각자 나와 투표함에 이름을 적은 종이를 넣는 방식으로 투표가 이뤄지는데요, 마침 이시바 총리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안경을 벗은 채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인 모습이 한동안 비춰진 겁니다. 옆자리에 앉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이 물끄러미 쳐다보는 모습도 찍혔습니다. 우연일까요. 먼 발치에서 총리를 불편한 시선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바라보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의 모습도 전파를 탔습니다.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이시바 총리는 눈을 떴습니다. 전체 465표 가운데 221표를 얻어 총리 재지명이 확정되자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인사를 하기도 했지요. 그리고는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렸습니다. ‘제103대 내각총리대신으로 명받았다. 어려운 내외 환경 속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힘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이시바 총리가 너무 위기감이 없다”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이시바는 총리가 되자마자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거를 치렀지만 15년 만에 처음으로 연립 여당(자민당+공명당)이 의석의 과반(233석)을 지키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습니다. 여소야대 국면을 맞이한 상황에서 '잠자는' 듯한 모습이 비쳤으니 '위기감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죠.

이시바 총리가 이끄는 정권의 2인자, 하야시 관방장관은 총리의 모습에 대해 “감기 기운이 있어 감기약을 복용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는데요. 실제로 이시바 총리가 투표 중에 잠을 잔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야당은 까칠한 반응을 내놨습니다. 일본유신회의 바바 노부유키(馬場伸幸) 대표는 “격무가 계속돼 피곤할 것”이라면서도 “삼권분립의 하나인 톱을 정하는 선거를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자는 건 조심성이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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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열린 특별국회에서 총리 지명선거 중 팔짱을 낀채 눈을 감고 있는 이시바 총리. 곁에 앉은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머리를 만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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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밭길 이어지는 이시바 총리



소수여당을 이끌게 된 이시바 총리 앞엔 산적한 숙제가 있습니다. 총리 연임을 하게 된 그가 처음 마주할 과제는 외교입니다. 이르면 15일부터 16일 사이에 이어지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추진한다는 교도통신의 보도가 있었는데요.

이시바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담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미·일 동맹 외에도 미·일 동맹을 확인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정상 간 관계를 중요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특성을 고려하면 골프도 마다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아사히신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트럼프 당시 대통령 사이의 통역을 담당했던 외교관을 재기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하더군요. 골프 회동을 다섯 번이나 할 정도로 '브로맨스'를 뽐냈던 아베의 방식을 따라가는 모양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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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이시바 제2기 내각 출범과 함께 각료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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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정치 상황은 더욱 복잡합니다. 여소야대 상황이라 내년도 예산안 통과부터 숙제입니다. 이시바 입장에선 총선 결과 의석수를 4배나 늘린 국민민주당(28석)과의 '부분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고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면 이시바 총리의 운명도 알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2기 내각 출범과 함께 오는 2030년까지 AI(인공지능)와 반도체 산업에 10조엔(약 91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오랜 경제침체 상황 탈출과 정치개혁까지 이시바 총리의 어깨는 무거워 보입니다.

이시바의 '우군'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공교롭게도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대표는 총리 지명 선거 당일 불륜 의혹 관련 보도를 인정하며 사과했습니다. 회견에서 눈시울을 붉힌 탓일까요. 마이니치에 따르면 다마키 대표 역시 이시바 총리처럼 ‘선잠’ 자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합니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일본 정치는 한동안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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