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 나단씨가 지난해 6월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희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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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자라는 개인 신념으로 신청한 대체복무를 거부 당하자 소송을 낸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나단씨가 대체역심사위원회(심사위)를 상대로 낸 대체역 편입신청 기각결정 취소소송에서 나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25일 확정했다.
나씨는 2020년 10월 “본인은 사회주의자로서, 자본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폭력기구인 군대에 입영할 수 없다”며 심사위에 대체복무를 신청했다. 심사위는 2021년 7월 “나씨는 모든 폭력과 전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지 않은 주체, 목적, 방법으로 행해지는 폭력과 전쟁에 한해 반대하고 있고, 이같은 신념은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나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는 심사위가 개인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신청을 기각한 첫 사례였다. 이후 병무청이 나씨에게 현역 입영을 통지하자 나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나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나씨가 주장하는 양심이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그 신념이 깊거나 확고하거나 진실하다고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씨의 양심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면 인격적 가치가 파멸될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이 아니라 ‘사상과 가치관’일 뿐이라는 취지의 판단이다.
나씨는 “교정시설은 국가 폭력이 자행됐던 기관이기도 하지만 사회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교정시설에서의 대체복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같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군대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비판적인 관점으로 거부하면서, 교정시설에 대해서는 비교적 너그러운 관점으로 수용하는 이유에 대한 원고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이어 “나씨가 군대가 잘못 기능했던 과거의 역사만을 강조하면서 오늘날의 변화된 현실과 국민의 생명 보호 등 군대의 긍정적인 측면은 외면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수긍하고 나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우리 사회의 양심의 자유에 대한 인식이 편협하다는 것에 다시 한 번 개탄하게 된다”며 “이번 판결은 양심을 매우 협소하게 해석하고 기계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양심의 자유에 대한 인식을 매우 후퇴시켰다”고 비판했다.
☞ 대체역 있어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여전히 소송 중···1심 법원은 기각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209301503001
☞ 양심 보호한다더니···법원,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역 소송 또 기각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05161524001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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