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통화정책 완화 조정 바람직"…수차례 인하 압박
이창용 "금리 인하 만병통치약 아냐…구조적 요인 따져야"
이달 말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또다시 금리 인하를 채근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를 KDI가 대변해주는 모양새여서 한은도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KDI는 11일 '최근 물가 변동 요인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유지되면서 물가에 대한 하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거시정책 기조도 이에 맞춰 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1.6%)에 이어 10월에도 1.3%로 하향 안정화하는 추세다. 2021년 1월(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KDI는 이어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를 하회하는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지 않도록 통화정책의 긴축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가가 잡힌 걸 넘어 너무 하락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부연 설명도 곁들였다. 통화정책은 재정정책에 비해 물가 상승률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KDI는 분석했다. 기준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물가 상승률은 3분기 후 최대 0.2%포인트 상승한 뒤 2년간 영향을 미친다. 반면 정부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포인트 증가하면 물가 상승률이 같은 분기에 0.2%포인트 반응한 뒤 1년여 동안 영향을 미친다.
황선주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2022년 이후 누적된 고금리가 최근 물가를 0.8%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기준금리 결정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물가를 바탕으로 평가했을 때 현재는 금리를 완화적 방향으로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DI가 금리를 내리라고 재촉한 게 처음도 아니다. 지난 8월에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추며 "고금리 장기화로 소비 여력이 줄었다"고 이른바 '실기론'을 제기했다.
한은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지난달에도 '10월 경제동향'에서 고금리를 내수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고금리 때도 물가가 내려도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논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금리를 낮춰 경제성장만 높이는 게 중장기적으로 좋은 건지 따져봐야 한다"며 "여러 구조적인 요인을 같이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주경제=김성서 기자 biblekim@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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