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와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11일 중의원 의원 자격으로 국회 총리 선출 선거에 참석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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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1일 30년 만에 국회에서 결선투표까지 치른 끝에 총리 자리를 지켰다. 지난달 조기 총선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도 확보하지 못하는 참패를 한 탓에 벌어진 풍경으로 이시바 내각의 국정 운영이 매우 불안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11일 도쿄 국회에서 열린 중의원(하원) 총리 지명 선거 결선투표에서 전체 465표 가운데 221표를 얻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160표)를 꺾고 일본 103대 총리로 선출됐다.
1차 투표에서 이시바 총리가 221표, 제1야당 입헌민주당(148석) 노다 요시히코 대표 151표를 얻었다. 1차 투표에서 당선되려면 과반을 얻어야 하는데 이시바 총리는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일본유신회(38석)와 국민민주당(28석) 의원들이 한쪽 편을 들지 않고 소속 당 대표에게 투표했으며, 2차 투표에서도 두 야당 의원 상당수가 소속 당 대표에게 투표해 무효표 처리됐다.
일본 총리 국회 선출 선거는 그동안 요식 행위인 경우가 많았다. 2012년 자민당 재집권 이후 자민당 단독 과반이 지난 총선 전까지 유지되어왔기 때문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가 실질적인 총리 선거 역할을 해왔다.
총리 선거 결선투표 실시는 1994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역대로도 1948년 이후 다섯번째에 불과하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9월27일 자민당 총재 선거 때 결선투표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을 꺾고 승리했다. 이후 지난달 1일 102대 총리에 오른 뒤, 지난달 9일 중의원 해산과 총선을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열린 조기 총선에서 연립여당 의석수를 합쳐도 215석으로 과반인 233석에 한참 미달해, 결선투표까지 치른 끝에 이날 103대 총리에 오르고 2기 내각을 간신히 출범시킬 수 있었다.
이시바 내각은 어렵사리 재출범했지만 야당 도움 없이 예산안과 각종 법안 통과가 불가능하다. 캐스팅보트를 쥔 야당인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은 “자민당과 협력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이시바 내각을 흔들고 있다. 이시바 내각은 일본유신회 등을 연립여당으로 끌어들이거나 사안별로 협력해야 하는 데, 어느 쪽도 쉽지 않다.
이런 사태의 배경에는 지난해 가을 일본을 흔든 자민당 파벌 비자금 사건에 대한 국민의 싸늘한 시선이 있다. 이날 발표된 아사히티브이(TV) 여론조사를 보면 자민당 파벌 비자금 사건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87%에 달했다.
자민당 내에는 노골적인 ‘반이시바 세력’도 존재한다. 이시바 총리와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투표에서 겨룬 극우 성향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당장 큰 움직임은 없지만 향후 이시바 끌어내리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외교·안보 분야도 불안 요소가 많다. 지난 5일 미국 대선에서 당선을 확정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면 과제다. 무역 상대국에 10~20%의 강력한 관세를 일괄 부과한다는 ‘보편적 기본 관세’를 예고했는데 일본 정부로선 뾰족한 대책이 없다. 트럼프 1기 때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했던 것과 비교하며, 이시바 총리의 대미 외교를 불안해하는 목소리도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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