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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볼 수 없는 최고이자 전설"…15개국 차트 휩쓴 '지드래곤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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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드래곤은 '파워' 뮤직비디오에서 영화 '트루먼쇼'의 마지막 장면을 오마주했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그려진 세트장을 탈출하는 모습. 사진 지드래곤 '파워'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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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아이콘’ 지드래곤이 지난달 31일 싱글 ‘파워’(POWER)를 발매하고 각종 차트를 휩쓸었다.

1일 기준 대만·홍콩·베트남 등 15개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에 올랐고, 중국 QQ뮤직에서도 데일리 싱글 차트 정상에 올랐다. 멜론에선 10일 기준 최상위권인 3위를 유지 중이다. 뮤직비디오도 공개 하루 만에 1000만 조회수를 돌파하는 등 공백기가 무색한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트루먼쇼’가 이런 느낌일까



‘파워’는 지드래곤이 2017년 미니앨범 ‘권지용’ 이후 7년 4개월 만에 내놓은 솔로곡이자, 창작자로서도 2022년 4월 나온 빅뱅 ‘봄 여름가을겨울’ 이후 오랜만의 신곡이다. 무엇보다 각종 소문과 억측 속에서 만든 솔로앨범의 선공개 곡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마약 누명을 비롯한 여러 루머 속에서 느낀 감정들을 ‘파워’ 가사에 담았다. 짜깁기 영상들로 온라인에서 루머가 빠르게 퍼져나갔던 것을 ‘애들이 나보고 개꿀이라더군/ 댓글 리플 관종 걔들 입틀막고…억까 짤 퍼다 샬라샬라하다가 shout out’이란 노랫말로 표현했다. ‘I don’t give a 쉬-잇 웃다 끝 돈 기부 억 씨-익/ 권력오남용 묻고 관용 천재 지병 불가항력’이라는 가사는 누명으로 곤욕을 치른 후 마약 퇴치 재단을 설립하고 기부한 일을 함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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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스케일의 '파워' 안무 영상. 사진 갤럭시코퍼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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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는 영화 ‘트루먼쇼’(1998)와 닮았다. 트루먼(짐 캐리)은 일상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거대한 리얼리티쇼 안에 사는 사람이다. ‘꼬마 룰라’ 활동부터 어린 시절 데뷔해 언제나 미디어에 노출된 삶을 살았던 지드래곤은 이 주인공에 공감했다.

방송 시작을 알리는 듯 ‘파워’ 조명이 켜지면서 시작되는 뮤직비디오엔 지드래곤이 출연한 예능 세트장, 뉴스 스튜디오 등을 넣었다. 트루먼이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그려진 세트를 떠나는 영화 속 장면처럼, 세트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고 통통 점프하고 즐거워하는 지드래곤의 모습으로 끝난다.

미디어가 가진 힘에 대한 풍자를 노랫말과 영상으로 보여준 그는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tvN)에 출연해 “6살 때부터 연습생, 19살에 데뷔를 해서 내년에 군대 갈 나이가 됐는데 권지용으로 산 것이 4~5년에 불과하더라. 나머지는 연습생 아니면 지드래곤으로 살아왔다. 모든 일상에서는 작업실을 떠나본 적이 없었다. ‘트루먼쇼’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다. 많은 사람이 좋아해 주고 사랑해주는 걸 알지만, 동시에 보여주기 싫은 모습도 있었고 여러 생각이 겹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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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에서 내린 지드래곤. 보자기를 둘러쓴 패션이 인상적이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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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다워서 아름다워”



노래엔 지드래곤으로 보여줄 자신감도 담겼다. Übermensch(위버멘쉬, 니체가 삶의 목표로 제시한 인간상), ur boy(당신의 소년), 2세대 한정품이 세기의 완성품(2세대 아이돌 그룹인 '빅뱅'으로 데뷔), 글로 발명품(직접 히트곡을 쓰는 글로벌 아티스트), ‘GOAT’ the livin’ legend(넘볼 수 없는 역대 최고이자 살아있는 전설), 4ever royal(영원한 킹), 미르시여 88날(1988년생 용띠) 등 ‘파워’ 안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다양한 수식어로 자존감을 되찾았다.

세상을 지배하는 여성 파워를 노래한 비욘세 ‘런 더 월드’(Run the World, 2011), 힙합 역사상 최대의 히트곡인 닥터 드레 ‘낫띵 벗 어 지 땡’(Nuthin' but a ‘G’ Thang, 1992)을 오마주한 가사로 위트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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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파워'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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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과 '용'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바탕에 두고 통속적인 이야기를 꺼낸 ‘파워’의 문법은 지드래곤의 전작 ‘원 오브 어 카인드’ 등을 떠올리게 한다. 7년 공백을 메우기 위해 트렌드를 따른다거나,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려 하지 않고 대중과의 접점에 집중했다. 익숙함부터 꺼내 대중에게 반가움을 줬다는 평가다. 가사에도 “나는 나다워서 아름다워”라고 적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2010년대 지드래곤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 유행했던 장르다. 대중이 기억하고 있는 재치 있고 자신감 있는 본인 이미지를 꺼낸 것이 이 곡의 의도”라면서 “그 시절 지드래곤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남다른 의미를 갖게 하고, 요즘의 리스너에게는 앞으로의 활동을 예고하는 차원의 싱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자기 패션도 유행할까



지드래곤은 음악 못지 않게 트렌드메이커로서의 이미지도 강하다. 컴백과 함께 유행도 시작됐다. 그동안 그가 유행시킨 아이템은 하이탑 운동화, 배기 바지, 남성 트위드 재킷, 벙거지, 울프컷 등 다양하다. 최근엔 그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포착된 두피 마사지와 지압 슬리퍼 등 1만원 대의 저렴한 소품들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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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에는 홍콩에서 열리는 샤넬 ‘2024/25 크루즈 레플리카 쇼’ 참석을 위해 인천공항에 테슬라 사이버 트럭을 타고 온 지드래곤이 캡 모자에 보자기를 둘러 눈길을 끌었다. 7일 입국할 때도 마찬가지로 보자기를 두르고 있었다. 그의 보자기 패션은 뮤직비디오와 안무 영상 등 최근 모습에서 자주 등장한다. 고급 스카프처럼 스타일링한 창의적인 시도로, 올해 새로운 유행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지드래곤은 월드 투어와 함께 새 앨범 활동을 이어간다. ‘파워’ 뮤직비디오로 8곡이 담길 앨범 스포일러를 했고, 지난 9월엔 카이스트 기술을 접목해 세상에 없는 콘서트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지드래곤은 지난 6월 ‘엔터테크’(엔터테인먼트의 핵심 가치인 지식재산권 및 콘텐트에 기술을 결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 연구를 위한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초빙교수로 임용됐다. 소속사 갤럭시코퍼레이션의 최용호 최고행복책임자는 “지드래곤과 라스베이거스 스피어돔을 보면서 여러 아이디어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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