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한국 경제 영향 전망
보호무역 강화로 관세전쟁 오면
전세계 교역 규모 축소로 악영향
美 우선주의 노골화로 통상 압박
IRA 보조금 등 혜택 축소 우려
국내 차·배터리 업체에 타격 집중
“트럼프 취임전까지 전략 수정을”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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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으로 국내 통상 여건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7일 입을 모았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글로벌리스크팀장은 “전반적으로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보편적 관세를 올리면 전 세계적으로 무역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편적 관세 인상 시 나라별 영향도에 차이는 있겠으나 교역 규모 자체가 축소되고 우리나라로 연쇄적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품목 관세와 보편적 관세가 걱정된다”며 “보편적 관세는 워낙 파급력이 커 극단적인 경우에는 (교역량 위축으로) 1930년대 대공황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중 갈등도 앞으로 통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이 팀장은 미·중 갈등 심화 시 우리나라에도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많다고 예측했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동맹국과 협조해서 중국을 억제하는 방식이라면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과 일대일로 붙어서 훨씬 강압적으로, 동맹국에도 원하는 걸 요구할 유형”이라며 “대(對)중국이든 대미국이든 우리 수출 감소 폭이 작다고 해도 한국이 다른 나라에 중간재를 수출할 때 피해를 볼 수 있어 직간접적으로 다 연관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실장은 미·중 갈등이 국내에 새로운 기회가 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조 실장은 한국이 받을 영향 정도를 “중국의 대응에 달렸다”고 봤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을 더 세게 압박하긴 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산과 경쟁하는 기업이나 상품은 한국산이 미국 시장에 좀 더 진출할 기회를 잡을 수 있어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내다봤다.
조성대 무협 실장(왼쪽부터), 이태규 한경연 팀장, 서지용 상명대 교수, 주원 현대경제연 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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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세제 혜택을 노리고 현지 투자를 늘렸다.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초 ‘민주당 색 빼기’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돼 IRA 혜택도 축소되거나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조 실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직접적인 보조금 혜택을 싫어한다”며 “대통령이 마음대로 법을 바꾸지는 못해도 행정명령으로 세제 혜택 축소 조치는 할 수 있겠다”고 분석했다.
무역협회의 ‘2024 미국 선거와 통상환경 전망’ 보고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IRA를 ‘녹색사기’라 비난하며 폐기를 공언했지만, 친환경 투자가 많이 이뤄진 주를 중심으로 공화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다”며 “공약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팀장은 IRA가 폐지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 공화당이 양원을 차지할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IRA를 폐지하겠다고 결심하면 충분히 의회 동의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IRA 폐지 시 자동차, 배터리 등 보조금 관련 모든 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기까지 약 두 달간 위기를 기회로 바꿀 대응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미국 내에서 이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판매량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정권 변화에 발맞춰 경영전략을 수정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 실장은 “한국 기업의 투자 증가로 경제에 도움이 됐다는 점을 미 의회나 행정부에 계속 강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트럼프 1기를 기억하는 미국 측에서 2기 때에는 우리가 빠져나가지 못할 안을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며 “부정적일 가능성이 더 커서 철저한 준비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 트럼프 2.0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대미 투자 실적을 레버리지 삼아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미국 태도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그동안 중국이 압도적이던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미 시장을 새롭게 발굴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유빈·이도형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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