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고…항변하고…활짝 웃고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에서 국내외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며 다양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15분간 약 3400자 분량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125분에 걸쳐 총 26개의 질문에 답변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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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여사 논란 등에 대해 전격 사과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반을 돌아보고 국민들께 감사와 사과 말씀을 드려야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에서 제기하는 이른바 김 여사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추천하면 수용하겠지만 야당의 특검 추진에 대해서는 "삼권분립에 위반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15분간 대국민 담화문을 낭독하고, 곧바로 낮 12시 20분까지 약 125분 동안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담화문과 기자회견을 합해 사과로 볼 수 있는 표현이 총 12번 들어갔다. '사과' 8번, '잘못' 1번, '불찰' 1번, '부덕의 소치' 1번, '죄송' 1번 등이다. 기자회견에서는 모두 26명의 기자가 윤 대통령에게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질문을 던졌다. 대다수 질의는 예상대로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쏠렸다. 윤 대통령은 일단 김 여사의 대외 활동을 대폭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외교 등 불가피할 때는 예외라는 점도 밝혔다.
대통령실은 앞으로 의전·외교 외에 김 여사의 외부 활동은 중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활동도 영부인 배석이 반드시 필요한 행사인지 사전 검토를 거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영부인을 공식 보좌하는 조직인 제2부속실도 금명간 가동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제2부속실장 발령을 냈다"며 "같이 일할 직원들도 금명간 다 뽑을 것이고 제2부속실 사무실도 거의 공사가 끝났다"고 말했다. 제2부속실장직은 장순칠 시민사회2비서관이 맡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활동이 많이 줄어드니까 꼭 해야 될 것을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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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자신과 김 여사의 휴대폰 관리가 더 철저해야 했다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2021년 대선 후보 시절 일화를 소개하며 "하루 종일 사람들 만나고 집에 와서 쓰러져 잔 뒤 아침에 일어나 보면 (김 여사가) 새벽 5~6시인데 안 자고 엎드려서 제 휴대폰을 놓고 계속 답하고 있다"며 "그래서 '미쳤냐. 지금 잠 안 자고 뭐하는 거냐' 그랬더니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고맙다라든지 잘하겠다라든지 답을 해줘야지' 그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누구한테 도움을 받으면 인연을 못 끊고 말 한마디라도 고맙다고 얘기해야 된다는 걸 가지고 있다 보니 문제가 좀 생긴 것 같다"며 "나중에 무분별하게 언론에 (통화 내용이) 이렇게 나오고, 이럴 거란 생각을 못했던 것 같은데 전부 제 책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앞으로 부부싸움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어떤 면에서 보면 (아내가) 순진한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업무용과 별도로 검사 시절에 쓰던 휴대폰 번호를 국민 목소리를 살피는 용도로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날 공개했다. 개인폰 번호로 비판 문자 등을 보내는 사례가 많아 이를 통해 민심을 듣고자 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런 것들을 미리미리 전직 대통령 때의 프로토콜대로 싹 바꿨으면 되는데, 저 자신부터 못했기 때문에 문제들의 발생 원인의 근본은 저한테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부부는 전화번호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아내가 의도적인 악마화나 가짜뉴스, 침소봉대로 억울함이 있겠지만 그보다는 국민이 걱정하고 속상해하시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훨씬 더 많다"며 "(회견을 앞두고) 아내가 저 보고 '괜히 임기 반환점이라고 해서 그동안의 국정 성과만 얘기하지 말고 사과를 많이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줄곧 김 여사의 여러 활동이 '국정농단'이 아니라 '내조'에 가까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특히 김 여사가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주도한다는 일각의 의혹 제기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윤 대통령은 소위 '김건희 라인'의 실체가 존재하느냐는 질문에 "김건희 라인이라는 말이 굉장히 부정적인 소리로 들린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육영수 여사도 입바른 소리로 '청와대 야당'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에 대한 아내로서의 조언을 국정농단화시키는 것은 우리 정치 문화상으로도 맞지 않는 걸로 본다"면서도 "자기 일 안하고 엉뚱한 짓이나 하면서 말썽을 피우고 하면 계통대로 조사하고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특검법 수용 여부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특검을 하니 마니를 국회가 결정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며 "명백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삼권분립 체계에 위반되기 때문"이라고 반대 방침에 못을 박았다.
특히 특검을 가리켜 "사법 작용이 아닌 정치 선동"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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