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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그린피스 “장항습지 쓰레기 4000여개 중 99%가 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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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구속력을 가진 플라스틱 오염 감축 협약 제정을 위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가 한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한강 하구에 플라스틱 생활 쓰레기가 쌓여가고 있다는 환경단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량이 가장 많은 생수·음료 플라스틱병의 브랜드를 따져보니 롯데칠성과 코카콜라가 식별 가능한 병의 절반 이상(54%)을 차지했다.

그린피스가 7일 발표한 ‘2024 한강하구 플라스틱 조사’에 따르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저어새의 서식처이기도 한 장항습지에서 발견된 쓰레기는 총 4006개였고, 이 중 플라스틱 쓰레기는 3945개로 98.5%에 달한다. 이 중 스티로폼 포장재가 3237개(82.1%)로 가장 많았고, 플라스틱 병은 605개(15.3%)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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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습지 내 새들이 플라스틱 쓰레기 위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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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는 한국, 대만, 홍콩에서 각 지역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조사하는 그린피스 동아시아 공동 조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8월 한강 하구에 드론을 띄워 조사했다.

장항습지에서 확인된 스티로폼 포장재는 굴이나 김 양식용 부표가 주를 이루는 해안 쓰레기가 아니라 신선식품 배달용 포장 상자나 수산물 상자를 포함한 생활 쓰레기로 추정됐다. 또한 스티로폼이 파편으로 쉽게 쪼개지는 특성으로 인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플라스틱 병은 대부분 생수나 PET병이었다. 이는 그린피스가 지난 4년간 진행한 플라스틱 배출 기업 조사 결과와 유사하다.

2020년부터 2023년 플라스틱 배출 기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중 70% 이상이 식품 포장재였으며, 이 중 음료 포장재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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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습지에서 서식하는 말똥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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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량이 가장 높은 생수 및 음료류 기업 순위도 공개됐다. 조사된 605개의 플라스틱 병 중 브랜드 식별이 가능한 33개를 분석한 결과, 롯데칠성과 코카콜라가 전체의 절반 이상(54%)을 차지했다.

그린피스는 “장항습지는 육상 쓰레기가 해양으로 유입되는 관문 역할을 하며, 도시 쓰레기의 특성을 파악하기에 적합한 장소“라며 “생태적 가치가 높아 람사르 습지로 등재된 장항습지를 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플라스틱 오염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조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민간인 출입이 불가한 장항 습지의 특성상 이번 조사에는 드론과 인공지능(AI) 기술이 활용됐다고 한다. 그린피스는 “드론으로 장항습지 일대를 촬영한 후 AI 기술과 육안으로 촬영된 쓰레기의 종류와 배출 기업 정보를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과 함께 분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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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습지 내 스티로폼과 페트병 쓰레기 사이에서 서식하는 왜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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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멀리서 본 장항습지는 평화로워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동물들이 서식하는 모든 공간에 플라스틱이 침투해 있었다”며 “플라스틱 쓰레기 파편 사이를 헤엄치는 오리와 스티로폼, 페트병 쓰레기 사이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말똥게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는 “플라스틱은 이미 공기와 물 등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곳에 존재하며, 우리의 몸속에도 침투하고 있다”며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생산 감축 목표 담은 협약이 절실하다. 이번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 회의에서 플라스틱 생산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목표 설정과 오염을 유발하는 석유화학과 대형소비재기업을 포함한 기업에 대한 적절한 책임 부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 과정에 INC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해왔다. 그린피스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며, 인간의 건강에 해를 끼치는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2040년까지 플라스틱 총 생산량을 최소 75% 이상 감축하는 목표를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포함해야 한다고 각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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