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도널드 트럼프 리턴매치로 시작
투표 3개월 전 민주당, 해리스로 후보 교체
트럼프, 암살 시도 겪고 사법 리스크 돌파도
민주·공화 후보확정 후 역대급 초접전 구도
5일(현지시간) 치러지는 2024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 역사상 처음으로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으며, 공화당 후보가 두 차례 암살 시도에 직면하는 등 반전과 극적 상황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7월 24일 밤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통령 재선 도전 포기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로이터] |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 도중 총격을 받은 뒤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대피하면서 지지자에게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AP] |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8월 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고 있는 모습 [AFP] |
11·5 미국 대통령 선거전은 투표일 3개월 여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가 교체되는가 하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두 차례 암살 시도에 직면하는 등 어느 정치 드라마도 상상하기 어려운 반전과 극적 상황의 연속이었다.
이번 대선은 6월 말 이전까지만 해도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재선 실패 후 대권 재도전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리턴 매치’이자 역대 최고령 후보의 대결 구도였다.
2016년 공화당 후보로 대선에서 승리해 2017∼2021년 대통령으로 재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에 패한 뒤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결과에 불복했고, 2022년 11월에 대권 재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선을 막으며 당선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누차 제기된 고령(81세)에 따른 건강과 인지력 논란 속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선언한 지 5개월 후인 작년 4월 역시 재선 도전 계획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각 당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여름에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형식적 후보 선출 절차와 후보 수락 연설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6월 27일 CNN 주최로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TV 토론이 지각 변동을 몰고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에 따른 건강과 인지력 저하 논란을 증폭시키면서 ‘후보교체론’이 비등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TV토론 당일 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등의 설명과 함께 ‘버티기 모드’를 한동안 이어갔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전까지 박빙 구도였던 바이든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점점 벌려 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하는 공화당 전당대회(7월 15∼18일)를 이틀 앞둔 7월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야외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아 오른쪽 귀를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단상 아래로 몸을 피했다가 상황 정리 후 이동하면서 성조기 아래에서 “파이트(Fight·싸우자)” 구호를 외치는 극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이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영웅 서사’와 ‘정치적 동력’을 제공했고, 이어진 공화당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관식’처럼 치러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중도층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온건 성향 인물 대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미국 우선주의’의 열렬한 지지자인 JD밴스 상원의원을 지명한 것도 대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로 읽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30일, 성추문 입막음돈 제공 관련 회사서류 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이 내려지면서 한때 위기를 맞았지만 자신이 재임 중 확고한 보수 우위(6대3)로 재편해 놓은 연방 대법원이 ‘구원의 동아줄’을 보냈다.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의 TV 토론 참패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상승이 교차하면서 지표면 아래에서 끓고 있던 마그마 같았던 민주당의 후보교체론이 터져 나왔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7월 21일 재선 포기를 선언함과 동시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자신을 대체할 대선 후보로 지지하면서 대선 국면은 또 한 번의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했다.
8월 19∼22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공식 선출된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냉담했던 적지 않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열정에 불을 지피며 무서운 기세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격해 나갔다.
전당대회에 앞서 부통령 후보로 발탁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도 자신을 택한 해리스 부통령과 좋은 호흡을 이루며 민주당 지지층에게 ‘해볼 만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상대 후보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음을 확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3 후보로 독자 출마에 나섰던 민주당의 정치 명문가 출신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의 지지를 얻는 데 공을 들였고, 결국 8월23일 그로부터 사실상의 대선 도전 포기 및 지지 선언을 받아냈다.
그리고 9월 10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후보 간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TV 토론(ABC방송 주최)에 나서며 정면 승부를 벌였다.
여기서 해리스가 산전수전 다 겪은 트럼프를 상대로 선전하며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으며 더욱 기세를 올렸다.
이후 9월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에 있는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경호를 맡은 비밀경호국(SS) 소속 요원들이 총을 든 채 매복해 있던 50대 남성을 적발해 제압함으로써 또 한 번의 암살 위기를 넘기며 지지층 안에서 ‘불사조’의 서사를 추가했다. 선거를 하루 앞둔 4일까지 해리스와 트럼프는 역대급 초박빙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정목희 기자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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