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대홍수 늑장대응에 민심 분노…국왕에 진흙세례

수해현장 찾은 스페인 국왕·왕비·총리

일부 주민들 욕설하고 진흙 던져 시위

경호원 부상…항의 탓에 교외 방문 중단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스페인 대홍수로 큰 피해를 본 현장을 찾은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욕설과 함께 진흙을 던진 분노한 수재민들의 항의 탓에 교외 방문을 중단했다.

3일(현지시간) 폭우로 홍수가 발생한 스페인 발렌시아 인근 파이포르타를 방문한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에게 사람들이 진흙을 던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펠리페 6세는 이번 수해로 최소 62명 사망자가 나온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레티시아 왕비, 산체스 총리,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와 함께 방문했다.

성난 주민들은 피해 지역을 걷는 펠리페 6세와 산체스 총리 일행을 에워싸고 진흙과 오물을 집어던졌다. 이들은 “살인자”라고 외치며, 홍수 위험성에 대한 당국의 늑장 경보와 재난 발생 시 응급 서비스의 늑장 대응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한 때부터 지역 주민에게 긴급 재난 안전문자가 발송되기까지 10시간 넘게 걸리는 등 당국의 미흡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과 함께 이후 수색과 복구 작업도 느리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스페인 왕실은 대중적인 이미지를 크게 신경 쓰며 국왕을 향해 물체를 던지거나 욕설을 퍼붓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이지만, 대규모 사상자로 인해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스페인의 펠리페 국왕과 레티시아 왕비가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인근 파이포르타에서 폭우로 홍수가 발생한 다나 피해 지역을 방문하면서 지휘 센터 밖에서 산불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날 경호원들이 급히 우산을 씌우며 보호했으나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는 얼굴과 옷에 진흙을 맞는 수모를 피할 순 없었다.

온라인에 공개된 영상에선 레티시아 왕비가 주민을 끌어안고 우는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그의 머리와 얼굴에는 진흙이 묻어 있었고, 경호원 중 한 명은 던진 물건에 맞아 얼굴에 피가 묻어 있었다.

산체스 총리는 이번 사건과 홍수로 인한 피해 복구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우리는 일부 지엽적인 행동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역사상 최악의 홍수로 여겨지는 지난달 29일 쏟아진 기습 폭우로 사망자 수는 이날 217명으로 증가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발레시아주에서 발생했으며, 그 가운데 벨렌시아주 파이포르타만 60명 이상이 사망했다. 수십 명의 소재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 약 3000가구가 여전히 단전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