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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팅글 소리 내는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 권우성 교수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려드린다는 게 굉장히 부끄럽네요. 그래도 졸지 말고 잘 집중해주면 좋겠습니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 권우성 교수가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댄 채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그가 학교 마스코트 '눈송이' 인형을 쓰다듬으며 듣기 편한 소리(팅글)와 함께 초미세 나노소재 '양자점'(퀀텀닷)을 설명하는 이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영상은 석 달 만에 조회수 34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숙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교수·동문 인터뷰 영상 조회수가 1천∼5천 회 수준인 것에 비교하면 폭발적인 수치입니다.
지난달 31일 언론과 만난 숙대 재학생 영상 제작팀 '숙튜디오' 학생들은 지난해부터 '교수님 ASMR' 영상을 제작해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창단 멤버 이지연(24) 씨는 "수능을 치른 뒤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수업만 들으면 잠이 잘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잘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학교 측과 교수들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나지 않는다거나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어색하다는 등의 이유로 섭외를 거절해 영상을 촬영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정유진(21) 씨는 "교수님들이 자기가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프롬프터도 봐야 하는데 민망해하시는 듯 해 실제 촬영도 쉽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유튜브 댓글과 교내외 뜨거운 반응은 큰 힘입니다.
노연주(20) 씨는 "'숙명여대가 아니라 숙면여대', '교수님이 팅글에 재능이 있다'는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유튜브에는 '숙대생도 아닌데 교수님 시리즈를 계속 들어와 듣고 있다. 숙대의 모든 것이 부럽다'라거나 '권 교수님 ASMR 들으면서 지식 + 스트레스 완화. 금상첨화 경험 중' 등의 호평 댓글이 달렸습니다.
영상의 주인공 권 교수는 2022년 숙대에서 선정한 '3년 연속 강의 우수 교원'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2020년에는 1학기 수업평가에서 전공 필수 4과목의 수업평가 공통평균 평점이 5.0 만점을 받기도 했습니다.
권 교수는 통화에서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너무 좋아 '졸지 말라'는 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ASMR 영상에 '졸리다'는 댓글이 달려 신선했다"고 했습니다.
권 교수는 "여태 수업을 재미있게 잘한 게 아니라, 학생들이 졸음을 참느라 고생한 게 아닐까 반성도 했다"며 웃었습니다.
(사진=유튜브 캡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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