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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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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장기' 80% 망가지기 전엔 증상 없다…수술도 힘든 이곳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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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장기’가 보내는 신호





간 기능 저하 주요 증상은 입냄새

가려움증, 부종은 신장 기능 문제

체중 줄고 명치 아프면 췌장 검사

간·신장·췌장은 소리 없이 병드는 ‘침묵의 장기’다. 증세가 심해지기 전까지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상이 생겨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관련 질환을 조기 발견하기 어렵다. 그만큼 치료가 까다롭고 예후가 나쁠 수밖에 없다. 증상을 자각했을 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원인 질환은 다르지만 증상은 유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평소 몸 상태를 유심히 관찰해 신체에 생긴 미세한 변화라도 주의 깊게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 침묵의 장기가 병들어갈 때 나타나는 신호와 특징을 알아본다.



간: 황달·손바닥 홍반·입 냄새



중앙일보

출처: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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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우리 몸의 ‘화학 공장’이다. 탄수화물과 지방, 호르몬, 비타민, 무기질 대사에 관여하고 소화 작용을 돕는 쓸개즙을 생산한다. 신체 내에서 합성되거나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각종 독소를 해독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기관이다. 그런데 간 기능이 저하되면 다양한 신체적 문제가 발생한다. 황달이 대표적이다. 간이 점점 손상되면 피부와 눈의 흰자가 누렇게 변하는 황달 징후가 명확하게 나타난다. 담즙의 구성 성분인 빌리루빈이 과도하게 쌓인 결과다. 보통 간이 빌리루빈을 제거하지만, 손상된 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빌리루빈의 혈중 수치가 높아져 황달을 유발한다.

간 기능 이상으로 황달이 심해지면 대변과 소변도 색이 짙어진다. 정상적인 대변은 황갈색, 소변은 맑은 노란빛을 띤다. 하지만 간에서 나오는 담즙의 흐름이 막히면 대변은 짙은 갈색으로, 소변은 더 누렇게 변한다. 빌리루빈이 담즙을 통해 대변으로 배설되지 않고 혈액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땐 신체 곳곳에 극심한 가려움증과 붉은 반점, 손바닥 홍반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지방간에서 간경화로 이행되는 시기에 주로 발견된다. 또한 간에서 해독되지 못한 노폐물은 심한 입 냄새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때 나는 입 냄새는 달걀 썩는 구린내와 시큼한 냄새를 풍기는 게 특징이다. 치아에 문제가 없는데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입 냄새가 계속된다면 간이 보내는 적신호임을 알아채고 건강 상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신장: 짙은 색 소변·가려움증·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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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콩팥)은 우리 몸에서 필터 역할을 담당한다. 노폐물을 여과하고 소변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혈액 속에 녹아 있는 노폐물을 소변으로 배출하면서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을 유지하는 식이다. 그런데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몸속 노폐물이 쌓이면서 단백질이 소변과 함께 빠져나온다. 이땐 소변에 비누를 풀어놓은 듯 거품이 많이 생긴다. 신장 문제를 알리는 대표적인 신호인 단백뇨다. 소량의 단백뇨라도 방치하면 신장 기능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 만약 급성 신장염이라면 콜라 색의 짙은 소변을 보기도 한다. 적혈구가 과다하게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소변 색이 짙어지는 경우다.

가려움증과 부종도 눈여겨봐야 할 증상이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피부가 쉽게 자극받아 가려움증을 느끼게 된다. 신장이 거르지 못해 몸속에 요독(尿毒)이 쌓여 나타나는 결과다. 만성 신부전증으로 혈액 투석을 받는 환자의 절반가량은 요독성 가려움증을 호소할 정도다. 또한 눈꺼풀 주변과 손발이 부으면서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 부종 부위를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면 압력 자국이 깊고 오래 남는다. 오목(함요) 부종에 해당하는 경우다. 부기는 안면부부터 시작해 심하면 전신에서 나타날 수 있다. 신장 기능이 망가져 만성 콩팥병으로 진행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수분과 염분 조절 능력이 급감해 부종은 물론 호흡곤란까지 동반할 수 있다.



췌장: 소화불량·체중 감소·당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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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은 침묵의 장기 중에서도 가장 위협적이다. 몸속 깊은 곳에 있어 이상 증세를 발견하기 어렵고, 혈관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수술하기도 힘들다. 췌장은 복강 내 장기 중 가장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각종 소화기관에 둘러싸여 있는 상태다. 소화에 관여하는 췌장액과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호르몬을 분비한다. 췌장은 80%가 망가지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보통 소화가 안 되거나 명치 끝쪽이 아파서 대증적인 치료를 받다가 병을 발견한다. 소화불량은 췌장 문제를 알아챌 수 있는 미세한 단서다. 췌장 기능이 떨어지면 소화 효소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소화와 영양소 흡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한다. 한 달 이상 소화불량 증상이 지속한다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복통도 그냥 지나쳐선 안 된다. 췌장에 급성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 명치나 왼쪽 상복부에 지속해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등 쪽으로 뻗어 나간다. 사실 복통이 뚜렷하게 나타날 땐 이미 췌장암이 크게 악화했다는 신호인 경우가 많다. 체중 감소와 복통이 나타나기 전에 정기적으로 초음파와 복부 CT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황달도 췌장암의 대표적인 전조 증상이다. 종양 때문에 총담관이 막혀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제대로 흐르지 못해 발생한다. 황달이 생겼을 때 발견된 췌장암은 수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사소한 변화라도 평소 몸의 이상 증상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이롭다. 또 췌장에 문제가 생기면 혈액 내 포도당이 넘쳐 혈당 조절이 어려워진다.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거나 제 역할을 못 하기 때문이다. 전에 없던 당뇨병이 나타나거나 기존의 당뇨병이 악화하기도 하고 췌장염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도움말=남순우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손효문 인천힘찬종합병원 소화기내과 부원장, 이수아 대전을지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침묵의 장기 지키는 검진 항목

간기능검사

간 상태를 확인하는 주요 지표는 A ST·ALT, 감마 GTP, 빌리루빈이다. 간 기능이 떨어졌을 땐 이들 수치가 상승한다. 검진결과 간세포 안에 들어 있는 효소인 AST·ALT가 정상 수치(0~32U/L)보다 높게 나오면 간세포가 손상됐다는 신호다. 감마 GTP는 간·담관의 상피세포에서 유래하는 효소로, 술을 많이 마셨을 때 수치가 높아진다. 빌리루빈 수치가 기준보다 높게 나타나면 간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신장 기능 검사

신장 기능 검사는 신장의 여과 기능을 확인해 이상 여부를 관찰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혈액검사를 통해 얻는 크레아티닌(Cr)과 추정 사구체 여과율(eGFR)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가 기준 이상으로 많다면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다는 신호다. 추정 사구체 여과율은 결과값이 떨어질수록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것을 의미한다.

췌장 검사

췌장을 살펴보기 유용한 검사는 복부 CT와 췌장 MRI다. CT만으로 진단이 어렵거나 조영제 부작용 등으로 CT 검사를 받기 어려운 경우 MRI, 초음파내시경을통한조직검사를고려한다. 건강검진에서 흔히 이뤄지는 복부 초음파는 췌장 검사에 적합하지 않다. 췌장이 복부 뒤쪽 깊은 곳에 있어 검사의 민감도가 떨어진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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