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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촛불집회 떠올라’… “국정농단 규탄” 도심 메운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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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더불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윤석열 대통령이 나눈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현 정권에 분노한 시민들이 ‘국정농단 심판’을 주장하며 서울역 인근을 가득 메웠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여야 지지자들이 모여 집회를 열면서 집회 장소 인근은 몰려든 인파에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혼잡했다.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 박찬대 원내대표(가운데 왼쪽), 김민석 최고위원 등이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날에 참가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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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4번 출구에서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5차선 도로에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특검촉구 국민 행동의 날’ 집회를 열고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당 지도부와 원외 지역위원장, 당원 등 약 30만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만7000명)이 모여 윤석열정권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6월 윤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대회를 연 이후 4개월 만에 장외집회에 나섰다.

이날 집회에선 검찰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불기소 처분한 데 반발한 특검 수용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개입 파문 등 쏟아진 의혹들을 국정농단으로 규정하고 사실상 윤 정권 퇴진 운동을 벌였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아닌 책임 없는 자들이 국정을 지배하고, 주권자의 합리적 이성이 아닌 비상식과 몰지성, 주술이 국정을 흔든다”며 “국민에 맞선 대통령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음을 역사가 증명한다. 불의한 반국민적 권력을 심판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김건희·채해병 특검법 수용 △민생경제 살리는 긴급조치 시행 △전쟁유발 책동 중단 등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촛불집회 같은 국민 규탄 행동에 불을 붙일 포석이다. 민주당은 ‘군주민수(君舟民水)’를 말하며 윤 대통령 퇴진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군주민수’는 2016년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고, 국민 주도의 촛불집회가 벌어질 당시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다. ‘물(백성)은 배(임금)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는 의미다.

세계일보

2일 서울 중구 지하철 4호선 서울역 4·5번 출구 방향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이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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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모인 대규모 인파에 서울역 4번과 5번 출구는 폐쇄됐다. 지하철 4호선 서울역 내는 집회 참가자와 나들이객, 관광객들이 뒤섞여 이동이 어려울 정도였다. 지상에선 경찰들이 인파를 서울역에서 숭례문 방향으로 이동시키느라 분주했다. 김모(24)씨는 “오늘 집회가 있는 줄 몰랐다”며 “약속 장소로 가려는데 사람들에 끼어서 오도 가도 못하고 빙빙 돌아 이 근처에서만 30분 넘게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숭례문 방향 전 차로가 통제되면서 집회 인근 도로에선 차량 정체가 이어졌다. 서울시 교통정보 시스템(TOPIS)에 따르면 오후 2시20분 기준 서울역∼숭례문 구간 차량 이동속도는 시속 9㎞였다. 서울 전체 속도인 시속 20㎞의 절반 수준이다. 세종대로와 시청 근처 도로 차량 이동속도도 시속 10㎞ 안팎이었고 통일로 등 우회로도 시속 10㎞ 정도로 차량이 거북이걸음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 집회에 대해 “전국에 총동원령까지 내려가며 머릿수로 위력을 과시해 국정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이재명 무죄’라는 여론을 조성해 사법부를 압박하려는 속셈”이라며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대한민국 공당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자각하고, 당대표 개인의 범죄를 비호하기 위해 민생을 내팽개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단체도 중구 대한문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민주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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