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승부수인가 자충수인가…고려아연 유증사태 점입가경[증시핫피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번주 증시를 달군 핫피플 ‘최윤범’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유상증자의 추진 경위 등을 살펴보고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과 MBK·영풍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최 회장 측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부정거래 가능성을 의심하며 조사에 착수하면서다. 고려아연 측이 ‘불법성이 없었다’고 항변하는 가운데 주가가 요동치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데일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전일 고려아연은 100만4000원에 마감하며 100만원선을 겨우 회복했다. 지난달 24일 ‘황제주’에 등극한지 3거래일 만에 154만3000원까지 올랐다 겨우 3일만에 100만원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변동성이다.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후 치솟던 고려아연이 갑자기 무너진 것은 최 회장이 유증 카드를 꺼내면서다. 고려아연은 소각 예정 주식 제외 발행주식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를 통해 조달하는 금액은 2조5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2조3000억원은 차입금 상환 목적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주주기반 확대 및 개방적인 경영구조 마련을 목적으로 표기했으나 시장에서는 MBK·영풍 연합의 지분을 희석하고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했다. 우리사주조합에 신주 20%를 배정하면서도 일반 청약자들에게는 청약 물량을 3%로 제한한 것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었다. 유증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시 최 회장 측의 지분은 36%를 넘겨 MBK·영풍 연합의 지분을 앞설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고려아연의 지분 경쟁이 종지부를 찍었다고 볼 수는 없다. 금융당국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위법 여부를 따져보겠다며 경고성 메시지를 내면서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지난달 31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상장사 공개매수 합병 및 분할, 증자 등의 과정에서 드러난 행태를 보면 상장법인 이사회가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했는지 강한 의구심이 제기된다”며 “어느 누구라도 적발된 불법 행위에 대해서 엄정한 행정 조치와 함께 적극적인 수사기관 이첩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나서자 고려아연 측은 당황한 분위기다. 전일 고려아연 측은 입장문을 내고 “추진 과정에 일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금감원이 공개매수로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이를 유상증자로 상환하려했다면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일반공모 증자를 검토한 것은 지난달 23일 자기주식 공개매수 종료 이후”라 설명했다.

아울러 공개매수 종료 이후 주가가 공개매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달 22일부터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유동 물량이 부족해져 시장 불안정성이 심화됐고, 거래량 감소로 인한 상장폐지 가능성이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출 가능성까지 높아지는 등 부작용이 커져 긴급하게 유상증자를 추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승부수로 꺼내든 유증 카드가 결국 자충수가 되는게 아니냐 보고 있다. 박빙으로 이어지고 있는 지분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으나 금융당국이 제재에 나설 경우 이어질 파장을 예측하기 힘들다. ‘주주들의 돈으로 빚을 갚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다 유증은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기 때문에 최 회장의 우호 지분 측에도 반길 가능성이 적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한편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를 저지하기 위해 법원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이들은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기존 주주들에 대한 피해는 물론 회사의 주주구성과 지배구조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