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 있는 오스틴 스트로벨 국제 공항에서 환경 미화원 옷을 입고 쓰레기 운반 트럭을 탄 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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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위스콘신 공항에서 형광 작업용 조끼를 입은 채 쓰레기 트럭에 올라타 카퍼레이드를 했다. 흰색 트럭에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캠프 슬로건이 붙었다.
트럼프는 트럭 조수석에서 기자들에게 "내 쓰레기 트럭이 마음에 드느냐"며 "카멀라 해리스와 조 바이든을 기리는 트럭"이라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지지자를 쓰레기라고 표현한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트럼프는 "바이든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해리스도) 바이든을 내버려 두면 안 되기에 부끄러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지지자들은 쓰레기가 아니라면서 "진짜 쓰레기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쓰레기 발언은 트럼프 캠프에서 먼저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4일 남부 선벨트 경합주인 애리조나 유세에서 "우리는 전 세계의 쓰레기통 같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남부 국경을 통한 이민자 유입이 증가했다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도 이민자를 쓰레기에 비유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 발언은 큰 논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7일 트럼프가 진행한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 유세에서 찬조 연설가로 나선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푸에르토리코는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발언하면서 일이 커졌다. 해당 발언에 미국 내 600만명에 이르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을 비롯한 라틴계 유권자들, 흑인·이민자 유권자들이 반발하면서 트럼프 캠프는 역풍을 맞았다. 위기에 몰린 트럼프는 29일 ABC뉴스 인터뷰에서 "힌치클리프가 누군지 모르고 그의 발언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진화를 시도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 가든 유세에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찬조 연설자로 참석한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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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얻은 해리스 캠프는 총공세에 나섰다. 해리스는 힌치클리프의 발언을 언급하며 "트럼프는 우리나라를 분열시키는 데 집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해리스 캠프는 힌치클리프의 발언으로 시작하는 광고를 긴급 편성해 방영했다. 경합주에 있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에게 문자메시지 25만개를 전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으로 상황은 역전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히스패닉 유권자 단체 행사에 앞서 힌치클리프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내가 보기에 밖에 떠다니는 유일한 쓰레기는 그(트럼프)의 지지자들"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곧바로 소셜미디어(SNS)에 "트럼프의 지지자가 쏟아낸 혐오 수사(발언)를 쓰레기라고 표현했다"고 해명했다. 백악관도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은 푸에르토리코 커뮤니티를 향한 증오를 쏟아낸 특정 코미디언의 발언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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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캠프도 수습에 나섰다. 해리스는 워싱턴DC에서 노스캐롤라이나 유세를 위해 출발하기 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이 발언을 해명했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투표한 후보에 따라 사람을 비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역공 기회를 얻은 트럼프 캠프는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성명에서 "바이든과 해리스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수천만 미국인을 경멸한다"고 주장했다.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도 지지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바이든이 여러분을 쓰레기라고 부른 것에 화가 났다"고 했다.
CNN은 "해리스 부통령은 계속해서 '트럼프 지지자를 쓰레기로 여기냐'는 언론 질문을 받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공화당원들을 내세워 통합 이미지를 강조하려던 해리스 캠프 선거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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