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양금덕 할머니 등 2018년 승소 '생존 피해자' 모두 정부 해법 받아들여
이 할아버지 장남 "부친 정상적 의사소통 어려워…취소 논의할 것"
지난해 사진전 보는 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 |
(서울·광주=연합뉴스) 이상현 정다움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104) 할아버지가 '제3자 변제' 방식의 피해 배상 방법을 수용했다.
이로써 지난 2018년 두 차례의 대법원 판결로 승소한 생존 피해 당사자들은 모두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3월 강제징용 한일 갈등의 해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 방식을 받아들였다.
30일 외교부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 등에 따르면 이춘식 할아버지 측은 이날 오전 재단으로부터 대법원의 징용피해 손해배상 승소판결에 따른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수령했다.
그러나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남인 이창환 씨는 "(부친은) 얼마 전부터 노환과 섬망증으로 정상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3자 변제에 동의한다'는 의사표시를 강제동원지원재단에 했다는 것이 아들로서 납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속하게 형제들에게 현재 상황이 왜,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누가 서명한 것이고 누가 돈을 수령했는지를 확인할 것"이라며 "이를 취소할 수 있는지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징용 피해자 지원단체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도 이날 공동 성명을 내 "수령 여부를 결정하는 법률적 행위는 오직 당사자와 이 사건의 법률 대리인만 가능하다"며 "고령의 피해자가 정상적 인지 능력이 없는 상태를 알면서도 무리하게 제3자 변제를 추진한 것에 대해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이춘식 할아버지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관련 서류 등이 정상적으로 제출됐다는 입장이다.
이춘식 할아버지는 1940년대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의 일본 제철소에 강제동원돼 열악한 환경에서 고된 노역을 했다. 하지만 일제 패망 뒤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귀국했다.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은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강제징용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으나, 피고 일본 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한일관계 악화로 이어졌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일본 기업이 내야 할 배상금을 재단이 모금한 돈으로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해법으로 발표했다. 재단의 재원은 1965년 한일 협정의 수혜 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가 기부한 40억원 등이 바탕이 됐다.
2018년 10월·11월 대법원 확정 판결로 승소한 원고 총 15명 중 11명이 이 방안을 수용했으나, 최근까지도 생존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95) 할머니는 이 해법을 반대하며 배상금 수령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지난 23일 양금덕 할머니가 12번째로 해법을 수용한 데 이어, 이날 이춘식 할아버지가 배상금을 수령하면서 2018년 판결로 승소한 피해자들 가운데 제3자 해법 발표 당시 생존 당사자 3명은 모두 '제3자 변제' 방식을 받아들이게 됐다.
앞서 지금은 고인이 된 김성주 할머니가 지난해 5월 이 방안을 받아들였다.
고(故) 정창희 할아버지(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와 고(故) 박해옥 할머니(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의 유족은 여전히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해법에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혀온 생존 피해자들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다른 승소 피해자들의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대법원에서 추가로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 52명에 대해서는 재원 부족으로 배상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현재도 유사한 배상 소송이 전국에서 수십 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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