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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통신장비 기업들이 중동·아프리카 지역 5G(5세대 이동통신) 수요를 공략하고 나섰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확산되면서 현지 통신사들의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5G 상용화 초기부터 중동·아프리카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는 화웨이를 필두로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등도 현지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침체지만… 중동·아프리카 5G 가입자↑
30일 업계에 따르면 노키아는 이달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5G 고정 무선 액세스(FWA) 기술 채택률이 2022년 11%에서 2029년 38%(약 5억1900만명)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FWA 기술은 무선 기술을 활용해 각 가정에 초고속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같은 기간 이 지역의 5G 모바일 가입자 수의 비중도 9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5G 모바일 가입자 비중은 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사용 비중이 늘면서, 현지 이동통신사들이 네트워크 인프라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올해 69%에서 2029년 78%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아프리카는 통신장비 업계에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의 5G 구축률이 90%를 넘어서면서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는 올해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규모가 지난해 대비 4%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시장 규모는 2970억달러(약 411조4638억원)로 추산된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것은 세계 1위 통신장비 회사인 화웨이다. 2019년부터 중국 통신장비 수입을 제한하고 있는 미국의 조치에 따라 화웨이는 신흥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화웨이는 전년 대비 9.6% 성장한 7042억위안(약 128조8686억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여기서 25%가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했다. 화웨이는 5G 상용화 초기인 201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시작으로 중동·아프리카 현지 통신사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 통신사인 MTN에 5.5G(5.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기로 했다. 5.5G는 5G보다 더 빠른 통신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북아프리카 통신망 확대를 위해 4억3000만달러(약 5871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사 자인(Zain)과 5.5G 인프라 공급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어 사우디 전역에 5.5G 장비와 솔루션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에릭슨은 지난 18일 나이지리아 정부와 5G 배포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에릭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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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키아·에릭슨·삼성전자도 나이지리아·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 공략
노키아와 에릭슨, 삼성전자도 중동·아프리카 시장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통신장비 시장이 불황인 만큼 신규 지역을 공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노키아의 매출은 241억달러(약 33조3809억원)로 전년 대비 8.2% 감소했고, 에릭슨의 매출은 248억달러(약 34조3480억원)로 전년 대비 7.7% 줄었다. 삼성전자의 네트워크(NW) 사업부 매출은 전년 대비 29.7% 줄어든 3조7800억원에 그쳤다. 현재 에릭슨과 노키아의 중동·아프리카 지역 매출은 10% 안팎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한국 매출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 입장에서도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아직 불모지나 다름 없다.
에릭슨은 이달 나이지리아 정부와 협의해 5G 기술 개발, 배포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5G 통신망을 공급해 공공 서비스를 개선하고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노키아는 지난 7월 이집트 전역에 5G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현지 통신사 ‘텔레콤 이집트’와 협약을 맺었다. 지난 3월에는 바레인 통신사 바텔코(Batelco)와 협약을 맺고 5G 무선 네트워크 공급을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시에라리온 통신사 아프리셀(Africell)과 5G 기술 확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해 3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기업 아람코와 산업용 5G 통신망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진행했다.
송영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래전략연구실장은 “선진 시장인 북미와 동아시아, 유럽의 5G 망 구축은 어느 정도 끝났다”면서 “현재 LTE(4세대 이동통신)에서 5G로의 전환 수요가 높은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국 기자(mansa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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