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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이태원 참사

이태원 참사 2주기, 종일 '추모 물결'…"유족들 외롭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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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주관 첫 추모제도 열려

우원식 국회의장 "국회 대표해 참시 피해자에 사과…특조위 지원 약속"

시민들 "2년 지났지만, 바뀐 것 없어…책임자 처벌하고 안전사회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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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2주기…이어지는 추모의 발걸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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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2주기인 29일 국회 주관으로 희생자 추모행사가 열렸다. 국회가 사회적 재난을 추모하는 행사를 공식 주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태원 참사 현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온종일 이어졌다. 유가족과 생존 피해자들은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지고, 2차 가해 중단을 위한 사회적 노력도 당부했다.

국회 주관 첫 추모제…의장 "유가족·피해자에 사과"

이날 오전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제'를 열어 희생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고, 유가족과 생존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추모사에서 "국가의 책임이 부재했던 시간이었다"며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해 사과드린다. 오늘 대한민국 국회의 이름으로 함께하는 이 자리가 그 상처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달 출범한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대해 "은폐와 왜곡, 지연과 방해 없이 특조위가 책임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해 국회가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야 지도부도 참사 재발 방지와 진상규명에 협력하겠다고 한 목소리로 다짐했다.

추모식장 무대 배경에는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 159명의 별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희생자들의 사진이 배치됐다. 국회 곳곳의 가로등과 가로수에도 희생자를 애도하는 보라색 목도리가 걸렸다. 유가족들 사이에선 "이제야 비로소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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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2주기 국회 추모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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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에서 유족들은 특조위와 국회의 적극적 역할과 2차 가해 중단을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아이를 잃은 만큼이나 유가족을 짓누르고 참담하게 만들었던 것은 2차 가해"라며 "그 결과 이태원 참사의 159번째 희생자가 나오고 말았다"고 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로 고통받았던 생존자와 목격자들도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2차 가해로 그 아픔을 감추고 자신을 드러내기 주저하고 있다"며 "이런 사회는 결코 정상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안에서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자리를 만들고, 국회 밖에서 겪는 고통은 외면한다면 결코 신뢰받는 정치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참사 생존자 이주현씨는 "수동적인 피해자 조사가 아닌 한 명 한 명 찾아 나서는 적극적인 피해자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송기춘 특조위원장은 "조사는 수사보다 그 대상과 범위가 넓혀져야 한다"며 "(특별법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위원회에 부여된 과업을 반드시 완수해 내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참사 현장에는 시민 '추모 행렬'…"바빠도 기억했으면 좋겠다"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는 낮부터 퇴근 시간을 넘긴 늦은 밤까지 시민들의 추모 발걸음이 이어졌다.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둔 시점이지만 거리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오후 6시 25분쯤 이곳을 찾은 30대 여성 A씨는 2년 전 셰어하우스에서 함께 살던 동생을 이태원 참사로 잃었다고 했다. 당시 승무원을 준비했던 동생은 그날따라 연락이 닿지 않았고, 설마 하던 일은 현실이 됐다.

"얼마 전까지도 놀다가 죽은 걸 왜 추모하냐고 하더라고요. 제 지인이 여기서 이렇게 간 줄 모르고 한 말이겠죠."

이날 퇴근하자마자 참사 현장을 찾았다는 A씨는 바닥에 놓인 수십 개의 꽃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A씨는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재발 방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아 (참사가) 더 잊혀 가는 것 같다"며 "2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며 눈물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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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현장에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기리는 국화꽃과 술병들이 놓여있다. 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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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당일 첫 112신고가 접수된 시각인 오후 6시 34분쯤 이태원역 앞에서는 이태원 참사 2주기를 기억하는 '행동독서회'가 진행됐다. 시민 7명이 유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책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를 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들 주변에는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꽃과 술병, 사진 등이 가득했다. 검은 후드티를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쓴 한 남성은 놓여 있는 술병 앞에서 한 시간이 넘게 흐느끼기도 했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추모를 위해 이태원을 찾은 시민 최슬기(36)씨는 "왕복 4시간이 걸리지만 유가족들이 외롭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왔다"며 "사는 게 바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태원 참사를)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최씨는 "2년이 지났지만, 바뀐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진실 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안 됐는데 무죄 판결이 나버리면 생명과 안전을 보장 받아야 하는 국민이 나라를 어떻게 믿겠느냐"며 분노했다.

이태원시민대책위원회는 이태원 참사 추모거리에서 사전에 접수한 추모메시지를 시민들이 대독하는 시간도 가졌다. 메시지에는 "기가(기술가정)쌤,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 왔어요", "엄마, 아빠 그리고 네 예비 신랑이 많이 보고 싶어 해", "우리는 네가 그리워 알리. 편히 쉬길", "여보, 벌써 1년이 돼가요", "현서야, 할아버지야. 손자를 못 지켜줘서 미안해", "혼자 살아나온 것 같아 미안합니다", "사랑하는 한나(딸아)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등 희생자들의 가족, 친구, 학생, 참사 목격자 등 시민 100명의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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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은 29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에서는 지난 2년간 이태원역 1번출구 참사현장과 분향소에 시민들이 남기고 간 추모메시지 낭독회 '닿을 수 있다면'이 열렸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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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거리 맨 뒤에서 조용히 메시지를 듣던 시민 최모(60)씨는 "장사를 하다가 울먹이는 목소리를 듣고 (추모제에) 안 나올 수가 없어서 나와 봤다"며 "주변에서 장사를 하다 보니 이곳에서 유가족들의 오체투지 행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두 함께했는데, 아직도 슬픈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뿐 아니라 경기 수원과 대구, 강원 등 전국 곳곳에서도 참사 2주기 추모행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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