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AI와 반도체를 함께 이야기하는가?' 세미나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의원 강연자로 나서
"반도체 직접 보조금, 대기업보다 팹리스에게 필요"
"트럼프 당선될 경우에도 칩스법 혜택 없어지지 않을 것"
"삼성, R&D로 살아남은 회사...정부 지원으로 R&D? 아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왜 AI와 반도체를 함께 이야기하는가?'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고동진 의원과 대화하며 반도체 웨이퍼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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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제가 40년 있었잖아요. 기업은 안 건드리면 잘합니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 갤럭시 신화를 쓴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강연자로 나서 이 같이 말했다. 국가 차원의 반도체 지원과 관련해 "삼성이나 SK나 이런 게 보유금을 잔뜩 보유해놓고 정부에 별도로 연구·개발(R&D) 투자를 요구한다"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고 의원은 "기업은 생존을 위해서 글로벌 무대에서 싸우고 있다"면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스마트폰 등 끊임없이 R&D를 통해 성과와 부를 창출해내고 있다"라고 답했다.
고 의원은 최근 '삼성 위기론'과 관련, 외부 인사들의 각종 제언들에 대해 "직접 해보지 않은 외부인들이 코멘트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는 강연 시작 전 반도체 웨이퍼와 최근 메모리 반도체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살펴보며 질문을 하는 등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반도체 직접 보조금 필요"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31일 경기도 수원시 한국나노기술원을 방문,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훈 비대위원장,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 고 의원,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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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 의원은 '왜 AI와 반도체를 함께 이야기하는가?'를 주제로 최근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트렌드에 대해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고 의원은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 대표이사를 지내며 갤럭시 신화를 썼다.
고 의원은 이날 공부모임에 참석한 의원들과 취재진들에게 "직접 보조금 지원을 위해서 애써주십시오"라고 말하는 등 정부 차원의 반도체 지원을 강조했다. 고 의원은 "전날 진행된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의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회동'에서 반도체 특별법 관련된 내용이 우선 순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이날 "직접 보조금은 대기업보다도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소부장 기업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대만의 팹리스 회사인) 미디어텍은 유명하지 않았다"면서 "짧은 시간 내 급성장한 배경에는 TSMC가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디어텍은 미국의 퀄컴과 더불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고 의원은 "팹리스들이 설계한 제품을 8대 공정을 통해 생산하는 데 50~100억원가량 든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도 돕고 있지만 이들만으론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대정부 질의 때 소부장·중소·중견·스타트업 기업에 직접 보조금 지원 가능성에 대해 얘기했다"면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 심의 때 꼭 이 직접 보조금 문제를 집어넣으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고 의원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 속 경쟁국에 비해 뒤처지는 한국 정부의 지원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말도 안되는 돈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과 일본도 쏟아붓고 있다"면서 "낸드플래시는 이미 우리를 앞섰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세제 지원과 저리 융자에 멈춰져 있다"며 반도체 산업에 국가 재정 투입을 강조했다.
현재 여야 모두 반도체 특별법안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지만 '직접 보조금'을 놓고 이견이 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당정은 반도체 특별법안에 국가 재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을 넣기로 잠정 합의했다. '직접 보조금 지원'을 의무 조항에 넣진 않았지만 보조금의 형태와 규모에 대해 정부가 조율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다. 고동진·박수영·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야당에서는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반도체 특구 입주기업체에 대해 반도체 산업 등에 관련된 설비투자, 연구시설 등 인프라 투자 소요 비용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에도 국가와 지자체는 반도체클러스터의 인프라 조성 및 운영,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보조금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이 규정돼 있다.
"트럼프 당선 시에도 칩스법 백지화 안 할 것"
한동훈(가운데)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왜 AI와 반도체를 함께 이야기하는가'에서 고동진 의원으로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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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과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보조금 정책 백지화' 우려에 대해 "과도한 우려"라고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고 의원은 "5세대(5G) 이통통신 사업 관련해 미국 여야 관계자들을 두루 만났다"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중국 제재에 대해서는 한마음"이라고 현재 바이든 정부의 대 중국 반도체 제재가 이어질 것임을 내다봤다.
이어 고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인적 면모보다 사업가적 면모가 강하다"면서 "현재 대선 상황에서 샤이 보수를 결집하기 위한 행보"로 예상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가 미국에서 공장을 설립 중이고 이미 생산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팟캐스트에 출연해 바이든 행정부가 제정한 반도체법에 대해 "정말 나쁜 거래"라고 비난하며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그들이 미국에 와서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보조금을 주는 대신 관세로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반도체법의 수혜를 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 대선을 예의주시 중이다.
한편, 한 대표는 모임에 참석해 반도체 직접 지원에 대해 "반도체 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반도체와 AI의 혁명을 통한 어떤 국가 전체의 부를 늘리고 거기서 여러 가지 세금이라든가 법적인 방식으로 받은 자원으로 우리 모두를 잘 살기 위한 복지를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반도체가 없었으면 지금 대한민국의 산업경제가 과연 버틸 수 있었을까"라면서 “이 반도체가 그 어떤 전략, 무기보다도 더 소중한 안보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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