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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파병’ 둘러싼 미·러·한·북·우크라의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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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파병’ 둘러싼 미·러·한·북·우크라의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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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열병식 하는 북한군.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열병식 하는 북한군.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북한군 병력 약 1만명이 러시아로 파병됐다고 미국 국방부가 밝혔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이 병사 약 1만명을 훈련을 받게 하려고 러시아 동부로 보냈다고 본다”며 “이는 아마도 앞으로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근처의 러시아군을 보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1만명은 한국 국가정보원이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를 도우려고 연말까지 파병할 것이라고 예상한 규모로, 최근 한국과 미국 당국은 북한군 3천명 이상이 러시아에 파견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북한군 약 1만명이 이미 러시아에 파견됐다고 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싱 부대변인은 “북한군 병력 일부는 이미 우크라이나 근처로 이동했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근처인 쿠르스크주에서 북한군을 전투에 투입하거나 전투 작전을 지원하게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군이 최전선으로 이동한다면 그들은 (러시아와 함께) 이 전쟁의 공동 교전국이 된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무기를 북한군을 상대로 사용하는 데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10월29일 보도)





Q.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 ‘파병’과 ‘참전’은 그동안 우려로만 떠돌았는데, 이제 현실화되는 거야?





A. 국제정치에서 행위는 그 자체로 완결되는 경우가 드물어. 행위자의 의도와 상대방의 대응, 주변 세력들의 개입 등이 상호 작용하면서, 발전되거나 혹은 다른 방향으로 귀결될 수도 있어.





현재 북한군 파병과 참전 문제는 우크라이나 쪽이 앞장 서서 주장과 평가를 내밀고, 한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 내에서 북한군 동선을 확인하고, 러시아는 확인도 부인도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어. 특히, 러시아가 애초에는 ‘가짜 뉴스’라는 입장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논의할 사안’이라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었어. 5자의 입장이 다르고 바뀌는 것은 이 사안을 둔 그들의 이해가 다르고, 그 이해에 따라서 이 사안이 유동적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Q. 왜 5자의 입장이 다르고 바뀌는 거지? 특히, 미국이 상당히 신중한 이유는 뭐야?





A. 우크라이나는 전쟁에서 서방의 지원을 더 얻어내려고 하고 있어. 미국은 북한군 ‘참전’이라는 금지선을 그으려는 것이고, 러시아와 북한은 이 사안을 전략적 카드로 쥐겠다는 의도로 보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6일 의회에서 오랫동안 예고했던 전쟁 ‘승리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사안을 언급하며 서방의 지원을 촉구했어. 이틀 뒤 18일 한국은 국가정보원이 ‘1만2천명 파병’이라고 가장 구체적으로 발표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안보회의를 소집하면서 북한군 파병 문제를 국제사회에 증폭시켰지.





그런데 미국은 국정원 발표 뒤에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다가, 닷새가 지난 23일에야 이를 일부 확인했어.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10월 초순과 중순에 북한이 적어도 병력 3천명을 러시아 동부로 파견했다고 확인했어. 우크라이나-한국-미국의 발표에서 공통 분모는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이 28일 발표한 △북한이 훈련을 위해 러시아 동부 지역에 군인 총 1만명 정도를 파견 △병력 중 일부는 우크라이나 근처로 이동이야.





북한군 파병과 참전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이야. 미국 등 서방의 대응도 나와야 하지. 현재 미국은 정권교체기야. 11월5일 대선에서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우크라이나 전쟁 전반에 대한 정책 조율을 다시 해야 할 거야. 이 때문에, 미국은 현재 러시아로 보내진 북한군의 동선을 확인하면서 ‘참전’이라는 금지선을 긋는다고 봐야지.





Q. 그런데, 러시아는 왜 그러는 거야? 애초 ‘가짜 뉴스’라고 하다가 들통이 나니까 눙치는 것 아니야?





A. 러시아와 북한은 이 사안을 놓고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어. 가짜뉴스라고 부인하던 러시아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 등이 북한과 협력 확대를 확인하고는 “특수군사작전에 관한 사안이다. 국방부가 대처해야 한다”고 말해, 전략적 모호성 카드를 쥐기 시작했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뒤 기자회견 등에서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언급하며, 그 조항에 따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지.





푸틴 대통령은 “북한군 병력이 러시아에 있음을 보여준다는 위성 사진이 있다고 한다”라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이미지는 중대한 사안이다. 만약 이미지가 존재한다면, 그것이 뭔가를 보여준다”고 말했어. 푸틴 대통령은 그날 러시아 하원에서 비준된 북한과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서 상호 군사원조를 규정한 4조를 언급하며, “우리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하고, 그 조항에 따라서 행동할지는 우리에게 달렸다”며 “우리는 4조 이행에 관해 대화를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 과정이 어떻게 될지 북한 친구들과 접촉할 것”이라고 말했어. 그는 다음날인 25일 ‘로시야 1’ 방송과의 회견에서도 이런 말을 반복하며 “4조를 어떻게 다룰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특정 조항을 적용할지 여부와 그 방식, 말하자면 훈련이나 경험 공유와 같은 활동에만 참여할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의 결정”이라고 강조했어.





Q.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의 파병과 참전이 전쟁을 바꿀 정도로 파괴력이 있는 거야?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공격력 무기를 제공한다고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까지 번지는 거 아니야?





A. 이 사안은 명분과 실제 두 측면이 있어. 첫째, 명분이야.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참전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전이 되는 거야. 우크라이나가 지금 서방에 요구하는 서방의 장거리 무기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이나 나토 지상군 참전 등이 대응으로 벌써 주장되고 있어. 북한군이 참전한다고 해서, 서방이 지상군을 보낸다면 파국이 될 수 있지.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하는데, 북한군 참전은 그 명분을 깨고 국제적 위신도 추락하지. 이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는 이 사안을 확정하지 않으려는 여지를 두는 거지.





둘째는 실제적 효과야. 서방의 군사전문가 다수는 북-러의 전략적 관계 격상 그 자체를 우려하고 있어. 러시아는 북한과의 군사적, 전략적 관계를 확대 격상함으로써, 동아시아나 미국에 큰 위협을 줄 가능성을 키우며 카드를 확보할 수 있지.





북한군이 참전한다면, 러시아는 이미 핵을 고도화한 북한에 날개를 달아줄 각종 지원을 할 수 있어. 위성, 핵,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 아니라 북한이 부족한 방공망이나 항공기 기술 등이야. 한국이 가장 우려해야 하는 측면이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에서 푸틴을 만나 양국의 관계가 확대된 이후 미국 당국자들은 대북 문제에서 초점을 북-러 협력 우려에 맞춰왔어. 북-러 협력이 확대될수록, 미국의 대북한 제어력은 더 떨어질 거야.





러시아와 미국의 대응이 상호작용하면서, 이 사안을 최종 결정지을 것으로 보여. 러시아가 북-러 조약 4조 발동까지 치달을지 지켜보자고. 한국이 이 사안에서 지나치게 성급히 나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크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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