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 살인미수 혐의로 모랄레스 수사 의뢰…"연극에 속지 않는다"
모랄레스 "현 대통령이 날 제거하려해"…총격 배후로 현정부 시사
격화하는 볼리비아 모랄레스 지지자 시위 |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괴한에 의해 총격받았다고 주장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전 대통령이 피격 직전 경찰관을 향해 발포했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에두아르도 델카스티요 볼리비아 내무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내무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전날 코차밤바 지역 검문소에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마약 밀매 통제 작전을 펼치는 경찰 요원을 향해 먼저 총을 쐈다"며 "국민들은 아무도 모랄레스의 연극을 믿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델카스티요 장관은 그러면서 '내가 타이어를 쐈다'고 말하는 모랄레스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앞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요일에 정기적으로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위해 이동하던 중 검은 두건을 쓴 4명의 남성으로부터 총격받았다"는 글과 함께, 달리는 차 안에서 촬영된 4분 26초 분량 동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동영상에는 조수석에 앉은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피를 흘린 채 운전하는 사람이 급박하게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 녹화됐다. 14개의 총탄 자국이 차량에 남았다고 모랄레스는 부연했다.
볼리비아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루초(아르세 대통령 별명)가 볼리비아를 파괴했고, 이젠 나를 제거하려 한다"며, 이번 사건이 현 정부와 연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함께 펼쳤다.
볼리비아 내무부 장관은 그러나 "편집된 비디오를 근거로 내놓은 암살 시도 주장은 설득력 없다"며 "우리는 경찰관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로 모랄레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차량통행 어려워진 볼리비아 도로 |
볼리비아 최초의 원주민(아이마라) 출신 대통령을 지낸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4선 연임 시도 때 불거진 선거 부정 의혹으로 외국에 머물다가 2020년 대선에서 당선된 같은 당 소속 아르세 대통령 지원으로 귀국했다.
이후 볼리비아 전·현 대통령은 당내 헤게모니 다툼 과정에서 완전히 틀어졌고, 양쪽 지지자 간 반목에 따른 갈등의 골도 깊어진 상태다.
모랄레스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르세 대통령에 대한 비난 수위를 한층 높이며 대정부 시위를 강화하고 있다.
현지 일간 엘데베르는 정부 데이터를 인용, "모랄레스 지지자들이 15일째 전국 곳곳의 도로 22개 지점을 봉쇄하고 투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차밤바 파로타니 등 일부 지역 시위대는 총이나 폭발물까지 동원해 지역 경찰과 맞서는 가운데 볼리비아 물류 85%가 유통되는 주요 도로의 차량 운행 차질로 경제적 피해와 사회 혼란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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