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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일본 최단기 총리 되나…자민당 참패 '세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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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조기 선거 없다"더니 섣부른 조기 중의원 해산 '부메랑'…
야당 경계심 풀고 지지 얻으려다 유권자에 불만 표출할 길 열어줘,
비자금 문제 85명 중 12명만 공천탈락하고 탈락자에 보조금 지급

머니투데이

28일 일본 도쿄의 자민당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생각에 잠겨 있다. 자민당은 27일 열린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이시바 총리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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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직후 조기 총선의 승부수를 던졌지만 부메랑이 됐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27일 중의원 선거에서 의석수 191석에 그치며 15년 만에 크게 패했다. 공명당 의석수 24석을 합쳐도 215석으로 최소 과반수(233석)에 못 미친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148석으로 의석수를 50석이나 늘리며 대승했다. 굳건했던 자민당의 1당 독주가 깨지고 이시바가 최단명 총리로 기록될 위기에 처한 원인이 뭘까.

이시바 스스로 무덤을 판 면이 없지 않다. 이시바 신임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기간 내내 중의원 해산에 부정적이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임기가 끝나 자민당 총재에 선출됐을 뿐 이시바 본인에 대한 국민 차원의 신임 절차가 진행된 게 아니어서다. 국회가 내각 불신임안을 가결하거나 신임안이 부결될 때 내각 총사퇴 혹은 중의원 해산을 선택하게 되는데, 유권자로서는 이시바 정권이 향후 어떤 일을 할지 판단할 근거가 없는 가운데 내각과 국회 중 양자택일을 하는 상황이 반가울 리 없다.

그랬던 이시바가 국회에서 내각총리대신 지명을 받기 하루 전 총리만이 할 수 있는 국회 해산권을 행사하겠다고 공표하자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가 무시하기 어려운 자민당 내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기시다가 정치스캔들로 휘청이는 자민당을 개혁하기보다 자민당 기존 세력의 목소리에 입장을 바꿨단 뜻이다. 자민당 쇄신을 기대한 유권자들에겐 실망스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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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오사카부 사카이에서 열린 자민당 후보 선거유세에 참석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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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총리는 취임 8일 만에 중의원을 해산했는데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내각 중 출범 시점 기준으로 최단기 해산이다. 전임인 기시다 총리 내각 시절이던 2021년 10월 14일 이후 약 3년 만이다. 취임 이후 워낙 단기간에 총선 카드를 내놓다보니 자민당 내부에서조차 놀란 이들이 많았는데, 이는 선거 준비 미흡으로 이어졌다. 야당의 경계심을 풀어 단기간에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겠단 계산이었지만,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불만을 표출할 공간을 제공한 셈이 됐다.

최대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이 틈을 십분 활용했다. 지난달 입헌민주당 새 대표에 선출된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는 자민당 타도를 기치로 내걸고 "자민당에 자성의 기색이 전혀 없다"며 "국민을 바보로 보이게 하는 정치 시대를 끝내자"고 촉구했다. 노련한 노다 대표가 이끄는 입헌민주당을 이시바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잡으려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의원 선거 공천에서도 잡음이 불거졌다. 기시다 총리가 연임을 포기함으로써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을 책임지려 했으나 정작 스캔들 주역 상당수가 공천을 받았다. 비자금 문제가 지적된 자민당 의원은 총 85명에 달하고 그 중 자민당이 처분을 내린 의원이 39명이었지만 실제 공천에서 제외된 건 12명뿐이었다. 그마저 비자금 문제로 공천받아도 당선이 어려운 의원들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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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일본 도쿄의 한 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 기모노를 입은 한 여성이 투표를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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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거 직전 일본 공산당 기관지인 아카하타가 터트린 특종도 자민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부채질했다. 비자금 스캔들로 인해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가 대표로 있는 지부에 자민당이 정당보조금 2000만엔(약 1억8000만원)을 지원한 것. 비자금 스캔들로 공천도 못 받은 비공인 후보를 세금으로 지원했다는 뜻인데, 이는 자민당이 정치자금 문제를 경시하고 있다는 비난을 샀다.

60세 이상이 40%인 고령 유권자의 자민당에 대한 불만도 깔려있다. 일본은 역대 선거에서 60대 이상의 투표일이 평균 64%인 반면, 젊은 층의 투표율은 평균 47%에 그친다. 지난 세 번의 선거에서 20대 일본인의 투표율은 37%를 넘은 적이 없다. 이런 가운데 고정소득으로 생활하는 고령층은 물가 상승에 더 취약해 현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시바 총리가 결국 사임하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일본 역사상 가장 단명한 총리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임이든 연정을 통해 살아남을 길을 모색하든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의 정책이 주도해온 과거와는 종지부를 찍게 될 전망이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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