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과 오랜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과 함께 연립 여당이 전체 465석 가운데 과반(233석)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2009년 8월 야당에 정권을 뺏긴 이래 15년만의 일이다. 자민당 참패가 확정되면서 당내 입지가 약한 이시바 총리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정국 혼란이 예상된다.
지난 27일 일본 도쿄 자민당사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참석해 개표 현황을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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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일본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8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전체 의석 465석 가운데 191석을 차지했다.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은 24석이다. 연립 여당이 이번 총선서 확보한 의석은 215석으로 과반(233석) 달성에 실패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약진했다. 이번 총선에서 '정권 교체'를 앞세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가 이끈 입헌민주당(기존 98석)은 148석을 당선 확정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야당이 전체 의석의 30%(140석) 이상 차지한 것은 1996년(신진당·156석)과 2003년(민주당·177석)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특히 요미우리는 2003년 중의원 총선에서의 야당 약진이 2009년의 정권교체로 이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장기간 지속됐던 자민당 독주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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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퇴진 압박 이어지나
정치자금 스캔들 역풍 속에 치러진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하면서 이시바 총리의 책임론, 퇴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당 과반 의석 확보가 불확실하다는 일본 언론의 출구조사 결과가 보도된 직후 이시바 총리는 굳은 표정으로 “매우 혹독한 심판을 받고 있다”며 “겸허하고 엄숙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반면 노다 입헌민주당 대표는 “총리 지명을 다퉈야 하는 환경이 된다면 (총리직을) 잡으러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며 재차 정권 교체 의지를 드러냈다. 총선 결과가 확정되면 일본 국회는 새 국회 구성과 함께 다시 총리 지명 선출을 위한 특별국회를 열게 되는데 이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전문가들은 이시바 정권이 단기로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시라토리 히로시(白鳥浩) 호세이(法政)대 대학원 교수는 중앙일보에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면 이시바 총리 퇴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민당은 물론 의석수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입헌민주당도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연립 확대’에 나설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경주 도카이대(東海)대 국제학과 교수도 “특별국회 총리 지명 투표에서 이시바 총리가 다시 추대될 형태로 가겠지만, 단명으로 끝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시바 총리와 대척점에 있는 옛 아베파 의원들이 뭉치며 강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커지면서 총리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여야 모두 연립정권을 노릴 가능성도 있어 향후 일본유신회가 국민민주당이 어느 쪽에 합류하느냐가 관건일 수도 있다”며 한동안 일본 정국이 혼란스러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민당의 패배 배경엔 정치자금 스캔들이 있다. 지난해 말 도쿄지검 특수부 수사가 시작되면서 민심은 옛 아베파가 이끌던 자민당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연이은 보궐선거에서 대패하자 지지율 하락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 8월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일 총리직에 오른 이시바 총리는 “국민의 신뢰를 묻겠다”며 지난 9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결정한 바 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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