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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윤정부 훈장 거부한 교수 “자격 없는 대통령에게 받고 싶지 않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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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철홍 교수. 김철홍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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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홍 인천대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정부가 제공하는 훈포장을 받지 않겠다는 ‘퇴직교원 정부포상 미신청자 확인서’를 학교에 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이 있는 훈장을 받고 싶지 않다는 취지다.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2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무도한 정권 아래에서 그 정권의 대표인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간 훈포장은 도저히 내가 받을 수 없다”며 훈포장을 포기한 이유를 밝혔다. 김 교수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국가의 기본 의무이다. 그 의무를 위해서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을 뽑는 것인데, 지금 대통령은 이 나라를 자신의 나라인 것처럼 생각하는 듯하다”며 “탄핵 이야기도 나오는 사람한테 훈장을 받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거부감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 수상했지만, 이를 제대로 축하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점, 연구 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국외 순방 비용은 예비비까지 사용한 점, 검찰 공화국을 만든 점 등도 훈포장을 받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8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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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1993년 3월1일에 인천대 조교수로 임용된 뒤 32년(퇴임 시기인 2025년 2월까지)간 교수로 재직했다. 근정훈장은 33년 이상 경력이 있으면 받을 수 있는데 김 교수는 3년 동의 군 경력도 포함해 근정훈장 대상자로 분류됐다. 김 교수는 1990년대부터 인천의 노동현장을 찾아 산업재해, 노동자의 건강권과 관련된 연구를 계속해왔다. 김 교수는 2002년 건강한 노동세상을 창립, 2023년까지 초대 대표를 역임했고, 2001년에는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를 창립하기도 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에서는 2000년부터 2023년까지 국공립대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아래는 김 교수의 훈장 포기 취지 글 전문.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



김철홍(인천대 교수, 전 교수노조 국공립대위원장)



며칠 전 대학본부에서 정년을 앞두고 훈·포장을 수여하기 위해 교육부에 제출할 공적 조서를 작성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공적 조서 양식을 앞에 두고 여러 생각이 스쳐 갔다. 먼저 지난 시간 대학 선생으로 내가 한 일들이 어떤 가치가 있었기에 내가 훈장을 받아도 되는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훈장이란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뚜렷한 공로를 세운 자에게 수여되며, 공로의 정도와 기준에 따라 받는 훈장이 다르다고 한다. 대학의 교수라고 하면 예전보다 사회적 위상이나 자긍심이 많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일정 수준의 경제 사회적 기득권층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이미 사회적 기득권으로 많은 혜택을 본 사람이 일정 이상 시간이 지나면 받게 되는 마치 개근상 같은 훈·포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훈·포장 증서에 쓰일 수여자의 이름에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 훈포장의 수여자가 왜 대한민국 또는 직책상의 대통령이 아니고 대통령 윤석렬이 되어야 하는가이다. 윤석렬은 선출된 5년짜리 정무직 공무원이다. 나는 만약에 훈·포장을 받더라도 조국 대한민국의 명의로 받고 싶지,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가치와 자격이 없는 대통령에게 받고 싶지 않다. 무릇 훈장이나 포상을 함에는 받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그 상을 수여하는 사람도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을 제대로 축하하지도 못하는 분위기 조장은 물론, 이데올로기와 지역감정으로 매도하고, 급기야 유해도서로 지정하는 무식한 정권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 되어야 할 연구 관련 R&D 예산은 대폭 삭감하면서, 순방을 빙자한 해외여행에는 국가의 긴급예비비까지 아낌없이 쏟아붓는 무도한 정권이다. 일개 법무부 공무원인 검사들이 사법기관을 참칭하며 공포정치의 선봉대로 전락한 검찰 공화국의 우두머리인 윤석렬의 이름이 찍힌 훈장이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을까?



나라를 양극단으로 나누어 진영 간 정치적 이득만 챙기는, 사람 세상을 동물의 왕국으로 만들어 놓고, 민중의 삶은 외면한 채 자신의 가족과 일부 지지층만 챙기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포장이 우리 집 거실에 놓인다고 생각하니 몸서리가 친다.



매 주말 용산과 광화문 그만 찾게 하고, 지지율 20%이면 창피한 줄 알고 스스로 정리하라. 잘할 능력도 의지도 없으면 그만 내려와서, 길지 않은 가을날에 여사님 손잡고 단풍이라도 즐기길 권한다. 훈장 안 받는 한풀이라 해도 좋고, 용기 없는 책상물림 선생의 소심한 저항이라고 해도 좋다.



“옜다,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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