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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KS2] ‘미스터 제로’ 곽도규가 찍은 화룡점정… “질 생각, 애초부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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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곽도규가 투구를 마치고 밝게 미소 짓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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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무대, 힘차게 날아올랐다.

삼성과 KIA, 두 명문 구단이 격돌한 KBO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호랑이가 먼저 웃었다. 폭우와 서스펜디드(일시정지) 변수로 23일에야 마무리된 1∼2차전을 다 따냈다. 역대 KS 첫 두 경기를 쥔 팀이 최종 우승을 가져간 확률은 90%(18/20)다.

제임스 네일, 양현종, 김도영, 최형우 등 숱한 스타들이 잔칫상을 차린 가운데, 빛고을을 축제 분위기로 물들인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바로 KIA 불펜에 혜성처럼 나타난 곽도규다.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와 2차전 모두 나와 총 2이닝 무실점으로 빛났다.

팀이 0-1로 뒤지던 1차전 활약이 핵심이었다. 7회초 2사 2루에서 핵심 타자 르윈 디아즈를 삼진으로 잡는 하이라이트를 남겼다. 8회초에는 강민호-김영웅-박병호를 제압하며 4-1 역전을 빚은 팀 분위기에 방점을 찍었다. 그렇게 개인 첫 KS 무대에서 승리투수가 되는 행운까지 누렸다.

2차전도 기세는 계속됐다. 8회초 1사 1루에서 장현식에게 바통을 받은 후, 대타 이성규에게 땅볼 유도를 해 상대 승부수를 보란 듯이 흘렸다. 이어진 김현준까지 뜬공으로 잡아내 단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는 퍼펙트 행진까지 선보였다. KIA의 백넘버 ‘0’다운 피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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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곽도규(오른쪽)가 무실점 역투를 펼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박기남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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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곽도규는 “긴장은 별로 안 했다. 외부 방해 요소가 평소보다 많을 것 같아 공 한 개 한 개에 더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또 “똑같이, 평범하게,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이었다. 덕분에 집중력이 더 올라가면서 침착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밀리고 있던 1차전의 압박도 곽도규만큼은 예외였다. “6회초(무사 1,2루 위기)부터 내가 나가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는 그는 “우리 타자들이 워낙 좋기 때문에 1차전에 진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다. 팀원들을 믿으면서 애초부터 패배를 생각하지 않은 게 승리 요인”이라고 눈을 번뜩인다.

허황된 자신감이 아니었다. 좌완 사이드암에 가까운 특별한 투구폼, 거기서 만들어지는 투심 패스트볼, 변화구 등의 구위가 육안으로 느껴질 정도로 좋았다. 그는 “확실히 쉬니까 힘이 생긴다. 운동을 많이 하고 그 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신 덕에 짧은 시간 안에 많이 좋아졌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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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곽도규가 무실점 피칭을 완성한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세리머니 하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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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행복하게 KS를 만끽했다. 화끈한 세리머니도 서슴지 않았다. “KS는 팬들의 열기가 더 뜨겁다는 게 느껴진다. 확실히 재밌다”는 그에게 긴장과 부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솔직히 제일 좋았던 건 투수 등장곡을 길게 틀어주는 거다. 투수들끼리 노래가 평소처럼 5초가 아니고 더 나와준 게 승리 요인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눴다”는 여유 있는 농담까지 덧붙일 정도다.

요긴한 쓰임새를 증명했기에 앞으로 더 어려운 미션을 받아 들 수도 있지만, 정작 본인은 의연하다. “주자가 있든 없든 세트포지션이든 와인드업이든 상관없이 지금 밸런스나 몸 상태에 자신이 있다. 위기에 잘 던지면 더 많은 재미가 따라오지 않을까”라며 “부담은 되지 않는다. 남아있는 모든 경기에서 다 던지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승을 향한 갈망이 담긴 ‘미스터 제로’의 넘치는 패기였다.

광주=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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