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품 나무판자 맞고 즉사
가족들 "인간적 존엄 원해" 분개
가자지구 상공에서 육상으로 떨어지는 구호품.(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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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소년 사미 아야드(3)는 지난 19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난민촌에서 떨어진 구호품 운반용 나무판자에 맞아 숨졌다. 이날 떨어진 구호품으로 아야드의 이모와 사촌들도 얼굴, 발 등에 부상을 입었다
구호품이 떨어질 당시 가족들은 아침 식사 중이었으며 손주와 함께 앉아 있던 아야드의 할아버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참사는 벌어졌다.
아야드의 할아버지는 “우리에게는 병원이 없다. 도움을 구하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렸지만, 아이는 숨졌다”고 했다.
아야드의 아버지는 “아야드가 하늘에서 구호품 낙하산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서서 내게 ‘낙하산들을 보라’고 말하고 있었다”면서 “이후 그는 그것들이 자신에게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도망갔다”고 전했다.
이들은 국제 사회가 가자의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짜낸 고육지책인 구호품 공중 투하 작전이 어린아이의 생명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주민들의 인간적 존엄을 박탈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에 따르면 이날 아랍에미리트(UAE)의 항공기가 칸유니스에 식량 패키지 81개를 공중에서 투하했고, 아야드가 숨진 난민촌에는 UAE 국기가 표시된 구호품 나무 상자들이 발견됐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육로를 통한 구호품 지원을 제한해왔다.
이로 인해 가자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하자 미국과 UAE 등 국가들은 구호품을 공중에서 투하하고 나섰다.
하지만 구호품 전달 과정에서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공중에서 떨어지는 구호품에 맞아 목숨을 잃거나 바다에서 구호품을 건지려다 익사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이에 인권 단체들은 이스라엘군이 통제하고 있는 육상 구호품 반입 통로를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야드의 할아버지는 “우리는 원조를 원하지 않는다. 존엄을 원한다”면서 “이스라엘 뿐 아니라 아랍 국가들로부터 받고 있는 모욕과 수치는 이걸로 충분하다. 이들은 우리에게 아무런 자비도 갖고 있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야드의 삼촌도 “우리의 삶은 수치, 죽음, 공포다. 다음 날 깨어날 수 있을지 모른 채로 매일 잠에 든다”면서 “우리는 인간이지, 하늘에서 음식을 떨어뜨려 줘야 할 동물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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