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서비스를 해지한 한 이용자의 인증샷. X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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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이세계 퐁퐁남>의 주인공은 39세 남성 박동수다. 박동수는 결혼 후 10년간 아내와 아이를 부양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한국 남자다. 그는 우연히 아내의 외도 현장을 목격한다. 처음엔 용서를 빌던 아내는 보란 듯 여러 남자와의 만남을 이어가고, 둘은 이혼 소송에 이른다. 이혼 전문 변호사를 만난 박동수는 ‘외도하고, 과소비하고, 결혼할 때 3000만 원도 안 들고 온 여자’에게 재산 절반을 나눠줘야 한다는 말에 분노한다. 법 전문가인 변호사는 ‘법이 지나치게 여자 쪽에 유리하게 되어있단 것은 저도 알고 있다’며 공감해준다. 아내는 자기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자해를 해 박동수를 가정폭력범으로 만든다. 경찰은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 같은 말을 하며 피해자 쪽 말만 듣는다. 모든 것을 잃은 박동수는 결국 자살을 결심한다.
돈을 목적으로 남자와 결혼한 문란한 여자. 애를 핑계로 일을 안 하는 여자. 남자를 무고하는 여자. 열심히 살다 이상한 여자 하나 때문에 인생이 망해버린 순진한 남자. 이 만화가 그리는 세계에서 여성은 혐오스러운 존재, 사회 시스템은 여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합리한 구조, 남자는 그사이에 껴서 끝없이 억울하고 불쌍한 존재다. ‘퐁퐁남’은 박동수의 아내 같은 여자와 결혼한 남자를 조롱하는 단어다. 집단강간 시 마지막으로 여성을 강간하는 것을 ‘설거지한다’고 표현한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계 퐁퐁남>. 네이버웹툰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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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제목부터 내용까지, 일부 커뮤니티의 여성혐오적 내용과 남성 역차별 주장을 그림으로 옮겨놓은 듯한 이 만화가 지난 9월 네이버웹툰의 만화 공모전인 ‘2024 지상최대공모전’의 1차 심사를 통과하면서 확산됐다. 지상최대공모전은 선정성과 폭력성, 차별과 혐오 표현에 대해서도 심사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 적어도 1차 심사에서 <이세계 퐁퐁남>은 위 가이드라인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이용자들은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22일 엑스(구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SNS에는 ‘#네이버웹툰불매’ 해시태그와 함께 네이버웹툰 앱 삭제를 독려하고 인증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웹툰을 볼 수 있는 유료 포인트인 ‘쿠키’를 환불받고 인증하는 이들도 많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일간활성이용자(안드로이드 기준) 수는 한 달 전에 비해 약 20만 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웹툰이 올렸다가 ‘불매운동 조롱’이라는 비판을 받은 글. X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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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이 벌어지는 중 네이버웹툰이 ‘불매’를 ‘불처럼 뜨겁게 매입하기’라는 말로 바꿔 다른 웹툰을 홍보한 것도 논란이 됐다. 네이버웹툰 측은 ‘불매운동 조롱이 아니라 운영상 실수’라고 했지만, 이번엔 웹툰 작가 266명이 “네이버웹툰사의 미흡한 대처에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냈다.
‘퐁퐁남’ 작가는 댓글로 ‘퐁퐁남’은 주식에서 비롯된 용어라며, 만화 내용은 이혼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다고 밝혔다. 네이버웹툰은 이미 게재된 만화를 비공개로 전환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웹툰이 ‘독자 반응’까지 심사 기준에 포함하는 2차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해당 작품과 관련해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현재 2차 공모전 심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2차 심사 결과는 내달 22일 발표된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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