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태원참사 부실 대응’ 서울경찰청장 등 1심 무죄에 항소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검찰이 항소했다.

서울서부지검은 김 전 청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고 23일 밝혔다. 함께 무죄를 선고받은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 정대경 전 112상황팀장에 대해서도 항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청장은 핼러윈 전후 인파집중으로 인한 사고 발생의 위험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실효적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인정됨에도, 구체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1심 판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가 있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앞서 서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권성수)는 김 전 청장이 2022년 10월 28∼30일 이태원 일대에 다수 인파가 집중될 것이라는 내용을 넘어서 대규모 인파사고가 발생할 여지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참사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으로 당직 근무를 한 류 전 과장은 ‘당시 상황실에 머물지 않은 업무상 과실은 인정되나, 과실과 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정 전 팀장의 경우 ‘현장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두고 그 조치가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의 무죄 판결에 대해 “당시는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 후 처음 맞는 핼러윈 행사였고 혼잡사고 위험이 매우 높은 구조라는 현장의 특수성이 있었다”며 “피고인이 직전에 다중운집행사를 관리한 경험, 법령과 매뉴얼에서 서울경찰청장에게 부여한 책임과 권한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은 인파집중으로 인한 사고 발생의 위험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류 전 과장과 정 전 팀장에 대해 “법령과 매뉴얼은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을 총괄하는 피고인들에게 단순히 현장의 신고 조치 결과를 보고받는 업무뿐 아니라 신고 내용을 분석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할 의무까지 명시하고 있다”며 “1심 법원은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부분이 있어 이를 바로 잡고자 항소했다”고 밝혔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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