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다소비' 수출 대기업에 고통 분담…한전 연간 수익 4.7조 개선 전망
정부, 내일부터 산업용만 전기요금 평균 9.7% 인상
서울 용산구 한 건물에 설치된 전력계량기 |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정부가 오는 24일부터 주택용·소상공인(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한 채 산업용 전기요금만 평균 9.7% 인상하기로 한 것은 고물가와 가계대출 위험 신호를 고려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서비스·외식 물가와 가계대출 상황을 고려할 때 서민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택용·소상공인 전기요금은 동결했지만, 한국전력[015760]의 재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체 전력 사용량의 53.2%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하기로 한 것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의 연간 전기 판매 추가 수익은 약 4조7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는 24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은 평균 9.7% 인상된다. 지난해 11월 ㎾h(킬로와트시)당 평균 10.6원 인상한 이후 약 1년 만이다.
전기를 많이 쓰는 대용량 고객인 산업용(을)은 10.2% 인상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수출 대기업이 이에 해당한다.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은 5.2% 인상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20대 법인이 사용한 전력은 8만5천9GWh(기가와트시)로 집계됐다. 이들 20대 법인이 납부한 전기요금은 12조4천430억원이었다.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분을 적용하면 향후 이들 기업이 납부하는 전기요금은 1조2천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용·소상공인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 ㎾h당 8원 인상한 이후 1년 6개월째 동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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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은 주택용, 소상공인용, 산업용 등으로 나뉜다. 정부는 통상 용도 구분 없이 전기요금을 일괄 인상해왔지만, 지난해 11월에 이어 이번에도 이례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서민경제와 한전의 누적적자를 동시에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위기를 전후로 국제 연료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전력 판매를 전담하는 공기업인 한전의 올해 상반기까지 연결기준 누적적자는 약 41조원에 달하고 있다.
2021∼2023년 전기를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역마진 구조가 지속되면서 한전의 재무 상황에도 부담이 가중했다.
정부는 2022년 이후 6차례 요금을 인상했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약 203조원으로 여전히 심각한 부채 위기를 겪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적자로 인한 차입금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기준 한전은 하루 이자 비용으로만 약 122억원을 치르고 있다.
정부와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는 한전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내수 부진과 소비자 물가 상승 우려는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하기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고물가·고금리에 건설경기 부진까지 겹쳐 내수 침체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서민경제 일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까지 올리기는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상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제주체 중 제조업 분야 수출 대기업은 비교적 선방했고,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부담할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전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전력망을 확충해야 하고, 정전·고장 예방을 위한 필수 전력 설비를 유지·보수하기 위해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효율적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고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서 요금 조정을 통해 가격신호 기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전기요금 조정은 그간 누적된 원가 상승 요인을 반영하되 물가와 서민경제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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