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놓인 서울 경전철 사업
사업성 떨어져 민간기업 속속 발 빼
위례신사·서부선 업체 이탈로 큰 타격
건설비용 늘려도 새 사업자 안 나타나
강북횡단·목동선은 예타서 잇단 고배
시공사 “공사비 급등 감당 어려운 수준”
우이신설·신림선 적자 누적도 큰 부담
서울시 “교통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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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공사비에 발 빼는 기업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민간기업의 이탈로 타격을 입은 경전철 노선은 위례신사선, 서부선 2개 노선이다.
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와 서울지하철 3호선 신사역을 잇는 노선이다. 2014년 위례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민간투자사업으로 반영돼 추진됐다. 당초 삼성물산이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사업성을 이유로 2016년 손을 뗐다. 시는 2020년 1월 GS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이어 왔다.
그러나 이후 자재 가격 급등, 금리 인상 등 민간투자사업 추진 여건이 악화했다. 결국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주요 건설출자자들이 사업 참여를 포기하며 좌초 위기에 놓였다. 시가 최근 건설사업비를 기존 1조4847억원에서 1조7605억원으로 증액하고 공사 기간도 5년에서 6년으로 연장해 재공고에 나섰으나 여전히 사업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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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은 “기획재정부는 민자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총사업비를 결정하는 데 있어 현장의 기대와는 많이 다른 기준을 제시해 왔다”면서 “시장에서 통하기 어려운 기준을 적용해 주요 건설사들이 참여를 포기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기재부를 직격했다. 시는 참여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 세금을 투입하는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사업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서부선도 상황이 비슷하다. 서부선은 6호선 새절역에서 여의도를 거쳐 2호선 서울대입구역을 잇는 노선이다. 최근 우선협상대상자인 두산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GS건설이 탈퇴 의사를 통보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 GS건설에 앞서 현대엔지니어링도 참여를 포기했다. 시가 이들을 대체할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당초 목표였던 2028년 개통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GS건설 관계자는 “사업을 수주했던 시점 이후로 공사비가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다”며 “시공사로서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판단했다”고 토로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물가는 연 2~3% 오르는데, 건설 공사비는 최근 20~30%가 올랐다”면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기엔 부담이 큰 시기여서 업계 전체가 대부분 보수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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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 부족”…예타서 ‘발목’
강북횡단선, 목동선은 예타 단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강북횡단선은 1호선·경의중앙선 등 청량리역에서 5호선 목동역을 잇는 노선으로 ‘강북의 9호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도 필요한 노선으로 평가됐으나 경제성에 발목이 잡혔다. 산악 구간을 통과하는 노선 특성상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투입됨에도 수요는 적게 예측됐기 때문이다.
목동선 역시 예타 통과가 안 돼 시가 사업성 제고 방안을 찾고 있다. 목동선은 양천구 신월동과 2·9호선 당산역을 연결한다. 시는 낮은 경제성 평가의 원인을 목동 지역 재건축사업 미반영, 노선 우회로 인한 도심 접근성 저하 등에 따른 수요 부족으로 분석했다. 시는 사업 계획을 한 차례 수정하고 향후 늘어날 교통 수요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높은 예타의 벽을 넘지 못했다.
난곡선은 현재 예타가 진행 중이다. 관악구 난향동에서 보라매공원을 연결하는 난곡선은 서울 서부권 교통 사각지대를 개선할 노선으로 주민들의 기대가 큰 노선이다. 시는 올해 안에 예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난곡선은 노선이 짧아 사업비가 많이 들지 않지만 그만큼 편익도 크지 않은 특징이 있다”며 “시에선 난곡선의 경제성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판단하고 예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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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경전철, 교통복지로 접근해야”
서울시는 경전철을 ‘교통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변함없는 사업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오 시장은 지난 2월 시의회 본회의에서 경전철 사업 추진 관련 질의에 “(사업을) 접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부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에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오 시장은 “GTX가 생기면 사각지대가 부각될 것이고, 이를 연결하는 경전철 노선의 필요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시는 예타의 높은 벽을 낮추기 위해 지난 7월 수도권 지역 경제성 평가 비중을 낮추고, 정책성 평가 비중을 높이는 내용의 제도 개선안을 기재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다만 해마다 불어나는 경전철 적자는 여전한 부담이다. 현재 시에서 운영 중인 경전철 노선은 우이신설선, 신림선이다. 두 노선 모두 수요예측에 실패하며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우이신설선은 적자가 2000억원 넘게 쌓이면서 올해 운영사가 새롭게 바뀌었다. 2022년 개통한 신림선의 누적 적자도 지난해까지 343억원에 달한다.
강경우 한양대 명예교수(교통물류공학)는 “애초에 경제성이 낮은 경전철 사업에 수익이 최우선인 민간기업이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며 “공공에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노선을 단거리로 설계하고, 가능한 곳은 지상으로 다니는 트램(노면전차)을 함께 도입하는 등 경제성 확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주 서울시립대 교수(교통공학)는 “경전철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며 “적어도 예타를 통과한 사업이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시민들을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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