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연구소기업 큐어버스
기존 한계 극복한 치매치료제 'CV-01' 개발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와 5000억 규모 기술이전 계약
21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치매치료제 기술 수출 성과에 대해 설명하는 박기덕 KIST 책임연구원과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 /사진=박건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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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 창업한 국내 연구소 기업이 기존 치료제의 치명적 단점을 극복한 새로운 치매 치료제를 개발, 이를 기반으로 5000억원 상당의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출연연 기술 수출 사상 최대 규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창업 기업 큐어버스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와 총 3억 7000만 달러(약 5000억원)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기술 이전 대상이 된 치료제는 'CV-01(씨브이-공일)'로 뇌에서 발생하는 염증과 산화성 스트레스를 억제해 뇌 신경회로의 손상을 방지한다.
원천 기술을 개발한 박기덕 KIST 책임연구원은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해외 기술수출 관련 성과 브리핑에서 "최근 뇌 염증이나 산화성 스트레스가 치매를 일으키는 실질적인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며 관련 약물이 개발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독성 등 약물에 따른 부작용을 극복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며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팀은 'Keap1·Nrf2(킵원·엔알에프투)'를 정확히 표적해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개발했다. Nrf2는 활성화됐을 때 산화성 스트레스나 염증 환경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단백질 집합체(전사인자)다. Keap1 단백질과 결합해 기능이 강화된다. Nrf2의 기능은 노화와 함께 쇠퇴하는데, 이는 치매나 파킨슨병이 발병하는 원인이 된다.
KIST 박기덕 센터장,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 진정욱 박사(CSO) (왼쪽부터) /사진=KI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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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01은 Keap1 단백질만을 표적해 Nrf2의 기능을 활성화한다. 박 연구원은 "지금까지 개발된 치매치료제의 가장 큰 문제는 약물이 표적 단백질 뿐만 아니라 주변 단백질에도 불필요하게 결합해 독성을 일으키는 것이었는데, CV-01은 이같은 한계를 극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뇌 염증 메커니즘을 활용한 약물이 임상에서 번번이 실패한 원인이 독성 때문이었던 만큼 이같은 한계를 극복한 CV-01은 임상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팀이 실제 치매 걸린 실험용 쥐를 통해 효능을 확인한 결과, 사료에 약물을 섞여 먹인 실험용 쥐의 인지 기능이 정상 쥐에 가깝게 회복됐다. 치료를 넘어 예방 기능도 일부 확인했다. 10개월 차부터 치매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쥐에게 3개월 차부터 약물을 먹인 결과, 치매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독성 물질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현저히 줄었다.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는 21일 열린 브리핑에 참석해 "개발 단계별로 기술료를 받게 되며, 상용화 시 총 기술이전료는 5000억원"이라고 밝혔다. 또 "CV-01은 현재 과기정통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기술을 이전받은 안젤리니파마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유럽, 미국 등지 시장을 겨냥해 임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큐어버스는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CV-01 치매치료제 개발을 이어가는 한편 중국 시장에 진출할 파트너사를 찾을 예정이다.
조 대표는 "2025년 말까지 임상 1상을 완료하고 임상 2상에 진입해 치료제 개발을 가속하겠다"며 "궁극적으로는 조 단위 신약 개발 유니콘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판식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그간 정부의 꾸준한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에 힘입어 출연연의 대형 바이오 기술이전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위한 기술사업화 정책과 사업을 지속해서 이어가겠다"고 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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