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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한반도와 유럽 안보 연결...남북 대치·국제질서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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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조약 이행...“한반도 유사시 러 파병”

경제난 타개 목적...中, 북러와 거리두기 심화

러 첨단무기기술 이전땐 실존적 위협 대두

헤럴드경제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 [SPRAVDI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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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규모 전투병을 러시아에 파병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반도는 물론 국제질서에도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 국익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확대되며 북한 문제가 유럽 안보와 연결성을 갖는 중요 기점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우리 국익을 사수할 세밀한 외교·안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북한 특수부대 1500명이 러시아로 1차 이송됐고, 향후 총 1만2000명이 파병될 것이라고 밝힌 이후 21일까지 북한 매체는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평양 침투 무인기(드론)에 대해 공세를 펼쳤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전례’를 만들었다는 점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북러는 지난 6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다. 이 조약의 효력은 비준서가 교환된 날부터 생기지만, 비준을 받아야 하기도 한다. 북한은 지난 7~8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 헌법을 개정했지만, 조약의 비준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지난 14일 비준 법안을 국가두마(하원)에 제출한 상태다.

주목할 점은 북한이 양측 지도자가 서명한 상태, 비준을 받지 않은 조약을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조약 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지원을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했음에도 북한이 이 조항을 들어 러시아에 파병을 단행한 선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의 아주 명백한 목표는 한반도 유사시에 러시아군이 들어오라는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러시아가 빚을 진 전례를 만들어 ‘페이백’ 하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북한이 우리의 베트남 파병을 모델로 삼아 이번 러시아 파병을 통해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성훈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우리의 베트남 파병을 벤치마킹해 경제 개발을 하려는 것이 큰 목적으로 보인다”라며 “이를 위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원하는 바를 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병으로 북한이 러시아의 확실한 뒷배를 얻을 수는 있지만, 북중 관계는 더욱 요원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에서 ‘한미일’ 대 ‘북러’ 구도가 강해지는 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처음부터 중국은 냉전주의, 진영주의를 원치 않는다면서 북중러 구도를 부인했다”며 “더구나 지금 같이 북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 정도로 협력하는 상황이라면 중국은 더욱 거리를 두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러 군사협력으로 유럽의 안보와 한반도의 안보가 연결될 것이라는 정부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우려가 현실화됐다. 북한 정권은 국제사회의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유럽의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면서 우리의 중대한 국익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가 한반도 안보에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될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6월 북러 조약 체결을 막지 못했고, 그로 인해 북한의 병력이 러시아로 넘어가는 상황에 이르렀다. 박 교수는 “한국의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무기나 핵과 관련한 기술을 전이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열 수밖에 없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러시아에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북한이 대규모 병력을 이동시킨 상황이 초래할 한반도 안보에 대해 예의주시할 전망이다. 전 위원은 “대규모 병력이 빠지는 것은 북한 정권 들어서 처음으로, 불안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경제적·군사적 기회를 얻으려 한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고, 그러한 방향으로 외교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이 나토, 나토의 유럽 동맹국과 미국의 인도태평양지역 동맹국을 포함해 협력을 강화해 북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6일 발표된 한미일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대북제재 이행 감시 메커니즘인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Multilateral Sanctions Monitoring Team)과 같이 새로운 레짐(regime)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지난 20일 MSMT에 대해 “국제적 정의에 대한 도전으로, 가장 노골적인 주권침해행위로 준렬히 규탄배격한다”고 반발했다. 최은지 기자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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