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를 받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41)씨가 18일 경찰에 출석했다.
문씨는 이날 오후 1시 40분쯤 검은 정장을 입고 굳은 표정으로 서울 용산경찰서로 들어섰다. 이번 조사는 문씨가 지난 5일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된 지 13일 만에 받는 첫 조사다. 문씨는 흰색 제네시스 차에서 변호인과 함께 내린 뒤 경찰서 앞에 모인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혔다. 문씨는 “죄송하다”고 말하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어 입장을 발표해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 성실히 조사 받겠다”고 답했다. “술을 얼마나 마셨나”, “같이 술 마신 사람은 누구인가”, “당시 상황을 기억하나” 질문이 이어졌지만, 문씨는 답하지 않은 채 교통조사계가 있는 별관 건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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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씨는 별도의 사과문을 통해 “해서는 안 될 큰 잘못을 했다”며 “부끄럽고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반성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 잘못으로 피해 입은 기사님과 가족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기사님이 신고해 주신 덕분에 제가 운전을 멈추고 더 큰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음주운전 한 것을 꾸짖었다. 다시는 걱정하지 않도록 자신을 성찰하며 살겠다”고 덧붙였다.
문씨는 4시간 15분가량 조사를 받은 뒤 오후 5시 55분쯤 별관에서 두손을 모은 채 나와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어 “혐의 인정했나”, “교통법규 위반 여부도 조사 받았나”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울먹이기도 했다.
앞서 문씨는 지난 5일 오전 2시 43분쯤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 호텔 앞에서 음주 상태로 캐스퍼 차량을 몰다가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갑자기 차선을 바꾸는 과정에서 뒤따라오던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피해 택시기사 임모씨는 “(사고 당시) 문씨는 말을 제대로 못 하고 눈도 제대로 못 뜨는 만취 상태였다”며 “술 냄새도 많이 나고 대화를 할 수 없어 바로 현장에서 교통을 통제하던 경찰을 부르러 갔다”고 말했다. 이어 “(문씨가) 2번 정도 음주측정기에 숨을 불어넣는 등 순순히 측정에 응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문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9%로, 면허 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다.
사고 현장 근처 폐쇄회로(CC)TV 영상 등에는 문씨가 4일 오후 6시 51분쯤 사고 현장 인근 골목에 차를 주차한 뒤 약 7시간 30분 뒤인 5일 오전 21분쯤 주차된 차로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모습이 담겼다. 약 10분 뒤 출발한 문씨의 차량은 골목길 한 술집 앞에 서 있던 행인들과 아슬아슬하게 부딪힐 뻔하기도 했다.
경찰은 음주운전 도중 인명 피해를 낸 문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를 추가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 다만 문씨 측이 지난 9일 피해 택시기사와 형사 합의를 완료한 상태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만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 택시기사 임모씨는 “문씨 측과 합의했고 상해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합의 뒤 변호인은 “사고 당시엔 미안하다고 말할 경황이 없었다. 죄송하다”는 내용의 문씨가 쓴 손편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경찰은 택시 차량의 블랙박스 및 현장 CCTV 등을 종합해 사고 당시 마신 술의 종류와 양, 음주운전을 하게 된 경위, 사고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교통사고 외 불법 주정차, 신호 위반, 난폭 운전 등 여러 교통법규를 위반한 정황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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