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장관은 1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미국외교협회(CFR)가 진행하는 대담에 참석하기 앞서 배포한 연설문에서 “우방이나 경쟁국 모두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가장 가까운 동맹국조차 거래 파트너로 보고 미국을 (세계로부터)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타깃이 없는 광범위한 관세는 미국 가정의 물가를 올리고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왼쪽),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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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만약 미국이 혼자서 한다면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반대와 같이 미국의 경제 및 안보적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공급망 붕괴, 기후 변화 및 글로벌 펜데믹 대비, 중국의 과잉생산 등 우리가 오늘날 직면한 문제 역시 우리가 과거에 하던 방식 그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또 중국 문제와 관련, “중국과의 무역과 투자는 미국 회사 및 노동자에게 상당한 이익을 줄 수 있으며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공평한 경쟁의 장에 기반한 건강한 경제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시장 접근 장벽과 불공정 무역 관행은 현재 미국 기업과 근로자는 물론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고 하는 다른 외국 기업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면서 “중국의 정책이 핵심 산업에서의 과잉 생산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기업 등의 생존 가능성을 위협하고 공급망이 과잉 집중되는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경제회복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한 전기차 주차장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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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바이든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상향하는 등 통상법 301조에 따른 대(對)중국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서는 “전략적이고 목표를 특정한 조치”라고 평가한 뒤 “유럽연합(EU)과 신흥 시장 국가들도 (유사한 조치를) 취했거나 검토 중이다. 이처럼 국제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중국이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적 관세 최대 20%,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60% 관세, 멕시코 생산 중국 자동차에 100~200% 관세 등을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보편 관세가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사실상의 ‘국가 소비세’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 관세 공약 등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경제관료인 옐런 재무장관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을 전면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옐런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앙숙’ 관계로 유명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기간동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지내며 금융정책에서 수없이 대립한 영향이다. 연준 의장 임기를 마친 옐런 장관이 연임을 원했음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롬 파월 현 의장을 지명하기도 했다. 연준 의장이 4년 단임으로 임기를 마친 것은 1970년대 ‘최악의 의장’이라는 혹평 속에 17개월 만에 사퇴한 윌리엄 밀러 이후로 40여 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에 옐런 장관이 연중 의장 퇴임 뒤 인터뷰를 통해 “연준 의장으로 재지명을 받지 못해 실망스러웠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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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악연 속 옐런 장관은 최근 대선 국면에서 국채발행권 등을 동원해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을 측면지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았다. 다만, 옐런 장관은 이날 연설문을 통해서도 이런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 그는 미국 경제 상황과 관련,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은 견고하며 실업률은 사상 최저치 수준이고 인플레이션은 상당하게 감소했다”면서 “우리는 미국가정을 위해 물가를 낮추려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으며, 불평등을 감소하는 동시에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이른바 ‘현대 공급 측면의 경제학’이라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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