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 조전혁 '경쟁 강화' 공약에 부담 느낀듯…진보 '완전 단일화'도 승리 기여
학생인권조례 유지, 학력부진 등 진보교육 부작용 보완 '숙제'
지지 호소하는 정근식 후보 |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진보진영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16일 보궐선거에서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지난 10년간 이어진 조희연 전 교육감 체제의 진보 교육이 생명력을 연장하게 됐다.
이번 선거는 조 전 교육감의 궐위로 치러지게 된 만큼 처음에는 진보 진영에 쉽지 않은 구도였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 폐지, 초등진단평가 부활 등 지금의 서울교육과 180도 다른 공약을 내건 보수진영 조전혁 후보에 대한 부담을 느낀 유권자가 정 후보에게 표를 던지면서 진보 교육의 맥을 잇게 됐다.
소중한 한 표 |
◇ 조희연 궐위로 위기 몰렸던 진보, '완전 단일화'로 승리 이끌어
조 전 교육감이 이끌었던 지난 10년간의 진보 교육은 학력 저하, 교권 침해 논란 등으로 흔들렸다.
여기에 조 전 교육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부당 채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도덕성에도 큰 상처를 입고 최대 위기를 맞았다.
초등진단평가 부활, 학교평가청 및 학부모의회 신설, 학생인권조례 폐지 등 현재의 초중등 교육 시스템을 뒤집는 조 후보의 공약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조 후보의 역사인식을 '뉴라이트 역사관'이라고 비난하면서 고등학교 시절 학교폭력 이력 등을 거론해 유권자에게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것도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 측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2012년 문용린 후보 이후 12년 만에 단일화에 성공해 교육감 자리 탈환에 사활을 걸었다.
정 후보는 진보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고 후보 등록을 했던 최보선 후보와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 '막판 단일화'에 성공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서 비롯된 의정 갈등, 국가교육위원회의 202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과 관련한 혼란 등이 더해지면서 진보 쪽에 힘이 더 실렸다는 분석도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초반에는 사실상 보수가 이기는 구도였는데, '반감의 게임'에서 보수가 졌다"며 "보수로 바뀌어야 하지 않냐는 목소리가 교육계 내부에서도 있었지만, 진보인사가 된 것은 인물과 현안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D-3, 유세 나선 정근식 후보 |
◇ '학생인권조례 유지' 등 과제 산적…시의회·정부와 소통 중요
새 교육감을 맞는 서울교육은 조 전 교육감 때와 크게 다르진 않을 전망이다.
조 전 교육감이 내걸었던 '혁신교육'의 큰 틀 안에서 학력 부진 등 진보교육의 부작용으로 지적돼 온 문제를 보완·개선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 후보는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혁신학교 때문에 학력이 떨어졌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전반적인 학력 저하 문제는 인정하면서 기초 학력을 보장하는 '서울학습진단치유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 산하 역사위원회나 역사교육자료센터를 신설해 교사와 학생을 위한 역사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존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폐지를 요구하는 서울시의회와 '힘겨루기'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서울시의회나 정부와의 소통을 통해 현안을 매끄럽게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제언이 나온다.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4월 서울시의회에서 국민의힘 주도로 폐지안이 통과됐지만, 서울시교육청의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며 기사회생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유보(유치원·보육시설)통합과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현장에 어떻게 안착시킬 수 있을지도 과제 중 하나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조희연표 혁신교육'을 계승한다고 보면 된다"며 "기존 부서의 모양새와 이름이 조금씩 바뀔 것 같지만, 방향성은 거의 같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정·조희연 전 교육감과 인사 나누는 정근식 후보 |
sf@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