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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한국은 ‘머니 머신’”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 미국 홀리는 트럼프 배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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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돈 물려 미국 부유하게’ 메시지
“잘 지내면 똑똑해”… 푸틴 내통설 호도
해리스 공격에도 대선예측시장 상승세
한국일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콥에너지 공연예술센터’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초과근무수당 면세 등 공약이 무대 배경으로 쓰였다. 애틀랜타=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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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을 마치 ‘호구’인 듯 지칭하고, 외국에 가혹한 관세를 물려야만 미국이 부유해진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자국 이익을 챙기려면 다른 나라를 모질게 대해야 한다는 일종의 배타주의다. 그러나 살림이 빠듯해진 미국인들에게는 이토록 거친 자국 이기주의마저 통하는 형국이다.

“한국에 방위비 9배 받겠다”


트럼프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에 있는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에서 블룸버그통신 편집국장 존 미클스웨이트와 대담하며 적나라한 ‘미국 우선주의’ 발언을 쏟아냈다. 자신이 재임 시절 불합리한 협정들을 바로잡았다며 이달 초 협상이 타결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에서 한국이 부담하는 몫) 협정을 대표적 사례로 거론한 것이다.

새 협정에 따라 한국이 2026년 책임질 금액은 1조5,200억 원(약 11억4,000만 달러)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트럼프는 “내가 지금 거기(백악관)에 있다면 그들(한국)은 우리에게 1년에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기꺼이 지불할 것”이라며 “한국은 ‘머니 머신’(현금인출기)”이라고 말했다. 조롱조의 언급이었다.

해당 발언은 일단 재협상 요구 가능성 시사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거론한 연간 100억 달러는 기존 계약액의 9배에 가깝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 그가 줄곧 언급한 주한미군 규모 4만 명도 실제(2만8,500명 수준)보다 부풀려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까지 한국이 돈을 내지 않았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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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15일 펜실베이니아주 볼란트의 텔레즈 팜스에서 농촌 유권자들을 상대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볼란트=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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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 고물가·고금리 탓에 팍팍해진 미국인들의 삶이다. 과장과 왜곡에 현혹되기 쉽다. 3개월 내에 대출 이자 등을 갚지 못해 연체에 빠질 것 같다고 느끼는 미국 소비자의 수가 팬데믹 직후인 2020년 4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최대가 됐다는 이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조사 결과도 취약성을 보여 주는 지표 중 하나다.

불안감에 편승하는 선거 전략


이날 대담에서 트럼프는 관세율을 대폭 인상, 해외 기업들의 미국 공장 건설을 유도하겠다는 구상도 거듭 소개했다. 역시 외국 돈을 빼앗아 미국인을 잘살게 만들겠다는 메시지의 일환이다. 경기 침체를 부를 정도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문가들 지적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나는 늘 수학을 잘했다”거나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라며 귀를 막는 식이다.

불안감을 자극하는 트럼프의 행태는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담에서 그는 ‘(2021년 1월) 퇴임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대신 “내가 그랬다면 똑똑한 일(smart thing)”이라며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에 그가 줄기차게 반대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 유럽·중동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이 야기한 안보 불안감에 편승해 ‘묻지마 평화론’으로 호도하려 한 셈이다. 실제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 유세에서도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끝내고, 중동에서의 혼돈을 종식하며, 3차 대전을 막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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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5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전 미국프로농구(NBA) 흑인 선수 조·자말 크로포드 소유의 지역 영세 업체 ‘크레드 카페’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디트로이트=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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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트럼프, 흑인보다 푸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타깃 범위를 좁히고 있다. 트럼프의 위험성과 고령 리스크를 부각하는 방식의 대응이다. 그는 이날 대선 경합 지역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유명 흑인 진행자 ‘샬러메인 다 갓’의 라디오 생방송에 출연, “흑인들이 매일 수백 명씩 죽던 팬데믹 기간 트럼프는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공격했다. 해리스 캠프는 또 “트럼프는 (15일 대담에서) 횡설수설했고 화제를 반복해서 놓쳤다”며 의료 기록 공개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기세를 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상화폐 기반 예측 베팅 사이트인 폴리마켓에서는 16일 0시 기준 트럼프 당선 확률이 58%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미디어’의 주가도 지난달 말부터 급등해 트럼프 보유 지분 가치가 20억 달러(약 2조7,000억 원) 증가했다고 15일 미국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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