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향해 보복을 준비 중인 이스라엘이 핵 시설이나 석유 시설처럼 국제적으로 민감한 장소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다음달 대선을 앞둔 미국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동을 자제하라고 경고했으며,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과 국내 요구 사이에서 적절한 대응을 고민 중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핵·석유 시설 대신 군사 표적 타격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2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통화 내용을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휴전과 관련한 대립으로 약 2개월 동안 통화가 없었던 두 정상은 이달 9일 통화에서 레바논 및 이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보복이 "미국 대선에 정치적으로 간섭한다는 인식을 피하기 위해"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WP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보복 공격한다면 이란과 갈등에서 마지막 한계를 지워버리면서 갈등이 더욱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군사적인 역할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란의 석유 시설이 공격받는다면 국제 유가가 오른다고 예상했다. 두 경우 모두 미국 대선의 판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네타냐후는 이번 통화에서 지난 4월에 했던 것처럼 이란의 군사 시설을 공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 4월 이스라엘의 시리아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으며, 이스라엘 역시 6일 뒤에 이란의 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유가 진정, 레바논 전선도 매듭 기대
14일 미국 시장에서 거래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73달러(2.29%) 내린 배럴당 73.83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날 영국 시장의 12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전장 대비 1.58달러(2%) 떨어진 배럴당 77.46달러를 기록했다. WTI와 브렌트유 시세는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시설 공격 우려가 팽팽했던 지난 7일에 각각 78달러, 81달러까지 올랐지만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실망감, 1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수요 전망 하향에 급락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이스라엘은 이번 통화와 별도로 미국에 진행 중인 레바논 작전을 앞으로 몇 주일 안에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5일 성명에서 WP 보도와 관련해 "우리는 미국 정부의 의견을 듣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이스라엘의 안보 요구에 따라 내릴 것"이라고 알렸다.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기관인 모사드에서 정보국장을 지낸 조하르 팔티는 네타냐후가 미국의 확전 자제 압박과 확실한 보복을 원하는 대중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미국의 무기 없이는 싸울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위험을 감수하고 일을 하는 방법을 아는 것도 이스라엘"이라고 말했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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