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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폭자단체의 수상이 쏘아올린 핵 논란
다나카 테루미 일본 히단쿄 대표위원(오른쪽 세번째) 등 관계자들이 노벨평화상 수상과 관련해 지난 12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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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된 원폭 피해자단체인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日本被団協·일본 히단쿄)는 지난 12일 도쿄에서 열린 수상 소감 회견부터 이시바 정부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다나카 테루미(田中熙巳) 대표위원은 “일본 정부 톱이 (핵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 비핵(非核) 삼원칙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데 대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미국이 보유한 핵을 일본이 공유하자는 이시바 총리의 주장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는 “(이시바 총리를) 반드시 만나 철저하게 논의하고, 당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설득하고 싶다”고도 했다. “미국과 핵을 공유하는 것은 발사 가능성까지 포함한 이야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설명도 보탰다. 1945년 8월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를 계기로 1956년에 결성된 피해자 모임인 일본 히단쿄는 일본 정부에 대해 핵무기 금지조약(TPNW) 비준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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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는 신중론
지난 12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찾은 한 방문객이 원폭 희생자 추모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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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단쿄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정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히단쿄의 회견과 같은 날 열린 당 대표자 토론회에서도 TPNW가 도마 위에 올랐다. 관련 질문을 받은 이시바 총리는 “핵금지가 됐을 때 여기저기서 분쟁이 빈발하지 않을까 하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며 “핵무기뿐 아니라 전쟁 없는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갈지는 어려운 문제”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13일 NHK 방송에 출연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본이 핵보유국에 둘러싸여 있다고 지적한 뒤 “우선 일본을 지키는 것을 생각해 어떻게 핵 폐기에 연결할지 야당과 논의하면서 길을 찾겠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반면 전직 총리이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핵 억지론과 핵 폐기론의 다리가 될 수 있는 역할을 일본이 다할 수 있도록 옵서버로 조약에 참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지난 1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당수토론회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자민당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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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처음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은 1974년이다. 당시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총리가 ‘핵을 보유하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삼원칙으로 재임 중 수상했다.
일본 히단쿄는 유엔에 약 300만명이 서명한 문안을 제출하는 등 유엔이 2017년 TPNW를 통과시키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TPNW는 2021년 1월 비준국이 50개국을 넘어서며 발효됐지만, 일본과 미국, 한국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는 이 조약에 핵보유국이 참여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참여를 미루고 있다”며 “일본처럼 미국 핵우산에 의존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독일과 노르웨이는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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