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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김건희 국감, ‘탄핵 전야’ 최순실 국감과 비슷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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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심판본부 만든 민주당, 국감 이후에도 공세 지속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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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월 7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오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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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8년 전인 2016년 가을, 정기 국정감사가 9월 26일부터 10월 15일까지 열렸다. 키워드는 최순실. 대부분의 상임위에서 최순실의 국정개입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국정감사에 맞춰 ‘문화계 블랙리스트’, ‘미르재단’, ‘삼성전자의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지원 의혹’ 등 단독보도가 연일 쏟아져 나왔다.

“교문위 국정감사 중 문체부에 확인한 결과 일부 언론이 보도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수년 전부터 인터넷 등에 공개되어 돌아다니던 명단을 단순 짜깁기한 자료라는 것이 공식 확인되었다.”

국정감사 종료를 하루 앞둔 2016년 10월 14일, 김현아 당시 새누리당 대변인의 현안 브리핑 중 한 대목이다.

“허위짜깁기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고 이게 언론보도가 되었고,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현 정부와 대통령은 탄핵감’이라는 정치 테러를 일삼는 야당에 간곡히 요청한다. 지금 이런 허위 자료나 만들 시간이 있는가? 얼어붙은 경기에 씨름하는 민생경제 현장을 한 번이라도 가보았는가. 경제를 외면한 정당이 국민에게 어떤 심판을 받는지 잊었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그 후, 심판받은 것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었다.

국정농단의 ‘결정적 증거’가 나온 것은 같은 해 10월 25일이다. JTBC의 태블릿PC 보도 ‘한 방’으로 국정개입은 의혹이 아니라 사실이 됐다. 전날인 10월 24일 국회 연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꺼낸 승부수 ‘개헌’도 무용지물이 됐다. 그 후 정국은 탄핵으로 쏠려 들어갔다.

‘김건희’ 키워드로 여러 상임위서 총공세

2024년 가을,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풍경이 다시 펼쳐졌다.

“이번 국감은 김건희 국감이자 윤석열 국감이다.” 지난 10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발언이다.

“명태균씨는 김건희 여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 ‘인수위에 빨리 오라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명씨는 자신이 닭을 키워서 납품하는 사람이고, 닭을 가공할 사람이 많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것이 허위사실이라면 김건희 여사가 고발해야 하는데 꼼짝 못 하고 있다.”

서 의원은 ‘영남지역에 여성 의원이 필요하다’라는 명씨의 주장에 대통령이 ‘알았다. 내가 다시 알아보겠다’고 답했다면 대통령의 선거 중립의무 위반이고, 김영선 전 의원의 보좌진이었던 강혜경씨가 폭로한 대로 김건희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김해갑으로 옮길 것을 요청하면서 대신 윤 대통령과 맞춤형 지역공약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면 공천개입이라고 주장한다.

국감 첫날인 지난 10월 7일, 민주당은 당내에 ‘김건희 가족 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본부’(이하 심판본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본부장은 김민석 최고위원이 맡았다. 심판본부는 국감 이후에도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심판본부 관계자는 지난 10월 9일 기자와 통화에서 “여러 가지 의혹을 추적하고 공유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며 “국감 기간 중인 것을 고려해 자주 모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은 법사위뿐 아니라 행정안전위 국감에서도 주요 쟁점이다. 법사위에서 다룰 또 다른 쟁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다.

야당은 ‘김건희’를 키워드로 여러 상임위에서 전방위적 공격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실 국감이 예정된 운영위에서는 명품가방 수수 논란, 교육위에서는 김 여사 석사 논문 표절 검증 논란을 다룬다. 국토위에서는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의혹 등이 다뤄지며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에서는 국정감사 기간 직전 보도된 청와대 국악 공연 단독 관람 논란과 김 여사 영상을 사용한 유튜브 채널 저작권 고소 등을 놓고 여야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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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지난 10월 8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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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직장 다니던 사람이다. 팔자에 없는 정치에 휘말려 들어가서 사실 삶이 피폐해졌다.”

유튜브 채널 ‘건진사이다’를 운영 중인 김모씨(40)의 말이다. 한국정책방송원은 KTV 등에 게재된 김 여사 영상 등을 편집·활용해 패러디 영상을 만든 김씨를 저작권 위반 혐의로 지난해 11월 고소했다. 그 후 공개된 당국 내부문서에 따르면 법적 대응의 목표는 “민·형사 소송을 통한 강력 대응 및 채널 폐쇄”다. 저작권 문제가 아니라 여사 심기 경호가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오는 10월 15일 문체위 국감에서는 저작권 소송을 담당한 변호사 선임 경위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에 따르면 해당 변호사는 김 여사 명품가방 소송 담당 변호사인데 지난 총선 때 국민의힘 경선에 나서기도 했다. 대통령실이 이번 소송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씨는 “저는 참고인 신분이니 질의는 증인으로 채택된 전 한국정책방송원 원장이나 선임한 변호사에 집중될 것”이라며 “물론 여사나 용산이 직접 개입한 증거가 나오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심증에 불과한 부분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오는 10월 26일까지 3주간 예정된 이번 국감에서 ‘결정적 한 방’이 나올 수 있을지다. 전언 형태의 증언이 아닌 김 여사나 윤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어 있는 녹취록 같은 ‘꼼짝할 수 없는’ 물증이 나오면 대통령실은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일단 ‘김건희 국감’ 첫 주에 대한 정치평론가나 정가의 평가는 박한 편이다.

“1980년대 한국축구를 보는 느낌이다. 슈팅은 열심히 했는데 결정적으로 들어가는 골이 없다.”

김성순 시사평론가의 말이다. 그는 지금 거론되는 명태균과 ‘2016년 최순실’을 등치시켜보는 것은 야당이 방향을 잘 못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솔직히 말해 여의도 바닥에 정치인 명함 100개쯤 안 들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사람에게 휘둘렸다면 속은 사람이 문제다.”

“아주 엄청난 뭔가가 터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 전에 결정적인 국면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전략통으로 통하는 민주당 측 인사의 말이다. ‘지금까지 나온 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나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그는 “검찰 측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언론 보도를 유심히 보면 검찰 외에는 확보할 수 없는 내용이 슬슬 단독기사로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아닌 한동훈 쪽에 줄을 선 검사들이 흘리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는 ‘스모킹 건(직접 증거)’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재판 결과를 보고 판단하지 않을까. 1심에서 설혹 유죄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변화가 있을 거로는 보이지 않는다. 소위 사법리스크는 이미 다 반영됐다고 본다. 오는 11월 김건희 특검이 다시 들어갈 때가 스모킹 건을 터트릴 타이밍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은 친윤 쪽에 서 있는 중도, 충성도 약한 사람들이 넘어올 때가 적절한 순간이다.”

검찰과 국회,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재판 결과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힘의 균형이 깨지는 ‘권력 공백’의 순간이 탄핵 또는 하야로 이어질 진짜 스모킹 건이 나올 때라는 것이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2016년 때 흐름을 보면 장내에서 결정적으로 터지기 전에 장외의 시민사회에서 흐름이 만들어져 있었다”라며 “지금은 민주당이 주도해서 총력을 기울이기는 하는데 민주당과 민주당 쪽 강성 지지층만 과열된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분노와는 별개로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서는 데는 티핑 포인트(극적 전환점)이 있다. 중도층이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다. 정치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2016년에 국정농단이 확인되고 탄핵을 추진할 때는 새누리당 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김무성 같은 중진 정치인이 앞장섰다. 지금 한동훈에게 그런 배짱이나 지도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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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준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10월 4일 국회 본관 계단에서 김건희 특검 및 순직해병 특검 수용 촉구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는 야당의원들 사이로 지나가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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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2016년 김무성 역할 할 수 있나”

이강윤 시사평론가도 “외견상 2016년 탄핵 직전 촛불이 켜지던 광장과 비슷한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탄핵이나 성난 민심이 거리에 쏟아져나오는 대형집회로 넘어갈 수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가 좀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분노 게이지는 그때와 별 차이가 없고, 이번 가을에는 대부분 김건희 여사 때문에 불이 붙은 사건이 많다는 점에서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 질적 변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분위기 파악 못 하고 하는 말 아닐까.” 지난 10월 9일 기자와 통화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김건희 국감이라고 하지만 결정적 한 방 없는 맹탕 국감이 되지 않겠냐’는 전망에 대한 언급이다. 그는 김건희 심판본부의 간사 겸 대변인을 맡고 있다.

“명태균의 하드디스크를 압수수색하고도 검찰은 무서워 못 까고 있다.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장관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솔직히 보고 안 받았을 리 없다. 더 나올 것은 무궁무진하다. 풍문으로 돌던 것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그는 심판본부는 “국감 끝나고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의원별로 대응하던 것을 당에서 취합·정리하는 의미이며, 국감 이후 국정조사에 들어가면 사실상 국조특위 위원이 될 의원들이 미리 공부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국감이 끝나도 ‘김건희 심판’ 정국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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