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 유세 가보니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리버프런트 스포츠 실내경기장에서 9일(현지시간)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에 참석한 지지자들이 그의 연설을 듣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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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강세 스크랜턴서 주 수입원 보호 약속…청중 환호
백인 노동자 맞춤 공약…지지자들 “더 이상 숨지 않겠다”
핵심 승부처 뺏길 위기 해리스, 경합주에 오바마 첫 투입
“(대통령) 취임 첫날 내가 펜실베이니아 에너지 노동자들에게 할 말은 이것이다. 수압파쇄(프래킹), 수압파쇄, 시추, 시추, 시추.”
9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북동부 스크랜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역의 주 수입원 셰일가스를 추출하는 방법인 수압파쇄법과 석유 시추를 독려하겠다는 말을 끝맺기도 전에 함성이 터져 나왔다. 주먹을 꼭 쥔 채로 “시추, 시추”라고 화답하는 청년 노동자들부터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노년층 자영업자들까지, 유세장을 가득 메운 청중은 열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펜실베이니아주 방문은 석 달 전 총기에 피격당했던 버틀러에서 지난 5일 다시 유세한 지 불과 나흘 만이다. 특히 스크랜턴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이자 민주당 텃밭이다. 미 대선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 표심을 잡기 위해 적진 공략에 뛰어든 것이다. 그는 “우리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이기면 (대선) 전체를 이긴다”면서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스크랜턴이 속한 라카와나 카운티는 2016년과 2020년 대선 모두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해 경합주 안의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스크랜턴에 진입하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고속도로 명칭(‘프레지던트 바이든’)도 ‘스크랜턴 조’라는 애칭을 가진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을 땄다.
하지만 이날 유세장 주변은 온통 ‘트럼프 세상’이었다. 행사 시작 5~6시간 전부터 유세장 앞은 1500여명이 모여들어 장사진을 이뤘다. 각종 소품으로 치장하고 온 지지자들은 “펜실베이니아는 점점 더 붉어지고 있다(공화당 강세). 여기는 트럼프의 주”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스크랜턴에 사는 휘트니 파리오스는 “바이든의 고향이지만 4년 전보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더 많아졌다고 느낀다. 우리는 더 이상 샤이(shy·부끄러워 숨어 있는)하지 않다”고 했다. 인근 클락스 서밋 주민 짐 네프는 “허리케인 대응만 봐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신뢰할 수 없다”며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우선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2016년 대통령 당선에 핵심적 역할을 한 백인 노동자들을 겨냥한 ‘맞춤형’ 메시지를 이어갔다. 민주당 대선 후보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에너지·이민 정책과 공약을 “역사상 최악”이라고 비판하면서 백인 노동자층의 환심을 사려 애썼다. 프래킹을 강조한 것도 프래킹 금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해리스 부통령을 저격하는 차원이 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인 노동자 공략에 더욱 열을 올리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에서 해리스 부통령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가 교체된 이후 노동계에 나타난 미묘한 균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가져오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과거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던 미국 최대 운수노조 팀스터스 등은 이번에는 노조 차원의 지지 후보를 선언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초과노동과 팁에 대한 면세, 노령연금 면세,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 미국 내 생산 기업에 법인세 15%로 인하 등의 공약도 재확인했다. 그는 재임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실적으로 언급하면서 “우리는 친구든 적이든 모두에게 이용당했고, 사실 무역에서는 친구들이 적들보다 더 나쁜 일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작은 로켓맨(김 위원장)을 기억하느냐”고 한 뒤 2018년 두 사람이 ‘핵무기 단추’가 있다는 위협을 서로 주고받은 뒤 김 위원장이 전화를 걸어 회담을 제안해왔다고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하기도 했다.
경합주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19명)이 있는 펜실베이니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스크랜턴 유세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레딩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해리스 선거캠프는 10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피츠버그에 투입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첫 경합주 유세다.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날 공개된 퀴니피액대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부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 경합주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위스콘신에서 49%의 지지를 얻어 해리스 부통령(47%)을 2%포인트 앞섰고, 미시간에서도 51%로 해리스 부통령(47%)보다 우위를 보였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49%로 트럼프 전 대통령(47%)을 앞섰지만 지지율 격차가 지난 9월의 6%포인트에서 상당히 줄었다.
스크랜턴 | 글·사진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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