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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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줄곧 이견을 노출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 통화를 갖고 최근 확대되고 있는 중동 분쟁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의 통화는 올 8월 21일 이후 49일 만에 이뤄졌다.
미 백악관은 약 30분의 통화에 대해 “직접적이고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달 1일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수위와 방법 등에 관한 언급이 없어 통화의 성과가 불분명하다는 평가가 많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란에 반드시 보복하겠다며 “(보복 수위가) 치명적이고 정확하며 놀라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외교 협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강조했다. 또 두 정상이 직접 또는 양국 안보팀을 통해 긴밀한 연락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두 정상 간 통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다음달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대통령 재임 중 주이스라엘 미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과 이란 핵합의 탈퇴 등 ‘친이스라엘 정책’을 구사한 트럼프 후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후보는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을 “축하한다”고 했다.
미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전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시작된 ‘제한적 지상전’을 ‘본격적 지상전’으로 바꾸고 ‘점령’으로 바꾸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예아니너 헤니스-플라스하르트 레바논 주재 유엔 특별조정관도 미국과 프랑스가 주도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3주간 휴전 제한을 두고 “여전히 유효하고 의미가 있다”며 휴전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10일 안보 내각을 소집한다고 보도했다. ‘중대한 군사 행동은 안보내각 표결을 거쳐야 한다’는 이스라엘 법에 따라 이날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이란 보복 방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군사시설 공습, 고위급 인사 암살 등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갈란트 장관도 군사정보국 산하 9900부대를 찾은 자리에서 “이란이 (우리 보복을 받으면)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보복이 이뤄질 것임을 내비쳤다.
이에 맞서 이란은 휴전을 위한 외교전에 나섰다. 이날 중동 순방을 시작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은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전통적으로 긴장 관계인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와 만났다. 아락치 장관은 이어 카타르도 방문할 예정이다.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비롯해 다양한 중동 분쟁 관련 중재와 협상을 주도해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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