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디자이너 아내와 6살 자녀 둔 가장
"미슐랭(미쉐린) 가이드 등재가 요리사로서 목표"
'흑백요리사' 만찢남 셰프가 존재감을 발산했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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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터뷰를 하기 전에 저희 아이 유치원 운동회에 다녀왔어요. 아무리 바빠도 저에겐 가족이 1순위거든요."
조광효 셰프
넷플릭스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에는 개성 넘치는 셰프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가 있으니, 바로 '만찢남' 조광효 셰프다. 여러 요리 만화들을 참고하며 음식을 만들었다는 그는 동파육으로 심사위원 백종원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현장에서 백종원은 조 셰프에게 "정말 독학으로 한 것이냐"라고 여러 번 물었다고 한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조광201'에서 조 셰프를 직접 만났다. 오픈이 두 시간 넘게 남았음에도 여러 명의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조광효 셰프는 요즘 행복하면서도 얼떨떨하다. 실제로 만난 그는 차분하고 중심이 단단히 서 있는 사람이었다. 폭발적 관심 속에 들뜰 법도 하지만, 일부러 관련 영상과 댓글들을 보지 않는다는 조 셰프에게선 어떠한 허세도 가식도 느껴지지 않았다.
담백하고 진한 사골 육수 같은 매력의 조광효 셰프와 나눈 일문일답을 공개한다.
-요즘 인기를 실감하나. '만찢남' 닉네임이 인상적이었다.
"손님들이 가게에 많이 찾아주신다. 사실 '만찢남'은 내가 붙인 건 아니다. 제작진이 나의 이력을 보고 정해준 닉네임이다. '특이한 요리를 할 수 있냐'고 물어서 예전 기억들을 더듬게 됐고, 만화책으로 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만화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것 같던데.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만화책을 보던 기억이 많다. 2015년에 친구와 만화방을 운영했었다. 그때 분식을 팔아야 해서 '심야식당' 만화책에 나오는 파스타, 문어 모양 소시지, 계란말이 같은 걸 만들기 시작했다. '요리왕 비룡'에 나오는 떡볶이도 팔았다. 반응이 좋았다."
-'흑백요리사' 속 요리들은 진짜 만화를 보고 만든 것들인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있다.
"만화책 하나만 본 게 아니고 여러가지를 연구한다. 만화책이나 요리책 등 여러 권의 책들을 보고서 만든다. 간혹 일부 사람들이 콘셉트에 집착한 나머지 '왜 책에 그 요리가 안 나오냐' 하는데 찾아보면 다 나온다. 제작진도 원하는 거 같고 나도 재밌게 하자고 해서 만화책 콘셉트를 잡고 간 거다. 만화는 내게 영감을 줄 뿐이다."
-만화방을 접은 뒤에 식당을 차린 계기도 궁금하다.
"지금의 식당 전에 사천요리 전문점을 했었다. 중국 사천에 가서 음식을 먹었는데 입맛에 너무 맞아서 친구랑 차리자고 이야기를 해서 시작하게 됐다. 내가 손이 빠르고 취사반 출신이다. 그런데 맛있다고 해주는 손님들이 생기고, 요리를 좀 더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서 친구에게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와서 차린 게 '조광201'이다."
-'조광201'은 무슨 의미인가.
"내 이름 조광효의 조광에 (건물의) 201호라서 붙인 거다. 별뜻은 없다. 하하."
-독립을 하면서 세운 목표가 있나.
"그렇다. 미슐랭(미쉐린) 가이드 등재가 목표다. 가게를 이전할 생각은 없다. 건물주가 나가라고 할 때까지 있을 거다. 확실하게 정해놨다. 와이프가 그렇게 하라더라. 남의 돈 받지 말라고 했다."
-아내와의 첫 만남이나 러브스토리도 궁금한데.
"소개로 만나게 됐다. 군대 말년 병장 시절에 (현재 아내의) 사진을 받아서 관물대에 붙여놨다. 브아걸 가인을 좋아하는데 닮았더라. 제대해서 실제로 만나서 사귀고 결혼까지 했다. 9년 정도 만났다. 이 가게를 차리기 1년 전쯤에 결혼했다. 사실 그때 돈이 한푼도 없었다. 그냥 혼인신고만 하고 살자고 했는데, 아내가 '내가 돈 다 낼 테니까 결혼하자' 하더라. 집이랑 다 해와서 나는 몸만 들어간 셈이다."
-대단하다. 왜 아내가 그렇게까지 했다고 생각하나.
"장기투자라고 생각한다더라. 하하. 그게 이제야 빛을 본다고 하더라. 지금의 수입도 와이프 통장으로 들어간다. 아내가 나와 동갑인데 현명하다."
-가족들에게도 요리를 해주는 편인가.
"집에서는 요리를 잘 안 한다. 애기가 만두 먹고 싶다고 할 땐 같이 만들거나 한다. 평상시엔 배달 음식을 많이 먹는 것 같다. 아내는 제품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다. 아침 일찍 출근하기 때문에 내가 아이 유치원을 보낸다."
-'흑백요리사' 출연 이후 느낀 장단점은 무엇인가.
"방송이 되고 손님이 몰리니까 기존 단골들이 못 와서 좀 안타깝다. 아래에 '조광101'이라는 가게가 있는데 요리를 연구하고 손님들에게 저렴하게 내드리는 가게다. 지금은 아예 스톱됐다. 다시 하고 싶은데 상황이 안되니까 그게 아쉽다. 장점은 아무래도 매출이 많이 올랐다. 안정적으로 올라가서 세금도 안 밀리고 낼 수 있게 됐다. 과거엔 매출이 안 나올 때도 있었고 그 전에 벌린 일들 때문에 나간 돈도 많아서 부가세 몇 번 밀리고 한 적이 있다. 지금은 밀린 게 없다."
-'흑백요리사' 출연자들과도 많이 가까워졌을 것 같은데.
"철가방 요리사 님이 많이 챙겨주고, 이모카세 님은 김치도 해다주신다. 친하게 지내고 있다. 방송에서 철가방 요리사와 갈등 장면이 나오는데 그건 정말 한순간 벌어진 일이다. 텐동이 나간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을 때 '안 나간 거 아니야?'라고 묻는 게 잠깐 있었는데 (화면에) 확 잡혔다. 갈등은 전혀 없었다."
-슈퍼패스를 통해 극적으로 생존했을 땐 기분이 어땠나.
"슈퍼패스 때 이름이 불려서 '내가 올라가도 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모든 요리사들이 그렇겠지만 자기 요리가 질 거라고 생각하는 요리사는 없다. 치밀한 계산을 통해 만든 요리다. 그런데 '2 대 0으로 진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진 분도 있었기에 내가 올라가도 되나 싶었다."
-인상적으로 느껴진 시청자 반응 같은 게 있을까.
"나는 댓글이나 반응을 안 본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끊어버렸다. '흑백요리사' 방송도 6화 이후로 안 봤다. 부끄럽기도 하고, 나쁜 마음이 들면 힘들어질 수도 있을 거 같아서 그냥 보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얼마나 반응이 뜨거운지도 사실 잘 모른다.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조금 실감할 뿐이다."
-삶에서 이루고픈 목표는 무엇인가.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그러려고 노력하면서 산다. 소속사 대표님에게도 이야기한 게 '내 모든 스케줄의 1순위는 가족이니까 (가족 관련) 일이 있을 때는 시간을 빼달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 아이 운동회도 다녀왔다. 앞으로도 열심히 요리하면서 가족을 잘 챙기며 살고 싶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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